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유통 채널인 이커머스사들이 대기업이 잡고 있는 전통 유통사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으로 중소기업 제조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의 상품을 소개함으로써 소비자 니즈를 충족하는 한편, 이커머스와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어 바람직한 사업 모델로 기록될 전망이다.

최근 쿠팡에 따르면 올해 1~5월의 식품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중소·중견기업의 즉석밥 제품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최대 10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를 기준으로 한 지난해 7월 기준 국내 즉석밥 시장점유율은 CJ제일제당의 ‘햇반’이 66.9%를 차지하고 있다.

오뚜기의 ‘오뚜기밥’이 30.7%로 그 뒤를 쫓고 있으며 이어 동원F&B의 ‘쎈쿡’, 하림의 ‘더 미식’ 등의 제품도 사실상 과점 시장이었던 즉석밥시장의 벽을 깨고 있는 상태다. 대기업이 시장을 꽉 잡은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제품의 판매량이 증가한 것은 유의미한 신호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쿠팡, 대기업 대신 中企상품 입점

최근 쿠팡에 따르면 올해 1~5월의 식품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중소·중견기업의 즉석밥 제품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최대 10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쿠팡에 따르면 올해 1~5월의 식품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중소·중견기업의 즉석밥 제품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최대 10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은 해당 기간 즉석밥 제조 업체인 유피씨의 판매량이 무려 1만41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타 기업의 증가율은 △시아스 7270% △참미푸드 1080% △티엘푸드 290% △미트리 170% 등으로 나타났다. 즉석밥뿐만이 아니다. 즉석국, 냉동만두 등 카테고리에서도 중소·중견기업의 성장률은 두드러졌다. 교동식품의 즉석국 부문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0% 가량 증가했으며 취영루의 냉동만두 판매량 역시 61% 성장했다.

이와 함께 밀가루·부침 카테고리에 입점한 대한제분(98%), 광천우리밀(41.6%) 등의 성장률 역시 눈에 띄었다. 김 카테고리에서는 풀무원식품(234%)과 광천김(49%) 등 중소·중견기업은 물론 어업회사법인 순수해작(221%), 농업회사법인 자연향기(615%) 등의 성장률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쿠팡 측은 높은 시장 점유율을 앞세운 대기업 제품 대신 경쟁력 높은 중소·중견기업들의 상품을 대거 입점시켰고, 그 결과 가성비 경쟁이 치열해져 소비자 유입과 구매가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판로 개척은 물론 기술력 높은 중소·중견기업과 쿠팡 자체 브랜드(PB) 계약을 체결하며 추가적인 성장도 도왔다. 실제 쿠팡 PB 상품인 ‘곰곰 단백질바’를 생산·납품하는 에스앤푸드는 지난 2019년 입점 첫해 매출 2억원에서 지난해 30억원으로 15배가량 성장했다.

이 같은 전략은 중소기업뿐 아니라 쿠팡의 전반적인 식품 판매 성과 역시 성장시켰다. 쿠팡의 올 1분기 식품 판매액은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쿠팡의 전체 매출 신장률과 같은 수준이다. 이는 곧 식품 판매가 기업 전체의 실적을 견인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특히 국내 1분기 음식료품 판매액 성장률이 6%가량에 불가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쿠팡의 성장률은 독보적인 수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3분기부터 세 분기 연속 영업이익(별도 기준) 흑자를 기록했고, 창사 13년 만인 올해는 첫 연간 흑자 전환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티몬, 소상공인 판로지원 지속

티몬은 올해도 중소기업유통센터, 서울경제진흥원 등과 함께 소상공인들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판로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티몬은 올해도 중소기업유통센터, 서울경제진흥원 등과 함께 소상공인들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판로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성공 요인이 타 이커머스에도 확산되는 분위기로 보고 있다. 소상공인·스타트업 제품 판매에 강점을 보이는 티몬 역시 지난해 적극적으로 소상공인 판로 지원 사업을 펼친 결과 지난해 매출이 3287억원으로 전년 2220억원 대비 48% 증가한 것은 물론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해 티몬이 지원한 소상공인 업체 수는 약 5000개에 달하며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제휴 협력 공공기관도 25곳에서 34곳으로 늘었다. 티몬은 올해도 중소기업유통센터, 서울경제진흥원 등과 함께 소상공인들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판로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용인시산업진흥원과 함께 ‘용인 세일 페스타’ 특별전을 개최하고 지역 중소기업 30여개사의 인기 제품을 특가에 선보였다. 정해영 티몬 상생협력실장은 “중소기업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한편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기 위한 행보”라며 “상생 협력의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판로 확대가 절실한 중소·중견 업체들과 협업을 강화하는 전략은 이들의 성장은 물론 이커머스의 매출에도 큰 도움이 된다. 나아가 일자리 창출 기회 확대 등 선순환 효과도 발생한다. 무엇보다 고객들에게 그간 대기업의 브랜드 인지도에 밀렸던 제품력을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전반적인 만족도 역시 높일 수 있다. 대기업에 밀려 지금껏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중소·중견기업들이 공정한 판매 환경에서 제품력으로 경쟁할 수 있길 바라본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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