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실패 고민 말고 잊는게 상책
함께 사는 사회…신중한 처신 중요
망각·자각 간 균형감 유지 바람직

우리 편의점은 술을 팔지 않는다. 신문 칼럼에 그것을 언급했더니 “술 안파는 편의점도 있어요?”라고 묻는 독자분이 계셨다. “저희 편의점은 오피스 빌딩 지하에 있는 일종의 사내(社內) 편의점인지라 술을 팔지 않습니다. 판매가 금지돼 있는 것은 아닌데, 워낙 안 팔리니 비치하지 않는 것뿐입니다. 가끔 술을 발주하는 경우가 있긴 해요. 그건 제가 마시는 용도입니다”라고 답변을 드렸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우리 편의점에 술을 팔지 않는다는 사실은 내가 쓴 책에서 이미 밝힌 내용이다. 신문 칼럼이나 인터뷰에도 몇 차례 말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독자들이 내가 쓴 책을 모두 읽었을 리 없고, 내 칼럼과 인터뷰를 전부 살펴봤을 리도 만무하다.

그러고 보면, 세상 사람들은 나를 잘 모른다. 나름대로 에세이스트로서 일상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 직업인 나조차도 그럴진대, 일반적인 사람이야 오죽하랴. 사람들은 당신을 잘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정한 착각 속에 살아간다. 사람들이 나를 잘 알고 있고, 나를 주시하고 있다는 착각이다. 사람들은 당신을 잘 모르고, 당신에게 별로 관심도 없다. 따라서 작은 실수 좀 했다고 지나치게 마음고생 할 필요는 없겠다. 사람들은 바쁘다. 숱한 이슈가 하루가 다르게 우리 곁을 휙휙 지나간다. 혹여 이불 속에 얼굴을 숨기고 부끄러워할 발언이나 행동을 했더라도 세상은 금세 잊는다. ‘시간을 되돌려 그때로 돌아갔으면’ 하고 애면글면 마음  태우는 것보다 빨리 잊고 앞으로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다.

사업이나 투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동안 나와 부모님이 운영했던 이런저런 가게들에 대한 책을 냈더니 “여러 번 사업에 실패하셨던데, 마음 아프지 않았어요?”라고 묻는 독자분이 계셨다. 어찌 아프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찡그리고 화를 낸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으니, 되돌아 반성하며 고칠 것은 고치되, 앞으로 일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과거에 대한 최상의 위로다. 끙끙 앓는다고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잃은 재산이 되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필요한 것 같다. 사람들은 나를 잘 안다. 나에게 관심이 많다. 안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주시하고 있고, 잊은 것 같지만 잊지 않고 있다. 그러니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도 누군가는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조심하는 자세로 살아야 한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은 분명 알고 있으며, 도덕에 거스르는 일은 내 양심이 먼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앎과 모름의 변증법 가운데 우리는 세상을 살아간다. 사람들은 나를 잘 모르니 괜히 주눅들 필요 없다.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면 된다. 한편 언제나 사람들 가운데 함께 살아간다는 생각으로 몸가짐을 삼가고 신중해야 할 것이다. 전자가 망각의 지혜라면, 후자는 자각의 효용이랄까.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쳐서도 안 되고, 다른 한쪽을 무시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한번은 명백한 내 착오로 손님에게 돈을 더 받은 적이 있었다. 손님이 확인을 부탁하자 “그럴 리가 없는데요…”라고 조용히 중얼거렸던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손님은 화를 내고 돌아갔다. 그 손님이 가게 앞을 지나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시간을 되돌려 그날의 나를 혼내주고 싶었다.

1년쯤 지났을까, 한가한 시간에 손님 왔기에 그때 너무 죄송했다고 말했다. 손님의 대답은 “그런 일이 있었어요?”였다. 그리고 웃으면서 그러더라.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죠.”

 

 

 

봉달호
편의점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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