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간 평행선, 법정시한 넘겨
8월 5일까지 확정해 고시해야
영세한 소상공인 존폐 갈림길
“저소득계층까지 피해 불보듯”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가 지난달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가 지난달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경영계가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논의가 법정 시한을 넘겼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오후 3시에 시작한 전원회의는 정회와 속개를 거듭한 끝에 오후 11시 20분께 종료됐다.

이날은 최저임금법상 심의·의결을 마쳐야 하는 날이었으나 노사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오는 4일 제10차 전원회의에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에 앞선 지난달 27일의 제8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 전원이 ‘정부의 노동 탄압’을 이유로 퇴장, 파행되면서 법정시한을 넘길 것으로 예측됐다.

9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들이 복귀하면서 최저임금위는 정상화됐지만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26.9% 인상한 시급 1만2210원을 요구한 노동계와 동결을 주장한 경영계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최저임금위는 시한을 넘기더라도 남은 행정절차를 고려하면 7월 중순까지는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넘겨야 한다. 장관은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해 고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제는 1988년에 시행됐는데, 올해까지 총 37차례의 심의 가운데 법정 기한을 지킨 것은 9번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2014년에 이어 8년 만에 기한을 지켰다.

경영계는 그동안 요구해왔던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이 무산된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올해와 같은 시급 9620원으로 제시했다. 월급(월 209시간 노동 기준)으로 환산하면 201만580원이다.

사용자위원들은 제8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하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임금 지급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용자 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인건비 문제로 폐업을 고민하는 소상공인을 살펴봐야 한다”며 “최저임금이 동결되지 않으면 최저임금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인 저소득계층이 보호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숙박음식업의 경우 작년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서 최저임금 수준이 중위 임금의 90.4%였다”라며 “이는 숙박음식업의 (임금) 지급 능력에 대한 고려 없이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위는 지난달 22일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서 내년에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할지를 놓고 투표에 들어가, 반대 15표, 찬성 11표로 결국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은 부결됐다. 투표는 근로자위원 8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주로 학자들로 이뤄진 공익위원들이 반대표를 많이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경영계는 그동안 최저임금의 구분 적용을 도입해 체인화 편의점, 택시 운송업, 숙박·음식점업(일부 제외) 등 3개 업종에는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업종별 차등 적용과 관련해서는 최저임금법 제4조에 이미 근거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해 적용한 것은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뿐이다.

당시 최저임금위는 벌어진 임금 격차를 고려해 음료품·가구·인쇄출판 등 16개 고임금 업종에는 시급 487.5원, 식료품·섬유의복·전자기기 등 12개 저임금 업종에는 시급 462.5원을 적용했다.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들은 별도 입장문을 통해 “최저임금위가 또다시 업종별 구분 없이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허탈감과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도 부결 직후 “사용자위원 측에서 내년도 전 업종 차등 적용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해 숙박 및 음식점업, 체인화 편의점업, 택시운송업으로 한정해 일단 시행하자는 양보안까지 제시했는데도 외면했다”며 “영세한 소상공인들은 고용을 포기하거나 가게 문을 닫으라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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