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미관계 공고 발언에 심기불편
제2 사드 보복 취해질까 中企 초조
안정적 수출입 창구 마련 급선무

“저도 중국에서 일하고 싶어요.”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 씨가 중국 한한령(限韓令)으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했다. 슈가 씨는 최근 팬 플랫폼 위버스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던 중 중국 투어를 요청하는 팬에게, 중국에서 공연할 수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과연 이는 BTS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중소기업은 직간접적으로 중국에 진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중국 진출을 꿈꾸더라도 한한령으로 인한 위험부담이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일찌감치 중국에 자리를 잡은 국내 중소기업 또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그렇다면 한한령은 무엇일까. 중국 내 한국에서 제작한 콘텐츠 및 한국 연예인 출연 방송이나 광고 등 송출을 금지해 한류를 즐길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중국이 한국 게임을 대상으로 한한령을 시행하게 된 배경은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국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가 결정됨에 따라, 중국에서는 이에 대한 보복 일환으로 한국 문화콘텐츠 수입을 막았다. 중국에 이미 성공적으로 자릴 잡았던 식품, 유통, 뷰티기업들도 하나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중국 당국은 공식적으로 한한령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불거지는 리스크는 잊을 만하면 다양한 산업 분야에 크고 작은 파장을 일으키는 이슈다. 이미 일정 부분 혹은 전면 차단 대상이 된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주요 포털 역시 관련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중소기업 대표 상품들을 직접 알릴 수 있는 기회는 더욱 감소했다.

또, 중국이 코로나19로 주요 지역을 봉쇄하면서 국내 제조·서비스 기업들은 지난해까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은 국내 대형 플랫폼사 및 중국 플랫폼사와 협업을 맺고 현지 소비자를 공략하며 간접적으로 수출을 꾀해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2013~2021년 중국 수출·수입 크로스보더 연평균 성장률(CAGR)은 27.8%에 달한다. 특히 2021년 중국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산업 규모는 14조2000억위안으로 전년대비 13.6% 증가, 수입 크로스보더 규모는 3조2000억위안으로 전년대비 14.3% 증가했다. 그러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중국 중산층 증가 및 수입 확대 정책에 따라 다수 글로벌 브랜드가 중국 시장 진출을 다시 시도하며 기지개를 켰다.

그러나 조금씩 녹아내리는 듯했던 분위기는 6월로 들어서며 다시 얼어붙었다.

중국 외교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대변인을 통해 “최근 한중 관계는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고,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관계를 공고히 하는 발언을 한 것에 심기가 불편하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또, 한국이 미국·일본과 안보 경제 보조를 맞추고, 윤석열 대통령이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 입장에 반하는 발언을 한 일련의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점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발언이었다. 싱 대사는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관저 만찬에서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지만,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제2의 사드보복 조치가 취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 21일 미중관계 개선 기대감이 높아진 점은 그나마 한숨을 돌릴 만하다.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미국 외교 수장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지도부와 연쇄회담을 가졌다. 한국의 대(對)중국 외교 전략에도 긍정적인 지점이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다만 중소기업들은 하루가 달라지는 외교 문제에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출·수입 길이 막히는 등 가시적인 사건들은 발생하지 않았기에 기업들이 설정한 전략도 당장은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외교 문제는 분명한 ‘돌발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마음을 졸여야 한다는 점에서 피로감이 쌓이기 마련이다. 중소기업이 보다 안정적으로 중국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는 창구 마련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업계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군사, 경제, 외교 등 여러 측면에서 악화되고 있었던 미중 관계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증시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라면서도 “여전히 이들은 대만 충돌, 경제 패권 등을 둘러싼 갈등 해소는 장기적인 사안인 만큼 이번 회담이 완전한 미중 해빙모드 돌입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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