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로스페이스, 스페이스X에 도전장
통신레이더⋅장갑차 생산체계까지 구축
한화오션, 군함 생산해 해군력 대폭 강화
적자투성이 상선부문 정상화가 급선무

겹호재였다.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한 지난 5월 25일은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오션으로 간판을 바꿔단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한화그룹의 우주개발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의 사전준비와 발사운영에 참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그룹 계열사 중에서도 핵심이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최종 관문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였다. 이걸 통과한 건 한달쯤 전인 4월 27일이었다. 한화오션이라는 CI까지 새롭게 선포하면서 제대로 깃발을 바꿔 달았다.

덕분에 한화그룹의 비즈니스 영토는 우주부터 바다까지로 확장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우주발사체를 만든다. 한화오션은 구축함부터 잠수함까지 만든다. 사실 한화그룹은 K9자주포와 K2전차도 생산한다. 명실공히 육해공이 모두 한화의 비즈니스 영토다. 산전, 수전, 우주전이 모두 한화의 전선이다. 이렇게 한화는 방위산업체로서 산전과 수전 그리고 우주전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우주개발 민간 주도 첫걸음

사실 한화의 방산 역사는 1950년 한국전쟁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화그룹의 모태는 1952년에 설립된 한국화약이다. 한화는 한국화약의 줄임말이다. 한화는 1993년 CI를 한국화약그룹에서 한화그룹으로 바꿨다. 화약은 대표적인 방산 제품이다. 1952년은 한국전쟁이 38선을 둘러싼 공방전으로 전개되던 시기였다. 한화의 역사와 국방 그리고 전쟁은 태생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의미다.

내수업체였던 한국화약이 본격적인 방산수출업체가 된 계기가 된 것은 베트남 전쟁이었다. 다이너마이트의 국산화에 성공한 한국화약을 당시 박정희 정부가 방위사업체로 전격 지정하면서 한화의 수출 역사가 시작된다. 당시 당면 과제는 자주 국방이었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발을 빼고 월남이 패망하는 걸 목격한 박정희 정부로선 국산 방산 업체를 육성할 필요가 있었다.

한화가 선두에 섰다. 그로부터 지난 반세기 동안 한화는 각종 무기 생산과 연구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방위산업체였다. 누리호 발사와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마침내 우주와 바다까지 한화의 영토가 확장됐다.

누리호 3차 발사에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나사의 역할을 맡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스페이스X의 역할을 맡았다. 누리호 3차 발사는 한국 우주 개발이 올드 스페이스에서 뉴 스페이스로 나아간 첫 스텝이었다. 올드 스페이스는 정부가 주도한다. 뉴 스페이스는 민간이 주도한다. 올드 스페이스에서 비해 뉴 스페이스는 상업적이고 경제적이다. 그래서 효율적이다. 스페이스X가 우주 발사체의 운용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던 것도 이른바 스페이스 자본주의의 힘이다.

미국의 우주 개발은 올드 스페이스에서 뉴 스페이스로 진화하는데 반세기가 걸렸다. 반면 한국은 10년 만에 뉴 스페이스로 진화했다. 한국은 우주에서도 특유의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국은 우주 개발의 역사가 짧다. 선두 주자들을 따라잡으려면 압축 성장은 불가피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프로젝트의 체계 종합기업 대상자다. 체계종합기업은 항우연으로부터 발사체 개발 과정 전체의 기술을 이전받게 된다. 누리호는 정부와 항우연이 2010년부터 1조9572억원을 들여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우연의 10년 노하우를 한꺼번에 전수 받게 되는 셈이다. 대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5년까지 누리호 발사체 3기를 제작해서 최대 4번까지 발사해야만 한다.

이 기간 동안 발사체의 제작과 준비와 운용 노하우를 모두 확보하고 업그레이드해야만 한다. 동시에 뉴 스페이스 기업답게 한국형 발사체의 경제성까지 확보해야만 한다. 결국 스페이스X와 글로벌 우주 발사체 시장을 놓고 경쟁해야만 한단 뜻이다. 아직 누리호를 통해 화물을 우주로 운송하는 비용은 스페이스X에 비해 너무 비싸다. 스페이스X의 주력 발사체인 팰컨9에 비해 누리호는 12배 이상 비싸다. 위성과 같은 우주 화물을 우주에 보내는 비용이야말로 경쟁력의 핵심이다.

