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상’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다른 이미지를 뜻하는 이상(different), 한계를 뛰어넘는 이상(beyond), 온전함과 낙원을 의미하는 이상(dream) 그리고 천재 시인 이상(extra ordinary poet) 등 그 의미들이 모두 예사롭지 않고 남다르기 때문이다. 황정민 주연의 영화 ‘국제시장’의 이산가족 상봉장면을 보며 초등학생 딸과 이런 약속을 한 적이 있다. “혹시 우리가 이산가족이 되면, 아버지 호가 뭐냐고 물어볼 테니 ‘이상’이라고 답해. 처음으로 너한테만 이야기하는 거야, 우리 둘만 아는 비밀….” 지금까지 딸이 기억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아무도 모르는 내 호는 ‘이상’이다.

살다 보면 이상한 일들은 항상 일어난다. 내 인생에서 가장 이상한 일 중 하나는 내가 교수가 된 일이다. 어릴 적부터 선생님이 되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대학에 와서도 연이어 학사경고를 3번 받고 군대에 끌려갔을 정도로 공부에 흥미가 없었다. 이런 사람이 지금 대학에서 제자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는 잔소리를 하고 있으니,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안하다 제자들아….

현재 영화계에서 가장 이상한 일은 ‘마동석 신드롬’이다. ‘범죄도시 3’가 이달 초 천만관객을 넘기며 어려운 극장가에 단비가 돼주고 있다.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내러티브나 티켓파워를 가진 톱스타의 중용도 없이 거둔 성적이라 가히 메가톤급 이상한 일이다. 평론가들과 영화 저널리스트들은 나름대로 그 흥행 원인을 분석하느라 소란스럽다. 마동석식 유머의 성공이라거나, 맞붙은 상대영화들과의 대진표 승리라는 등, 빌런들의 개성과 마동석의 타격감 넘치는 액션이 신선했다는 등 제시하는 이유도 가지가지다. 하지만 모두 흔쾌히 수긍되는 충분한 분석들은 아니다.

‘범죄도시 3’ 천만관객 가뿐히 돌파

마동석의 ‘이상함’이 부른 흥행대박

‘Why not?’ 무한도전이 성공 열쇠

영화학교에서 배운 천만관객 영화의 성공 공식인 탄탄한 스토리 전개, 팬덤 보유 톱스타 캐스팅, 진한 멜로, 스케일 큰 제작비 등 그 어느 하나 딱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이상한 일이 마동석을 중심으로 일어났으며, 그 ‘이상함 그 자체’를 성공의 비결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마동석은 데뷔 초에는 그다지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액션 배우로서의 체격 외에는 연기력도 외모도 모두 주연급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한 데에는 속칭 ‘귀요미 짤’ 영상의 공이 컸다. 우람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척하는 짧은 동영상들은 그 ‘이상함’으로 인해 퍼져나갔고 액션 배우와 어울리지 않는 귀여움과 코믹함을 ‘마동석 스타일’로 대중들에게 각인되게 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이러한 ‘마동석 스타일’이 마블 영화처럼 하나의 성공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되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곧, 어울리지 않던 ‘이상한 것’들이 조합돼, 새로운 ‘이상함’을 생성하며 낯선 성공신화를 창조해내고 있다.

포스트모던 시대는 여러 개의 정답을 추구한다. 구심점이 사라지고 과거 가치 없던 쓰레기들이 한순간에 보물로 변모하는 ‘이상한 일’들을 우리는 영화 밖에서도 자주 목격한다. 어떻게 성공했을까 하고 그 ‘Why?’를 분석해 따르는 것보다, 이렇게 해봐도 되지 않을까의 ‘Why not?’의 ‘시도’가 더 어울릴 수 있는 시대라는 뜻이리라. 마동석의 이상함은 귀엽고 코믹한 액션 연기에서만이 아니라 그가 ‘범죄도시’ 영화 전편의 제작과 투자까지 병행하고 있다는 데에서 절정을 맞는다. 배우로서 구태여 하지 않아도 될 이러한 이상한 일들을 그는 ‘Why not?’이라는 뚝심으로 최선을 다해보고 있는 듯하다.

정말 마동석은 ‘이상’한 배우다. 그리고 이러한 ‘이상한 일’들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다. 이 세상에 ‘고정’되고 ‘정상’인 일은 그 어느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최종한
세명대학교 교수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