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륨‧게르마늄 등 희귀금속 수출통제
전략물자 수입선 다변화 ‘발등의 불’

중국이 미국의 첨단 반도체 공급망 배제 등 이른바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에 맞서 일부 희귀금속의 수출 통제에 나섬에 따라 전략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큰 한국 산업계에도 주의보가 내려졌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세관)는 수출통제법, 대외무역법, 세관법 등 규정에 입각해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품목들에 대해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내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갈륨 계열로 금속갈륨, 질화갈륨, 산화갈륨, 인화갈륨, 갈륨비소, 인듐갈륨비소, 셀레늄화갈륨, 안티몬화갈륨 등 8가지, 게르마늄 계열로 금속게르마늄, 이산화게르마늄, 사염화게르마늄, 아연 게르마늄 인화물, 대역 용융법 게르마늄 잉곳, 게르마늄 에피택셜 성장 기판 등 6가지가 포함됐다.

수출 허가제를 채택한 만큼 전면적으로 수출을 통제할 가능성보다는 중국 입장에서 우호적인 국가에는 수출을 하고, 갈등 관계인 국가에는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중 무역관계에 정통한 베이징의 소식통은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기로 한 품목은 주로 첨단 반도체 웨이퍼 제작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질화갈륨의 경우 대표적인 3세대 반도체 재료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반도체 소재라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환구시보 인터넷판인 환구망은 “갈륨과 게르마늄 모두 국가 전략 광물 명단에 포함된 것”이라며 “두 금속은 매장량과 수출 면에서 중국이 공히 세계에서 선두의 지위를 점하고 있다”고 전했다.

갈륨의 경우 세계 총 매장량 23만톤 가운데 중국이 80∼85%를 점하고 있다고 환구망은 소개했다.

게르마늄의 경우 미국 지질조사국(USGS)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매장량이 8600톤에 불과한데, 미국이 약 45%로 1위, 중국은 41%로 2위라는 것이다. 게르마늄 최대 보유국 미국은 1984년부터 이를 국방용 비축 물자로 규정해 보호해왔고, 최근 수년간은 채굴을 기본적으로 중단한 상태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는 서방의 대중국 기술 통제에 ‘원료 수출 통제’로 맞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막기 위한 드라이브를 자국 차원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걸고, 거기에 네덜란드, 일본 같은 선진국들이 동참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자국이 비교우위에 있는 ‘희귀 원자재’로 맞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조치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수출 통제 배경을 묻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중국은 시종일관 세계의 생산망과 공급망의 안전과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수출 통제 조치를 집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법률에 따라 관련 물품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실시한 것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법”이라며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규제가 당장 한국 경제의 숨통을 조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중국이 ‘희귀 자원 무기화’에 나선 만큼 재작년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로 요소수 대란을 겪은 한국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전망이다.

2021년 중국이 자국 내 비료 수급난 속에 비료 원료인 요소 수출을 통제하면서 한국에서 요소수 수급난이 발생했다. 당시 한국 정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이 2000여개, 90% 넘는 품목이 5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품목의 수입선 다변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요소수 사태 때는 중국이 한중 간 협의를 거쳐 한국에 수출을 허용함으로써 급한 불을 껐지만, 한중 관계가 그때보다 악화한 지금 중국이 한국에 그와 같은 ‘예외적 협조’를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결국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대중국 전략 원자재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원을 다각화하는 것은 한국에 ‘발등의 불’이 됐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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