그래도 일단 한화는 한국 정부의 우주 화물 시장은 독점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지금까지 발사한 인공위성 숫자는 줄잡아 22기 정도다. 1992년 8월 발사한 우리별 1호가 최초였다. 지금까지 한국이 운용 중인 위성은 총 12기다. 미국의 1994개나 러시아의 1536개나 중국의 391개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최근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인접국가인 일본만 해도 184기다.

향후 5년간 인공위성 20기 발사

한국은 히로시마 G7 정상회담을 계기로 심리적 G8이 됐다는 표현이 나올만큼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 그에 비하면 우주 영토는 지나치게 협소하다.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위성의 숫자는 758기다. 이 중 한국 국적의 위성은 7기에 불과하다. 그것도 통신위성과 관측위성들이다. 군사용 정찰 위성은 0기다. 바꿔 말하면 한국은 이미 발사한 위성보다 앞으로 발사할 위성이 더 많은 잠재력이 큰 우주 시장이다.

게다가 지난 30년 동안 한국 국적으로 발사된 인공 위성들도 모두 외국 국적 발사체에 실려서 우주로 향했다. 미국 맥도널 더글러스의 델타2나 러시아의 유즈노예나 유럽의 아리안 로켓을 빌렸다. 심지어 2012년 5월 발사된 아리랑 3호는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이 제작한 H-IIA 발사체에 실려서 우주에 갔다. 아리랑이 미쓰비시에 실린 것이다.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인공 위성 숫자나 발사체 현황만 놓고 보면 한국은 우주 영토 주권을 잃은 상태다. 3번째 누리호에는 차세대 소형위성 2호 1기와 초소형 위성들이 탑승했다. 특히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매우 성공적으로 위성 궤도에 안착됐다.

한국은 앞으로 상당수의 인공위성을 발사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은 2007년부터 우주 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해서 실행하고 있다. 2023년부터가 4차 5개년 계획이다. 향후 5년 동안 발사가 예정된 인공위성 숫자만 20기에 이른다. 통신위성 5기와 실용위성 3기 그리고 차세대 소형위성 2기 등이다. 차세대 중형위성은 19기가 기획 중이다. 쉽게 말해 지난 30년 동안 쏘아올린 위성수만큼을 앞으로 10년 이내에 우주로 올려보내겠다는 얘기다.

당연히 앞으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하고 운용할 누리호에 실려서 우주 궤도에 오르게 된다. 당장 4차 발사에선 차세대 중형위성 3호가 실린다. 5차 발사에는 초소형 위성 3기가 실린다. 6차 발사에는 초소형 위성 5기가 실리게 된다. 발사체 개발을 책임질 한화 입장에선 탑승객 수요는 이미 확보한 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키우는 건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이익이다. 국제 위성 발사 시장은 사실상 소수 업체들이 독과점한 공급자 위주의 마켓이다.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과 유럽 정도가 플레이어들이다. 그래서 부르는 게 값이다. 2006년 아리랑 2호의 발사 대행 비용은 120억원 정도였다. 당시엔 러시아 발사체를 이용했다. 그런데 2013년 아리랑 3호 발사에선 비용이 250억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2023년 현재 평균 발사 대행 비용은 540억원 선이다.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위성 발사 시장 가격은 더욱 상승했다. 한국을 포함해서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발사 대행을 맡기는 게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러시아와 1000억원 규모 위성 2기 발사 대행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 중에서 462억원은 이미 집행됐다.

민간 기업인 스페이스X 쪽도 까다롭긴 마찬가지다. 스페이스X는 자체 발사체에 실을 위성체에 매우 까다로운 성능 테스트를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위성이 발사 과정의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지를 보겠다는 것이지만 결국 손님을 골라태우는 짓이다. 음식 배달을 하는데 배달 기사가 음식물을 먼저 먹어보고 배달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셈이다. 우주에선 지상과는 다른 경제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이 우주 발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 한국 정부는 1회 발사로 해외에 지불하는 500억원 안팎의 예산을 아낄 수 있다. 한화에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지만 동시에 국내 우주 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스페이스X 역시 창업 직후엔 나사로부터 수주한 화물 운송으로 버티면서 기술을 개발했다. 초반 수년 동안은 나사로부터 매출의 절반 이상이 나왔다.

