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5월 연체율 0.33%
전년 동월대비 0.13%p 상승
고금리에 경기침체 겹악재
기준금리 인하 여부가 변수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는 이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누적된 금리 인상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경기둔화 영향마저 겹치면서 가계와 기업이 속속 상환 한계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연속 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 시점을 예단하기는 이른 만큼 당분간 한계차주 증가로 인한 연체율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은행권 여신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쳐 전체 금융 불안정 요인으로 심화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 상승

최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월 신규 연체율(잠정) 평균은 0.09%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5월 신규 연체율(0.04%)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신규 연체율은 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을 전월 말 기준 대출잔액으로 나눈 것으로, 얼마만큼의 새로운 부실이 발생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들 5대 시중은행의 신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1∼7월 0.04%로 변동이 없다가 8월 0.05%로 올라선 뒤 10월까지 같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어 지난해 11월 0.06%, 12월 0.07%, 올해 1월 0.08%, 2월 0.09%까지 치솟았다. 은행들이 분기 말 연체관리에 나서면서 신규 연체율은 3월 0.07%로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4월 0.08%, 5월 0.09%로 다시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5월 가계 신규 연체율은 0.08%로 1년 전(0.04%)의 2배였고, 기업 신규 연체율은 0.11%로 전년 동월(0.05%)의 2배가 넘었다. 전반적으로 가계와 기업 모두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연체율 흐름에 큰 변화가 없다가 하반기 들어 상승세로 전환한 뒤 올해 들어서도 상승 추세를 멈추지 않고 있는 셈이다.

신규 연체 증가는 은행 전체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 5대 시중은행의 5월 말 기준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평균 0.33%로 집계됐다.4월(0.31%)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을 뿐 아니라 전년 동월(0.20%)과 비교하면 0.1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5대 은행 원화 대출 연체율은 지난 1월 0.26%에서 2월 0.31%로 0.3%대에 진입한 뒤 3월(0.27%) 소폭 하락했지만, 4월(0.31%)과 5월(0.33%) 다시 상승세를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5월 말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은 0.29%, 기업대출 연체율은 0.37%로 각각 한 달 전 대비 0.02%p, 0.04%포인트 뛰었다. 지난해 5월의 0.16%, 0.22%와 비교하면 각각 0.13%포인트, 0.15%포인트 올랐다.

금리인하 시점 예단 못해

최근 뚜렷한 연체율 상승은 기준금리 상승의 누적효과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 통화정책 정상화에 착수, 2023년 1월까지 역사상 가장 빠른 금리인상(300bp·1bp=0.01%포인트)을 단행했다. 이후 3연속 금리 동결로 일단 인상 기조를 멈췄지만 금리 인하 시점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높은 수준의 금리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금리 연내 인하 가능성에 대해 “(소비자) 물가(상승률)가 확실하게 2%에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기 전까지 인하 시기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경기둔화에 따른 기업 실적 부진도 연체율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매출액 1000억원 미만인 비금융 상장 중소규모 기업 700개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손익은 1567억원 적자로, 영업이익률은 -1.3%였다. 특히 전체의 56%인 391개 기업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고, 특히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은 2021년 4분기 290개에서 지난해 4분기 346개로 19% 급증했다.

“연체율 상승 당분간 지속” 전망

은행들은 올해 초부터 중소법인을 중심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연체율이 현재는 개인사업자와 기업, 가계로 전방위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A은행의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중소법인 연체율이 늘기 시작하다가 현재는 개인사업자 및 가계 연체도 늘고 있다”면서 “자산가치 하락, 금리 상승, 경기 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연체는 특정 기업이나 업종이 아니라 전반적인 경향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B은행 관계자 역시 “신용등급 하락 및 한계기업 증가로 인한 중소법인 위주의 연체율 및 고정이하여신비율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C은행 관계자는 “고금리와 고물가, 고환율의 3고 현상과 경기 침체 장기화, 금융리스크를 동반한 대내외 불안전 시장 상황으로 한계기업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에 따른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취약차주의 다중채무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상이 사실상 마무리된 만큼 연체율 등이 조만간 정점을 찍고 하락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D은행 관계자는 “향후 추가 금리인상이 제한적인 점을 고려하면 연체 증가 추세가 점진적으로 약화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리스크관리를 통한 여신 정상화, 2분기 부실여신채권 상·매각 등을 통해 비율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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