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차례나 값 인상… 한국시장서 ‘싼 가격’ 포기
등돌린 2030, 이케아 매장 찾기보다 해외직구 선호
1인가구 대상 도심 팝업스토어 오픈에도 효과 미미
한국시장 진출 8년 만에 역성장… 신규 출점도 주저

“한국 가구 업계를 고사시킬 것이다.” 2014년 12월 이케아 1호점이 경기도 광명에서 문을 열었을 때 국내 가구 업계는 공포의 도가니였다.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한테 짓밟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로 처음엔 위협적이었다. 이케아의 매출은 2016년 3450억원을 찍었다. 12%가 넘는 매출 성장세였다. 이케아는 여세를 몰아서 2017년 경기도 고양점을 오픈했다. 2018년엔 4716억원을 기록했다. 30% 가까운 성장세였다. 2019년엔 3번째 수도권 사이트인 기흥점을 열었다. 2020년엔 수도권 지역을 넘어 부산광역시를 겨냥한 부산 동부산점을 오픈했다.

여기까지였다. 2020년을 기점으로 이케아의 성장세는 드라마틱하게 꺾이기 시작했다. 2020년 6607억원을 찍었던 매출은 2021년 6872억원으로 4% 늘어나는데 그쳤다. 2022년엔 6186억원으로 오히려 10% 가까이 줄었다. 한국 진출 8년 만에 처음 역성장을 한 것이다. 신규 출점도 주저하고 있다. 충청권을 노렸던 대전 계룡점은 2022년 포기했다. 2022년 3월 토지를 반환해버렸다.

최대장점 무너뜨린 이케아

경북권을 겨냥한 대구점 오픈은 2025년으로 예정돼 있다. 계룡점을 접었던 전례 때문에 대구점도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 이케아는 8월 결산 법인이다. 매년 9월부터 8월까지를 연간 회계 법인으로 계산한다. 이미 7월이다. 2023년 8월 회계 연도가 끝나간다는 뜻이다. 이케아는 아직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이케아다. 이케아의 브랜드 컬러는 파란색 바탕에 노란색 포인트다. 정확하게 스웨덴 국기의 컬러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은 국내 소비자들한테 가구로 유명하다. 스칸디나비아 가구라고 하면 한 수 접고 들어간다. 비싸지만 이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비싸도 너무 비싸서 문제다. 프리츠 한센이나 핀율 같은 가구의 가격은 우리집 월세보다 비싸다.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것이다.

아케아는 소비자의 이런 문제를 해결해줬다. 더 저렴하게 북유럽 가구를 누릴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이케아가 전 세계 63개국에 진출한 세계 최대의 글로벌 가구 회사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다. 가성비야 말로 이케아의 알파요 오메가다. 그런데 이케아 스스로 스스로의 최대 장점을 무너뜨리고 있다. 특히 한국 시장이 두드러진다. 이케아는 2022년에만 여러 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2022년 1월에만 전체 제품 20%의 가격을 평균 6% 올렸다. 2월에 다시 3.5% 올렸고 4월에 다시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25%나 올렸다. 아무리 코로나 시국이 끝났다지만 이 정도면 소비자가 이케아를 찾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렇게 비싼 이케아는 소비자가 아는 이케아가 아니다.

이케아는 1943년 잉그바르 캄프라드가 창업했다. 당시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17세였다. 요즘으로 치면 청년 창업이었던 셈이다.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1926년 스웨덴 엘름홀트에서 태어났다. 엘름홀트는 스웨덴에서도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도시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보단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 가깝다.

이케아는 스웨덴 기업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창업자 캄프라드 가문은 독일계 이민자 가정이다. 제품은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이지만 뿌리는 북유럽보단 독일과 덴마크 같은 유럽 본토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도 이케아의 본사는 현재 스웨덴이 아니라 네덜란드다. 이케아는 북유럽 가구 장인의 기술에 독일식 합리적 비즈니스 전략을 접목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캄프라드가 17세 때 창업한 이케아는 가구점이라기보단 철물점에 가까웠다. 이케아 매장엔 홈퍼니싱 액세서리가 모여 있는 마켓홀이라는 장소가 있다. 가드닝을 위한 모종삽부터 쓰레기통이나 화분처럼 부피가 작은 제품들을 담을 수 있는 곳이다.

