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부진이 완화되며 우리 경제가 저점을 지나고 있다는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일 발표된 KDI 경제동향 보고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과 수출의 감소폭이 축소되고, 재고율이 하락하는 등 제조업 경기가 다소 호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조경기 호전으로 정부의 제조업 정책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연초 정부는 제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책을 연달아 발표했다. ‘첨단전략산업 육성계획’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육성에 국가역량을 결집해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구체적으로는, 15개 신규 국가산단 조성과 550조원 규모의 민간투자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강국은 특정 산업을 지원하는 것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전통제조업의 기술력으로 대외 경쟁력을 유지하는 대표적 국가가 일본이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따르면 일본은 뿌리기술 14개 분야 중 주조·단조 등 9개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산업연구원이 2019년 국가별로 세계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인 소재·부품·장비 품목을 조사했을 때, 일본은 전체 814개 중 283개를 보유해 1위를 달성했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인 소·부·장 품목이 29개에 지나지 않았다. 일본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첨단산업이 발전할수록 기술력은 특정 업종이 아닌 전체 공급망의 기술수준에 좌우된다. 특정 기업이나 산업이 아닌 제조업 전반의 기술혁신 촉진을 통해 제조업 경쟁력을 보강해야하는 이유다.

지난 13일 발표된 중소기업중앙회의 ‘기술혁신 관련 규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부·장 업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의 69.2%가 ‘최근 3년간 기술혁신 활동을 수행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사태, 우크라 전쟁 등으로 인한 수출·입 제한에도 불구하고 기술혁신을 위한 기업의 노력은 지속돼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술혁신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개발, 제품생산, 판매·마케팅의 기술혁신 3단계 중 규제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판매·마케팅 단계에서 규제를 경험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종합해보면 중소기업의 기술혁신 촉진을 위해서는 사업화 단계에서의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 기술개발 완료 후 빠르게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지 여부가 기술혁신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사업화 연계 기술개발사업’으로 불리는 R&BD사업 확대가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 R&D 사업과 차별화되는 점은 비즈니스 모델 관리가 함께 지원된다는 것이다. 기술개발 수행기간 동안 시장의 변화에 맞춰 사업화 모델을 수정할 수 있어 중소기업이 제품과 기술을 사업화하는데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기술 또는 제품의 수요 창출을 통해 투자 연계로 이어져 확장성을 꾀할 수 있다.

인증품목 신설 등 판매·마케팅 단계에서의 제도 정비 또한 중요하다. 신기술·신제품을 개발하고도 인증 가능한 규격이 없어 실제 판로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소기업에게 정부 인증이나 규격은 판로확보를 위한 주요한 수단이 될 수 있는 만큼, 기존의 인증·제도를 중소기업 현실에 맞게 정비해야한다.

기술혁신의 의지가 꺼지지 않는 제조기업이 국가 경쟁력의 초석이다. 결국 제조업 전반의 기술혁신을 통한 소·부·장 강국 대한민국은 기업의 의지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기술혁신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없애고 사업화 지원은 더하는 적극적인 정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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