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방산계약 체결시 세밀하게 사전 검토해야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한국의 방위산업은 K-팝, K-드라마, K-푸드와 함께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일관된 방위산업정책, 국제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그리고 빠른 공급능력 등이 K-방산의 비약적인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KDI 경제정보센터의 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방위산업 육성의 계기를 1971년 약 2만명의 미군 철수로 분석하고 있다. 그때부터 한국 정부는 자주국방을 목표로 고도화된 무기의 개발과 생산에 노력을 집중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런 과정 속에서 미국이 한미동맹의 틀에서 한국의 방위산업 능력 향상을 위해 자발적으로, 때론 ‘절충교역’의 일환으로 미국 기술의 이전을 승인하고 노하우를 공유하며 교육훈련을 제공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수수료‧계약해지 등 조항 명확히 해야

필자는 이런 시대적, 상황적 배경 속에서 지난 수년에 걸쳐 한국으로부터 의뢰받은 방산관련 케이스들을 통해 양국 민간 사업자 사이에서 발생한 국제 에이전시 계약상의 분쟁사례와 여러 현안 문제를 처리한 경험이 있다. 이들 케이스의 공통점은 계약서가 외국 판매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이 많다는 점이다. 계약해지 통보는 이유를 불문하고 주로 30일 해지예고 조건만 충족시키면 된다고 명시된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의 에이전트에게 제일 중요한 ‘수수료’에 관한 정의나 수수료 지급의무 발생과 완성시점에 대한 규정이 애매모호하거나 구체적으로 명시돼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의도적인 불확실성과 대비되는 대목은 향후 당사자 간에 법적 분쟁이 발생하게 될 경우, 소송이나 중재의 장소 선택, 이 과정에서 적용될 법의 선택 등에 관한 규정인데, 대부분의 경우 한국이 아닌 외국 판매자의 사업장 소재지로 규정돼 있다. 그래서 한국의 협력업체는 생소한 외국 법정에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법률비용을 써가며 싸워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피해보상에 대한 권리주장을 제대로 펼쳐나가기가 쉽지 않다.

한 예로 글로벌 방산업체인 외국의 A사는 자사만의 독보적 기술로 완성한 제품과 서비스를 한국에 판매하기 위해 한국의 B사와 비독점적인 에이전시 계약을 맺었다. B사의 성실한 노력과 다년간에 걸쳐 쌓은 노하우, 업계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휴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A사는 비중있는 여러 건의 방산제품 판매와 메인시스템 업그레이드 계약을 수주하게 됐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항은 이중 특정 계약은 제품의 특성상, 계약 수주 자체가 향후 수년간 이어질 아주 중요한 계약이었다. 다시 말하면 한국 업체에겐 이미 발생된 미지급 수수료와 적지 않은 액수의 미래 수수료가 확보된 셈이었지만, A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B사에게 계약해지 통보를 해왔다.

B사의 주장에 따르면, 아무 귀책사유 없이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배경에는 A사가 미래에 발생하게 될 수수료 지급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전략적인 선택을 했다는 의심을 지워 버릴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중재여부‧분쟁장소 신중한 선택 필요

분쟁시 ‘중재’로 문제를 해결하게 돼 있는 계약은 갑과 을의 관계에 있어서 갑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모든 중재의 협상과정이 비밀에 부쳐지기 때문에 을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억울함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공개적으로 호소할 채널이 없을 뿐 아니라 중재비용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 케이스 또한 중재 조항을 담고 있어 계약 해지 전부터 시작된 A사의 B사에 대한 헛짚은 의심에 바탕을 둔 음해공작을 호소할 무대가 없는 B로서는 이 사건을 공론의 장으로 끌고 나와야 하는 부담을 안고 싸워야만 했다.

다행히 조사를 통해 필자는 프랑켄 개정안(Franken Amendment) 법령을 찾아내게 됐다. 이 법안의 골자는 미국의 방위사업자가 미국 정부와 거래를 하려면 해당사업자의 직원이나 이 사업자와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독립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예를 들면, 한국의 협력업체-가 사업자를 상대로 인종차별, 출신지 차별, 성차별, 성폭행, 고용과실 등을 이유로 클레임을 제기하게 되면 해당사업자는 더 이상 고용계약서에 명시된 중재조항을 발동해 이런 종류의 클레임을 중재로 사장시킬 수 없다는 내용이다. 즉 방위사업체가 미국 정부와 사업을 하려면 미국 정부의 정책을 수용해야 된다는 요구인 것이다.

이에 따라 필자는 B사에 대해 음해공작을 해 왔던 A사측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B사는 미국에서 A사의 일방적인 해지통보가 B사에 대한 인종차별에서 비롯된 행위라는 주장을 근거로 정식으로 인종차별 등 사유로 소장을 법원에 제출해 이 문제가 공론화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세를 펼친 결과, B사가 만족할 수 있는 금액으로 합의를 보게 됐다.

국제 에이전시 계약 시 사전연구 필수

보는 사람에 따라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프랑켄 개정안은 그 당시 우리팀에게 단비와 같은 충전소가 돼줬다. 아울러 그 당시에 한국에서 별도로 검토하고 있었던 A사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소송도 상대측에 어느 정도 부담이 됐을 것으로 확신한다.

결론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국제 에이전시 계약은 구조적으로 갑을관계의 상황이라 하더라도 특히 수수료와 관련된 조항은 해외 방산업체의 제품의 성격과 특성, 그리고 한국에서 필요로 하는 무기체계의 규격과 사업단계, 도입시기, 사업승인과 예산통과 시점 등 여러 항목을 사전에 세밀히 분석해 이를 토대로 수수료 발생과 완료, 지급시점 등이 가능한 한 명료하게 규정돼야 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계약해지 조항도 예고기한 설정과 사전 선결조건 등 수수료 발생시점과 민감하게 연동돼 있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 초안을 잡아 신중히 협상을 하길 권고한다. 끝으로 분쟁해결과 관련된 조항도 분쟁해결의 장소를 법원과 중재의 장단점을 사전에 고려해 정할 것이며 적용될 법 조항도 미리 사전 분석해 어느 장소가 유리할 지 사전에 많은 연구를 해 두는 것이 좋다.

 

정홍균 변호사는 미국 뉴욕에서 지난 25년간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과 관련된 다양한 형사·민사소송을 수행해왔다. 정 변호사는 뉴욕 브루클린 검찰청 검사, 뉴욕 총영사관·KOTRA 자문변호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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