캄프라드가 이케아를 창업했을 당시의 이케아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캄프라드는 가구점 사장님이라기보단 철물점 사장님이었다. 그러다 기회를 잡는다. 스웨덴의 대규모 주택공급 정책이라는 흐름이었다.

스웨덴은 1965년부터 1975년까지 10년 동안 100만채가 넘는 주택을 지었다. 2023년 현재까지도 스웨덴 전체 주택 시장의 26%를 차지하는 엄청난 비중이다. 2023년 기준 스웨덴의 인구는 1042만명 남짓이다. 스웨덴 제1 도시인 스톡홀름의 인구가 100만명 정도다. 100만채면 스톡홀름 시민 모두에게 집을 주고도 남는 분량인 셈이다.

스웨덴이 이렇게 대규모 주택공급을 추진한 건 주거불안 때문이었다. 2차 대전 이후부터 스웨덴 역시 도시화가 이뤄졌다. 노동자들이 몰려들면서 도심 주거 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스웨덴도 2차 대전 직전엔 나치즘의 광풍에 빠져들었었다. 주거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다시 네오나치가 득세할 수도 있었다. 결국 당시 스웨덴 사회당 정부는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서 주거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무려 100만채였다. 저렴한 집엔 저렴한 가구가 필요했다. 이걸 이케아가 간파했다. 이케아는 저렴하기만 한 게 아니었다. 디자인도 예쁘고 실용적이었다. 집은 레고처럼 똑같이 생겼지만 인테리어는 나만의 공감으로 꾸미고 싶은 게 소비자의 마음이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당시 이케아의 판매 가격은 경쟁사보다 20% 이상 저렴했다. 그렇다고 싸구려도 아니었다. 이케아가 품질을 지키면서 가격을 낮춘 비결은 3가지 비용을 줄여서였다. 조립비와 보관비와 배송비였다.

年10억명이 이케아매장 방문

이케아가 DIY인건 이젠 상식이다. 소비자가 직접 조립한다. 바꿔 말하면 제품 가격에서 조립비만큼이 싸지는 것이다. 대신 유럽 이케아 매장 인근에 가면 대형 공구 매장도 같이 있는 경우가 많다. 조립 파생 시장이 생겨난 셈이다. 이케아는 또 플랫 패키징을 개발했다. 가구를 납작하게 분해 포장해서 부피를 줄인 것이다. 도심에 있는 가구 매장의 가구 가격이 비싼 이유는 가격에 전시 공간 비용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플랫 패키징은 부피가 줄어서 단위 면적당 보관할 수 있는 가구수를 늘려준다. 이케아에 가면 거대한 창고에 납작하게 포장된 가구들이 산처럼 쌓여있다. 플랫 패키징이 아니었다면 훨씬 적은 수의 가구가 보관돼 있었을 것이다. 보관비가 낮기 때문에 이케아는 더 많은 고객을 매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었다. 대량생산 대량판매 대량소비의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었다. 게다가 DIY와 플랫 패키징은 배송비도 0으로 만들었다. 소비자가 직접 집으로 들고 가는게 당연해졌기 때문이다.

초창기 이케아는 조립비와 보관비와 배송비를 줄여서 이걸 소비자한테 저렴한 가격이라는 혜택으로 돌려줬다. 덕분에 이케아는 스웨덴 가구 시장을 평정할 수 있었다. 이케아는 곧바로 남진을 시작했다.

