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ESG 분야 최대 화두는 단연코 ‘공급망실사 대응’이다. 독일에서 지난 1월 1일 공급망법이 발효됐고, EU 의회는 6월 중 공급망실사법 최종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현장에서는 공급망실사법이 통과되면, 중소 협력사의 ESG 평가 부담이 늘어나고, 거래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독일 BMW그룹은 매년 1000개 협력사를 평가하고, 이 중 약 150개사를 공급망에서 탈락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생존게임 방식의 공급망 관리는 장기적으로 해당 산업의 기반을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제 살 깎아 먹기와 다름없다.

특히, 공급망실사법은 원청기업에게 공급망 전체에 대한 환경경영과 노동환경 개선 의무를 부과하기 위해 입안됐다. 공급망실사법은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한 중소 협력사의 실정을 고려해, 원청기업에 중소 협력사 지원의무를 명시하기도 했다.

사실, 공급망 ESG관리는 뒤집어 생각해 보면, 큰 틀에서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이라고 볼 수 있다. 공급망 실사라는 것이, 기업 가치사슬내에서 협력사 관리를 통한 기업경쟁력과 가치제고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급망 실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페널티 방식보다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통해 중소 협력사의 ESG 역량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기업은 협력사를 평가하고 시정을 요구하지만, 지원은 미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2년 6월 발표된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20.3%가 거래처로부터 평가를 요구받았지만 64.5%가 지원은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협력사 지원은 약자에 대한 시혜성 지원이 아니라, 대기업이 가치사슬 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공급망 실사 대응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윈-윈 전략으로 바라봐야 한다. 단언컨대, 대기업의 협력사 ESG 지원 확대는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이다.

그동안 삼성 등 주요 기업은 다양한 동반성장 활동을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대기업이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해, 공장 자동화 시스템 구축 등 중소기업의 제조혁신을 지원하는 상생형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이 좋은 예다. 중소기업 ESG 경영에 있어서도 다양한 업종의 대기업들이 노하우와 데이터 관리에 필요한 솔루션을 공유하는 등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중소기업이 소속된 업종별 협·단체가 중소기업 ESG 경영 확산에 앞장서야 한다. 중소기업이 개별적으로 ESG 경영을 추진하기에는 전문성이 부족하고 비용부담도 크기 때문에 업종별 ESG 확산 노력이 필요하다. 중기중앙회가 올해 하반기 전기, 섬유 등 5개 업종 ESG 경영 지원을 위해 개발해 보급할 예정인 업종별 맞춤형 툴킷 사업이 좋은 예다. 정부와 대기업은 이러한 활동에 관심을 갖고, 더 많은 업종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1년 기간 중 우리나라의 ESG 수준은 주요 17개국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국가 ESG 수준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방증이다. 후발주자로서 ESG 선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강점을 활용한 ESG 모델을 개발해 확산해야 한다. 그리고 중소기업이 ESG 경영을 확산하고 성공적으로 공급망실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대기업의 상생협력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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