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 해저 4000m에 가라앉아 있는 비운의 여객선 타이태닉호를 둘러보기 위해 나선 잠수정.
대서양 해저 4000m에 가라앉아 있는 비운의 여객선 타이태닉호를 둘러보기 위해 나선 잠수정.

대서양 해저 4000m에 가라앉아 있는 비운의 여객선 타이태닉호를 둘러보기 위해 나섰던 잠수정 ‘타이탄’에 탑승했던 5명이 모두 사망했다.

6월 22일(이하 현지시각) 수색 당국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케이프 코드 해변에서 동쪽으로 약 1450km 떨어진 대서양 바닥에서 잠수정 타이탄 외부 구조물 일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수색 당국은 이 구조물이 잠수정 내부 폭발에 의해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실종된 타이탄에는 이 잠수정 운영사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최고경영자 스톡턴 러시, 사업가이자 탐험가이기도 한 영국 억만장자 해미쉬 하딩, 파키스탄 재벌 샤자다 다우드와 그의 아들, 프랑스 국적 해양 전문가 폴 앙리 나졸레가 타고 있었다.

잠수정 타이탄을 타고 타이태닉을 보기 위해서는 1인당 3억4000만원을 내야 한다. 초고가 관광상품인 셈이다. 거금을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있고, 상당한 수준의 위험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 부자들이 모객 대상이다.

총 8일 동안 진행되고, 한번 잠수할 때마다 8시간가량이 소요된다. 잠수정에는 세탁기 문에 달린 창문과 같은 선창이 하나 있고, 이곳을 통해 타이태닉 선체를 구경할 수 있다. 20분 정도 기념사진을 찍는 시간도 주어진다.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까지 들어가지만, 최근 심해·우주 관광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심해·우주 탐사 관련 기술 개발 자금이 필요한 연구자들과, 자극적이고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부유층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최고급 집과 자동차, 비행기 등 안 가진 것이 없는 초부유층은 아무나 할 수 없는 특별하고 자극적인 경험을 원한다. 극단적인 관광상품들은 희소가치를 높이고,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구 끝까지 도달하려는 호황을 누리는 사업”이라며 “시장 규모가 매년 두 자릿수씩 성장해, 오는 2032년 600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보도했다.

슈퍼리치들이 목숨 걸고 하는 관광은 연일 예약 대기 상태다. 약 10분간 우주에서 무중력을 체험하는 관광 티켓은 지난 10년간 약 800장이 판매됐다. 좌석당 가격은 초기 20만달러(약 2억5800만원)에서 현재 45만달러(5억8000만원)으로 급등했다. 우주 관광 기업 버진 갤럭틱은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이끌고 있다.

우주 관광의 포문을 열었던 스타트업 엑시옴 스페이스는 지구 상공 400km에 위치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민간인을 보내는 우주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에 방문하고 일주일간 체류하는 왕복 상품 비용은 1인당 600억원이 넘는다.

일반인도 러시아 우주선을 타고 달 궤도를 도는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물론 1억달러(약 1300억원)를 내야 한다. 2억원대인 남극 탐험 관광객도 올해 10만명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내다봤다. 이외에도 니카라과 활화산 마사야에 오르기, 멕시코 해안 백상아리떼와 수영하기, 페루 마추픽추에서 스카이다이빙하기, 잠비아·짐바브웨 빅토리아 폭포 악마의 수영장에서 헤엄치기 등 기상천외한 관광상품들이 성행 중이다.

값비싼 비용 탓에 대중들은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상품들. 쇼크 관광, 혹은 고위험 관광이라고도 불리는 이 여행은 수억원을 지불하는 소수 정예로만 구성된다. 목숨에 위협적이거나 접근이 어려운 곳으로 가서 ‘그들만의 관광’을 즐긴다. 목숨을 걸고 개인의 자유를 누리려는 슈퍼리치들의 세계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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