다회용 우주엔진 개발이 숙제

우주는 한국 경제 입장에서도 얼마 안 남은 수입대체 산업화 시장이다. 수입대체 산업화란 해외에서 수입하던 제품을 국내 기업이 생산하도록 정부가 육성하는 전략이다. 이때 수입 가격에 비해 국산 제품의 가격과 품질이 떨어지는 상황을 일정 기간 동안 감수해야만 한다. 한국 경제는 전자 제품과 자동차에서 수입대체 산업화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자동차나 TV에 비해 우주는 수입대체 산업화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일반 소비자인 국민한테 대체 소비를 요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만큼의 세금은 투입된다.

한화는 앞으로 차세대 다연소 사이클 엔진을 개발해야만 한다. 연료산화제를 연소시키고 배출된 가수를 연소기로 다시 보내서 추가적 추력을 얻는 기술이다. 자동차로 치면 터보 엔진이다. 이걸로 현재 75톤급인 추력을 100톤급까지 올려야만 한다. 궁극적으론 스페이스X와 같은 다회용 엔진을 개발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선 귀환용 유도제어 기술부터 페어링 재사용까지 넘어야만 하는 등 기술적 난제가 많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제 겨우 엔진 재점화에 성공한 수준이다.

한화는 지난 수년 동안 그룹 내 우주 밸류체인 구축과 사업구조 개편에 집중해왔다. 한화 3세인 장남 김동환 한화그룹 부회장이 정점이다.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와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표도 맡고 있다. 동시에 한화그룹 우주 사업의 컨트롤 타워인 스페이스허브의 팀장도 겸임하고 있다. 2015년 삼성과의 빅딜로 인수한 삼성테크윈이 모태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젠 한화그룹 방산의 중간지주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한화디펜스와 한화시스템과 한화정밀기계와 한화파워시스템과 한화테크윈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덕분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우주발사체 뿐만 아니라 감시정찰과 통신레이더와 기동무기와 장갑차까지 모두 아우르게 됐다. 최근엔 대량 인명 살상 무기로 분류되는 집속탄인 천무 생산을 코리아 디펜스 인더스트리로 넘겨서 규제 리스크도 해소했다.

러우 전쟁과 미중 갈등으로 전 세계 국방비 예산과 무기 거래가 확대되는 추세다. 글로벌 방위 예산은 2016년 1조7870억 달러에서 2021년 2조7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유럽 국가들의 방위비와 무기 구매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나토 회원국들은 2024년가지 국방 예산을 2% 이상 증액할 계획이다.

덕분에 한국산 무기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산 무기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16년까지만 해도 1.0% 수준이었다. 2021년엔 2.8%로 3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세계 8위 무기 수출국이 됐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 무기 수출액은 177% 이상 증가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모두 한화한텐 절호의 기회다.

한화 무기의 장점은 일단 가격 경쟁력이다. 자주포 1문의 가격이 독일산의 절반이다. 동시에 속도다. 2022년 7월 폴란드와 계약한 K2전차 10대와 K9 자주포 28문은 불과 4개월만에 인도됐다. 실전 성능 경험이 부족한 건 약점이다. 대신 남북 대치 덕분에 훈련 성능은 충분히 검증됐다.

여기에 한화오션까지 더해진 것이다. 한화오션의 방산부문한텐 한국 정부라는 든든한 수요처가 있다. 한국 정부 역시 빠르게 국방비 예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방비는 2021년 502억 달러로 세계 10위 수준에 이르렀다. 2020년부터 4.7%나 증가했다. 사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의 방산부문만 인수하고 싶어했다. 시너지 효과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사실 대우조선해양의 상선 부문은 한화한테도 상당한 부담이다. 이젠 한화오션이 된 대우조선해양의 매출은 상선부문 90%와 방산부문 10%로 구분된다. 상선부문의 총부채는 10조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676%다. 2023년 1분기만 해도 이미 628억원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한화 입장에선 방위산업체로서 해군력을 증가시켰지만 동시에 적자투성이 상선부문도 정상화시켜야 하는 숙제가 생긴 셈이다.

한화오션의 인수 주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과 한화에너지 같은 한화의 핵심 방산 계열사들이다. 한화가 한화오션을 어떤 비즈니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군함을 만들고 싶은데 상선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스페이스 우주전에선 로켓을 쏘아올렸다. 이젠 오션 수전에서 승전고를 울릴 차례다.

- 신기주 더 밀크 코리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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