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미국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Alison Swift)를 언급했다.
지난 7월 1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미국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Alison Swift)를 언급했다.

지난 7월 12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미국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Alison Swift)를 언급했다. 이날 Fed는 ‘베이지북(Beige Book, Fed가 연간 8차례 발표하는 미국경제동향 종합보고서)을 발표하며, 테일러 스위프트가 필라델피아 지역 호텔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198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태어난 세계 최정상급 싱어송라이터다. 2006년 데뷔한 그는 2010년, 2016년, 2021년 세 차례 그래미어워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했다. 총 12개의 앨범이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기록했고, 세계적으로 2억장 이상의 레코드를 판매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여가수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은 5월 12일부터 14일까지 테일러 스위프트가 필라델피아에서 연 콘서트 투어 ‘디에라스 투어’(The Eras tour)를 진행해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호텔 수요가 증가했고 지역 경제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지역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효과를 냈다고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디에라스 투어가 지역 경제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막강한 팬층을 보유한 스위프트가 등장하는 지역에는 콘서트를 보러 온 관광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1일까지 콘서트가 진행된 신시내티 시내 호텔도 98%의 예약률을 기록했다. 신시내티시 관계자는 NBC뉴스에 디에라스 투어로 인한 시내 호텔 총매출 규모가 260만달러를, 해밀턴 카운티 전체 호텔 매출은 530만달러를 넘겼다고 밝혔다.

이처럼 테일러 스위프트는 상업성과 음악성을 둘 다 잡은 가수다.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선 스위프트와 경제를 결합한 ‘스위프트노믹스’(Swiftonomics, 경제와 스위프트의 합성어)라는 용어를 쓸 정도다. 왜 그럴까.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재무부 차관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역임하며 ‘오바마의 경제 교사’로 불렸던 엘런 크루거(1960~2019) 프린스턴대 교수는 2019년 6월 선보인 저서 ‘로코노믹스’(Rockonomics)를 통해 음악산업에 녹아있는 경제학 이론을 짚어냈다. 요지는 “음악은 예술이다. 예술은 중요하고 희소하다. 중요하고 희소한 건 가치가 크다. 가치가 있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루거 교수는 이런 희소성을 가장 잘 이용한 가수로 테일러 스위프트를 꼽았다. 경제학 원리를 체화해 자기 수입을 극대화하는 데에 탁월한 ‘경제 천재’로 치켜세웠다.

경제 천재 테일러 스위프트의 ‘돈 벌기’ 예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지난 2014년 테일러 스위프트는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가 저작권료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는다며 음원 공급을 중단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당시 테일러 스위프트는 “음악은 예술이고, 예술은 중요하고 드물다. 중요하고 드문 것은 가치가 있으며, 가치가 있는 건 그만큼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대신 팬들이 CD를 구입하거나 음원을 다운로드받는 식으로 자신의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충성도가 높은 팬들은 음원 출시일을 기다리지 못하고 앞다퉈 테일러 스위프트의 앨범을 구매했다. 이 음반은 2017년 가장 많이 팔린 음반에 등극했다. 지급 의사에 따라 시장을 분할하는 ‘가격 차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후 테일러 스위프트와 스포티파이가 합의한 끝에 스트리밍 음원 공급이 재개됐다. 두 당사자 간에 어떤 조건으로 계약이 이뤄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제 천재라는 찬사가 돋보이지 않는가.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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