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승계시 세부담을 낮추는 내용의 기업승계제도 개선 방안이 담긴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CEO의 급속한 고령화라는 현실에 맞게 계획적 사전 승계가 쉽도록 5년인 증여세 연부연납(분할납부) 기간을 최대 20년까지 늘린다.

기업승계 주식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세율도 저율(10%) 과세 구간을 60억에서 300억원까지 늘린다. 기업승계 이후 업종 변경 제한도 중분류에서 대분류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계가 기업승계 원활화를 위해 요구했던 제도개선 사항이 대부분 반영된 것이다. 

사실,  기업승계 이후 업종변경을 중분류로 제한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규제다. 산업 트렌드의 급격한 변화에 맞춰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혁신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업종 변경도 필요한 경우가 다반사다. 가령, 욕실자제 제조업을 운영하는 A사의 경우, 현재 주력제품이 플라스틱 자재(중분류22)다.

하지만 추진하는 신사업이 절수형양변기(중분류23)로 사전에 주된 사업으로 성장하면 가업으로 인정되지만 사후 성장 시에는 인정이 불확실하게 돼 적극적인 투자를 못하고 있다고 한다.

대분류로 업종변경 제한이 완화되면 이런 걱정을 상당부분 덜 수 있다. 투자와 일자리를 늘릴 수만 있다면 도소매나 건설에서 제조업 등으로의 업종변경 제한 자체를 아예 없애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84%가 승계방식으로 사전증여를 선호하는 현실에서 증여세 연부연납 기간과 저율과세 구간을 확대하는 것은 계획적 승계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전증여시 연부연납기간이 5년에 불과해 기업상속 공제의 20년과 비교했을 때 너무 짧았다. 그리고 증여세 특례한도도 600억원인데 60억 이하까지만 10%의 저율과세를 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부모로부터 기업을 승계 받은 2세들은 새로운 사업에 대한 투자를 생각하기에 앞서 눈앞에 놓여있는 세금을 어떻게 내야할지부터가 고민이라는 것이었다.

중소기업이 원활한 기업승계를 통해 장수기업으로 성장하면 우리사회에 큰 이익이 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30년 이상 장수기업은 업체수는 4.3%에 불과하지만 매출액은 21.3%, 자산은 28.6%를 차지한다. 업력이 높아질수록 고용능력과 연구개발비도 급격히 늘어난다.

반면 승계가 실패하면 폐업하는 업체가 약 3만개, 실직하는 근로자는 56만명, 매출액에 대한 경제적 손실규모는 137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정부가 기업승계제도 개선안으로 발표한 업종변경 제한 완화와 증여세 연부연납기간 연장, 저율과세 구간 확대는 장수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국회의 협조다. 지난해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선 후보 모두 중소기업의 원활한 승계지원을 정책공약으로 약속했다.

이번 정부의 제도개편 방안이 현실에 맞게 보완돼 우리나라도 일본이나 독일처럼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다수의 명문 장수기업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국회도 여야가 협치를 통해 그동안 불합리하다고 지적돼 온 기업승계제도를 현실에 맞게 보완해 줄 것을 당부한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