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변경 갈등 근본해법 필요
제도 취지⋅원칙부터 분명히 해야
사회적 심의기구 신설이 바람직

‘일할 사람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 산업현장에서 흔히 접하는 하소연이다. 중소기업 현장은 물론이고, 농어촌 등 일할 사람이 많이 필요한 곳일수록 일손 부족의 심각성을 호소하고 있다.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도’를 시행하게 된 배경이다.

시행한 지 20년이 되는 고용허가제도는 산업현장의 인력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의 권익보호에도 기여한 바가 크다. 2011년 UN의 공공행정 대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사회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현장을 중심으로 고용허가제를 비롯한 외국인력정책 전반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국내 노동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제도의 부분적 보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외국인력 도입규모를 비롯해 그 절차와 국내 배정 방법 등을 보완하는 조치들이 지속적으로 취해졌다. 그러나 이들 상당수는 제도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들을 임기응변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일 뿐, 제도의 기본적인 틀은 유지함으로써 환경변화를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업장 변경 문제다. 외국인 근로자를 포함한 노동단체와 인권단체 등은 노동권 보호 차원에서 자유로운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는 반면, 경영계는 극심한 인력난 등을 감안해 사업장 변경에 대한 제한을 강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월 1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최한 토론회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사업장 변경 문제로 인한 외국인 근로자와 이들을 고용한 사업주 간의 갈등은 곪을 대로 곪아 폭발하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 되고 말았다.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데 대해 우리 모두의 깊은 성찰과 반성이 필요해 보인다.

외국인력 정책의 취지와 원칙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고용허가제도(Employment Permit System)는 노동허가제도(Work Permit System)와 달리 근무할 사업장과 그 사업장에서 근무할 기간을 외국인 근로자와 사업주가 입국 전에 미리 약정하는 제도다. 따라서 고용허가제 하에서의 사업장 변경은 제도 취지상, 근로계약 종료 또는 휴·폐업, 임금체불 등 근로조건 불이행, 기타 사회통념상 해당 사업장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이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허용되는 것이다. 현재,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기간(4년 10개월) 중에 사업주의 동의를 전제로 총 5회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있는데, 이는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권 존중이라는 가치와의 절충으로 볼 수 있다.

사업장 변경 폐지를 요구한 노동계 등의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21년 12월 인력운용상의 어려움과 제도의 기본 취지 등을 감안해 사업장 변경 제도가 헌법에 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논란이 일단락돼야 함에도 최근 보게 되는 제도 자체의 폐지 주장 또는 무분별하고 불합리한 사업장 변경 요구는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외국 인력에 대해서도 여느 정책대상과 마찬가지로 신의성실의 원칙과 수익자 부담 원칙 등이 지켜져야 한다. 고국을 떠난 외국인 근로자의 곤궁한 처지를 감안해 특별한 배려와 보호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렇더라도 이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이상 근로계약의 당사자로서 권리와 함께 책임도 당연히 따른다. 근로계약의 체결과정 또는 그 내용 등에 하자가 없음에도 외국인 근로자가 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응당 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누리게 되는 권리와 이익은 공짜가 아니다.

사업장 변경과 관련해 외국인 근로자와 이들을 고용한 사업주 간의 소모적인 갈등을 완화하는 방안도 시급하다.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는 외국인 근로자와 이를 허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업주, 그리고 이를 조정해줘야 할 행정당국 모두에게 현재의 방식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대안으로 각 지역별 전문가와 명망가로 구성된 사회적 심의기구를 만들어 사업장 변경 요구를 심의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갈등을 완화하고, 나아가 불합리한 사업장 변경 요구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력 문제가 노동시장은 물론, 국민의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이 됐다. 앞으로 경제, 사회에 미치는 외국인력의 영향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이를 감안해 외국인력 도입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고, 보편적인 원칙이 구현될 수 있도록 외국인력 정책의 틀을 조속히 재정비할 것을 기대한다.

 

 

 

이태희
대구한의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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