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PGA 백기투항,  사우디 LIV와 합병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후원으로 출범한 LIV 골프에 백기를 들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후원으로 출범한 LIV 골프에 백기를 들었다.

결국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후원으로 출범한 LIV 골프에 백기를 들었다.

PGA 투어와 LIV 골프는 6월 7일 공동성명을 통해 합병 소식을 발표했다. PGA 투어와 LIV는 “골프를 전 세계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획기적인 합의”라고 자평했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LIV 골프가 승리한 것이라 평가했다.

PGA 투어와 PIF, DP 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 등 세 단체는 “LIV 골프를 포함한 PIF의 골프 관련 사업적 권리를 PGA 투어와 DP 월드투어의 사업 권리와 결합해 새로운 공동 소유 영리 법인으로 이전하기로 했다”며 “새 법인은 세계 최고 선수 간의 경쟁과 흥미를 극대화하는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합병을 위한 신설 법인의 운영은 PGA가, 지분과 투자는 LIV 쪽이 담당한다. PGA 투어는 이사회 과반수를 임명하고 새로운 법인에 대해 과반수 의결권을 갖는다. 이사회 회장은 야시르 알루마얀 사우디 국부펀드(PIF) 총재가 맡을 전망이다. 최고경영자(CEO)는 PGA 투어 제이 모나한이 임명된다.

투자와 관련한 독점적 지위는 PIF에 있다. 잠정 계약 조건에 따라 PIF는 PGA와 LIV, DP를 포함한 신규 자본투자에 대한 우선 거부권을 갖게 된다. 신규 투자 독점권은 PIF에만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LIV의 9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PIF는 합병이 완료되면 추가로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별도의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사안에 정통한 익명의 관계자를 통해 보도했다.

합병 법인의 골프대회 관련 상업적인 운영, 팬 지원, 스폰서 및 이벤트 관리는 공동운영 방식이다. 전체 총괄(커미셔너)은 PGA의 모나한이 담당하지만, DP와 LIV는 골프대회 관련 정책위원회에도 소속된다. 또 개별 대회 개최와 이벤트 행사에서 관리·감독 권한을 함께 갖게 된다.

세부사항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PGA 투어와 DP 월드 투어가 별도 법인으로 운영될지, 국제투어로 바뀔지, 선수들이 LIV와 PGA 투어를 병행할 수 있을지, TV 중계권은 어떻게 될지는 미정이다.

PGA 투어와 LIV 골프는 지난해 6월 LIV 골프 출범 전후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였다. LIV 골프가 거액을 쏟아 부어 PGA 투어 선수들을 데려갔고, PGA 투어는 LIV 골프로 이적한 선수들의 라이더컵, 프레지던츠컵 등 주요 대회 출전을 금지했다. 타이거 우즈(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은 LIV로 떠난 선수들을 ‘배신자’나 ‘악마’처럼 묘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LIV 골프는 출범 1년 만에 PGA 투어와 통합을 이뤄내며 세계 골프의 한 축이 됐다.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 인권 문제 등 부정적인 인식을 세탁하는 ‘스포츠 워싱’ 목적도 달성했다. 합병이 완료되면 LIV 골프 소속 선수들이 미국과 유럽 골프 투어 회원자격을 다시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PGA와 LIV가 서로 제기했던 소송도 합의로 종료할 계획이다.

PGA와 LIV의 합병 소식을 가장 반긴 것도 LIV 골프 소속 선수들이다. 필 미켈슨은 합병 소식을 접한 뒤 "오늘은 멋진 날"이라고 말했다. 골프광으로 알려진 도날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멋진 골프 세계를 위한 크고 아름다운 거래를 축하한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PGA에 남아있던 일부 선수들은 “사악한 집단이라고 한 LIV 골프와의 합병을 누가 동의했느냐”며 반발했다. 외신들은 이번 합병을 사우디아라비아의 승리로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가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한 LIV로 골프대회를 만들어 PGA 투어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고, 결국 성공했다”고 봤다. 특히 사우디의 PIF가 새로운 투자자 유치에 대한 거부권을 가진 만큼 독점적 지위는 계속 유지될 것이란 의미에서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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