지난 5월 국회에서는 기술탈취로 인해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들의 구제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사례발표에 나선 피해기업들은 아이디어 및 기술탈취 피해 중소기업 구제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을 강조했고, 원활한 손해배상소송 진행을 위한 행정조사기록 확보 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중소기업 기술유출 및 탈취 피해건수는 280건에 이르며, 피해금액은 282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기술침해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대·중소기업간 특허심판에서는 입증자료 부족으로 중소기업이 패소하는 비율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2018년 중소기업의 패소율은 50% 수준이었으나 2021년에는 75%까지 상승했다.

현행 피해구제 제도의 가장 큰 맹점은 피해 입증의 어려움이다. 사실상 피해기업이 기술탈취 행위 여부를 직접 입증해야 하는 현행 제도 하에서 대다수 중소기업의 부족한 여력을 고려할 때 이를 증명해내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앞서 국회 피해기업 간담회에서 중소기업 대표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제도상의 문제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 피해 입증과 관련된 제도의 미비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부처가 기술탈취를 인정한 경우에도 손해배상소송에서는 피해 중소기업이 기술탈취를 입증할 자료가 부족해 패소 처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러한 제도상의 맹점으로부터 피해 중소기업을 구제하기 위한 최상의 방법은 공정위 등 행정조사기관이 조사자료를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다. 이는 자료확보의 어려움으로 적절한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피해 중소기업들의 구제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라 할 수 있다.

현행 하도급법이나 상생협력법상 법원이 행정기관에 자료송부를 요구할 수 있는 규정은 존재하나, 자료제출에 대한 강제성이 없어 이 규정을 근거로 법원이 공정위나 중소벤처기업부의 조사자료를 확보한 경우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자료 확보를 위한 자료송부요구 규정 및 자료제출명령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상대방 당사자로 한정돼 있는 자료제출명령 대상을 행정기관으로까지 확대하고, 사문화된 행정기관에 대한 자료송부요구 규정을 삭제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피해 중소기업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경우 법원이 행정기관에 자료제출을 ‘명령’해 행정조사자료를 확보하게 된다면, 기술침해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를 신속하고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는 드러나는 피해사례가 많지 않다고 해서 경시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대기업과의 거래가 끊길까봐 신고조차 못해 기사화·사건화되지 않은 피해사례가 훨씬 많다고 할 것이다. 더 나아가 기술탈취는 금전피해를 넘어 중소기업의 혁신 의지를 약화시키고 기업의 성장동력을 상실케 하는 만큼 반드시 근절시켜야 하며, 정부도 기술탈취를 중대범죄로 다뤄야 할 것이다. 자료제출명령 대상의 확대를 통해 기술탈취로 인한 피해가 신속하게 회복되고, 혁신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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