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급성장에 사업영역 모호
오프라인만으론 보호효과 한계
자율상생협약 등 유연대응 시급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 진출로부터 중소기업의 경영안정과 사업영역 보호라는 목표를 가지고 2011년 출발했다.

적합업종은 지금까지 동반성장위원회 주도로 총 128개가 합의·권고됐고, 현재는 5개 업종·품목을 유지하고 있다. 권고보다 유연한 방식으로서 신청단체와 관련 대기업 간에 체결된 상생협약도 46개를 유지하고 있다.

적합업종은 대·중소기업 간 상생발전을 추구하나 민간 주도로 이뤄지다보니 당사자들의 입장이 대립되기도 한다.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에 대한 대기업의 우려,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에 근거한 성과 비판이 그 예다.

그러나 적합업종 지정이 대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실증 근거는 없다. 적합업종이 규모의 영세성, 경쟁의 취약성 등 세부기준을 충족하는 일부 업종·품목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지정·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권고기간이 3년(혹은 최대 6년)으로 한시적이고, 대기업에 대한 권고사항을 법적으로 강제할 수단도 없다.

필자가 적합업종으로 지정·만료된 전 품목을 대상으로 실증 분석한 결과, 적합업종 품목 생산 중소기업 매출은 비교집단에 비해 보호기간 동안 성장했다.

적합업종 지정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해 부실기업에 처할 확률을 낮추는 효과도 있었다. 다만 적합업종 기간 종료 이후 성장효과의 지속성이 다소 저하되고, 소상공인의 성장효과가 유의하지 않았다. 중소 서비스업의 경우는 성장성과 수익성이 유의하지 않지만 적합업종 지정으로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는 사업영역 보호효과를 나타냈다.

그런데 적합업종 시작 이후 12년 동안 산업 환경은 급변했다. 디지털 전환, 비대면 거래 급증, 탄소중립 가속화로 중소기업의 성장 기회와 시장퇴출 위험이 동시에 증가했다. 전통 재화·서비스에 대한 신기술 접목과 플랫폼 기반의 신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나면서 시장에서의 경쟁 양상이 복잡해지고 새로운 유형의 기업 갈등도 생겨났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연간 소매판매액 중 온라인 상품거래 비중이 27.3%(150조8000억원)에 달했다. 중소기업의 온라인플랫폼 의존도 증가로 플랫폼 중개업자의 과도한 수수료, 시장지배적 우위를 이용한 자사 상품 끼워 팔기 및 고객정보 독점화 등 경쟁제한 행위가 문제가 되고 있다.

전통 산업분류체계인 ‘한국표준산업분류’를 기반으로 동일 업종 내 오프라인 사업자 사이의 시장영역에 국한돼 있는 현행 적합업종제도 운영의 개편이 시급하므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산업 융·복합화와 신종·변종 산업의 출현, 플랫폼시장의 성장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사업영역이 모호해진 부분에 대해 새로운 적합업종제도 운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 적합업종으로 풀기 어려운 품목·업종에 대해서는 현행 당사자 자율 상생협약을 통한 유연한 대응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둘째, 적합업종 지정 시 중소 제조업과 서비스업·자영업의 사업영역 보호 성과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소상공인 서비스업의 사업영역보호는 ‘생계형’이라는 차별적인 목적을 가지고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다.

셋째, 적합업종 성과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적합업종 지정을 통한 중소기업 보호 및 경쟁력 강화 목적이 달성됐는지에 대한 명시적인 평가와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보호의 틀에서 지대 추구에 안주하지 않도록 자구노력 계획과 실천을 유도할 필요도 있다.

 

 

 

노용환
서울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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