덴마크와 독일과 네덜란드에 진출했고 곧 유럽 전역으로 진출했다. 2022년 기준 이케아 매장수는 63개국 466개 매장에 달한다. 2012년 기준 전세계에서 상업적으로 쓰이는 목재의 1%가 이케아 제품에 쓰일 정도다. 2012년보다 매장수와 매출이 늘어난 2023년엔 1%보다 늘었으면 늘었지 줄었을 리는 없다. 코로나 시국에는 8억명 아래로 줄어들긴 했지만 매년 평균 10억 명이 전세계 이케아 매장을 방문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시장은 독일이다. 독일엔 이케아 매장이 55개나 있다. 그 다음은 22개인 미국이다. 프랑스엔 36개가 있다. 중국에도 36개가 있다. 역설적으로 과거 본토였던 스웨덴엔 20개 뿐이다. 그래도 한국보단 많다. 한국엔 단 4개 뿐이다. 세계 순위로는 32위다. 이케아 코리아가 이케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이케아가 한국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숫자다.

적은 매장 수로 더 많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가격 인상이다. 이케아는 2014년 한국 진출 초창기부터 거품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한국소비자연맹은 OECD 21개국에서 49개 주요 이케아 제품 가격을 비교했다. 한국은 스웨덴에 이어 2번째로 비쌌다. 이케아는 한국에서 가성비 전략이 아니라 프리미엄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실제로 적잖은 소비자들이 싸다고 생각하고 이케아 제품을 주워담았다가 생각보다 비싼 영수증에 놀란 경험들이 있다.

그럼에도 이케아는 가격을 올렸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수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결국 한국 소비자들은 이케아 매장을 찾기보단 해외직구를 더 선호하게 됐다. 합리적 선택이었다.

틈새시장 파고든 ‘오늘의 집’

그 틈을 한국의 스타트업인 오늘의 집과 같은 가구 이커머스 플랫폼이 차지했다. 오늘의 집은 이케아의 온라인 모델이다. 이케아도 쇼룸에 가면 한꺼번에 여러 집을 둘러볼 수 있다. 오늘의 집은 2022년 기업가치 2조원을 돌파했다.

반면 이케아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케아도 이커머스의 중요성은 모르지 않았다. 배송비가 문제였다. 이케아의 온라인 배송비는 5만9000원이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고 배송만 요청해도 4만9000원이었다. 장마비도 아니고 배송비가 계속 내렸다. 이걸 알고 이케아도 결국 배송비를 50%로 낮췄다. 그런데 동시에 제품 가격을 올려버렸다.

특히 2030 소비자들한텐 이케아는 싸고 질 좋은 제품이 아니라 비싸기만 한 가구가 돼 가고 있었다. 이케아의 주요 소비자들은 차가 있는 4050들이었다. 이케아는 도심에 사는 2030세대 1인 가구를 잡기 위해 도심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이케아 제품을 보면 살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전체 이케아 제품의 5%에 불과했다. 인기 품목의 가격은 여전히 유난히 비쌌다. 2030은 이케아를 몰라서 안 산 게 아니라 너무 잘 알아서 안 산 것이었다.

이케아는 전형적인 견물생심 비즈니스다. 이케아 쇼룸이 이케아 판매에 미치는 힘은 막강하다. 예쁘게 사는 꼴을 보면 저렇게 살고 싶어지는 게 소비자의 심리다. 장벽은 이케아의 가격이다. 이케아는 2022년 글로벌 매출 472억 달러를 달성했다. 한화로 60조원이다. 2021년 446억 달러에서 26억 달러나 증가했다. 그렇지만 이케아를 소유한 잉카 홀딩스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이케아는 비상장 회사다. 창업주 잉그마르 캄프라드는 스웨덴 서민들에게 가구를 팔아서 벌어들인 수익을 이케아를 상장시켜서 스웨덴 국민과 나눌 생각이 별로 없었다. 캄프라드는 세금을 피해 네덜란드로 본사를 옮겼다. 캄프라드 가문이 잉카 재단과 잉카 홀딩스로 이케아를 소유하는 지배 구조를 구축했다. 사실상 주식 시장의 눈치도 여론의 반응도 살필 필요가 없는 철옹성 구조다.

한국 시장에서도 이케아의 최우선 관심사는 수익 극대화다. 32번째 시장의 위상이란 그런 것이다. 결국 합리적인 한국 소비자들도 이케아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이케아는 싸지 않다.

- 신기주 지식정보플랫폼 ‘카운트’(Coun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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