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가공 등 섬유산업이 새롭게 뿌리산업으로 지정됐다. 지난 17일, 산업부는 염색가공업, 부직포·펠트 제조업, 직물 제조업 등을 뿌리산업 범위에 추가한다는 내용의 고시를 발표했다. 이번 고시를 통해 섬유·염색 중소기업도 외국인 근로자 고용 확대, 연구개발 지원, 기술인력 양성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섬유산업은 한때 단일산업 최초로 수출 100억달러을 달성하는 등 국가경제 발전을 견인하던 산업이었다. 하지만 인건비와 전기료 상승, 강화되는 환경규제 등으로 성장성이 낮아지며 위기를 맞이했다. 2022년 기준 섬유산업의 영업이익률은 2.5%로, 제조업 평균 6.4%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고, 10인 미만 소규모 업체 비중이 90%에 달하는 등 사양산업으로 전락했다.

이렇듯 위기에 처해있던 섬유업계가 뿌리산업으로 지정됨으로써 생존과 재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특히 섬유산업은 공정이나 작업환경, 거래형태 등이 기존 뿌리산업과 유사하고, 업종 특성상 대구, 수도권, 부산 등 지역별로 집중돼 있어, 특화단지 지원 같은 기존의 뿌리산업 지원책이 업계 경쟁력 회복에 즉각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섬유산업의 뿌리산업 지정이 더욱 의미있는 이유는 최근 제조업에서 섬유의 활용범위가 다양해지며 미래 유망산업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섬유를 구리와 결합해 전자기기 전자파 차단 소재로 사용하는가 하면, 나노섬유를 활용해 인공혈관을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섬유는 첨단산업분야의 핵심소재로 활용되며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뿌리산업 지정으로 섬유가공 기술에 대한 전문인력 양성이나 R&D 투자 기회가 확대됨으로써 섬유업계의 생산성 향상과 혁신의 발판이 마련된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섬유산업의 뿌리산업 지정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섬유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노력이 단지 뿌리산업 지정 수준에 그쳐서는 안된다. 특히, 영세 섬유기업들이 뿌리기업으로서의 지원과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정책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정부예산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이번 산업부 고시개정 이전부터 뿌리기업에 대한 지원예산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2021년 뿌리산업 범위가 6개에서 14개로 확대되면서 뿌리산업 기업 수가 기존 3만여개에서 9만여개로 3배 가량 늘어났다. 그러나 뿌리산업 경쟁력 강화 지원사업 예산은 139억원에서 198억원으로 증가하는데 그쳐, 뿌리기업들로부터 지원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우리나라 섬유업종 사업체 수는 약 4만7000여개로, 국내 제조기업 수의 10.2%를 차지할 만큼 그 숫자가 많다. 섬유기업들이 뿌리기업에 추가됨에 따라 정책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충분한 예산확보가 필수적이다.

이와 더불어 섬유기업들이 뿌리산업 지원정책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우선 이미 시행 중인 뿌리기업 대상 인력·자금지원 정책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홍보를 통해 섬유기업들이 필요한 지원을 적기에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허울뿐인 지원이 되지 않도록 업계와 자주 소통함으로써 추가적인 정책수요를 파악하고 뿌리산업 지원정책을 확충해나가야 한다.

섬유산업은 70~80년대 한국 수출의 선봉에 섰던 경제발전의 주역이었지만, 90년대 이후 사양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채 등한시돼왔다. 이번 뿌리산업 지정을 계기로 섬유산업에 대한 지원의 물꼬가 트여, 섬유산업이 다시 한번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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