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조혁신 각축전 속 한국은 육성지원 뒷걸음
마중물 예산 2031억원 증발
제조혁신 촉진은 언감생심
공급中企 80% 부도 위기 직면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스마트공장 사업 활성화 공급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김경만 의원은 “스마트공장 보급은 중소 제조업의 미래 산업경쟁력을 위해 필수적인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우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스마트공장 사업 활성화 공급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김경만 의원은 “스마트공장 보급은 중소 제조업의 미래 산업경쟁력을 위해 필수적인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우 기자

“모두 망하게 생겼습니다. 정부가 하루아침에 스마트공장 구축사업 예산을 70% 가까이 삭감하게 되면 스마트공장 공급(SW, AI 등) 중소기업의 70%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요. 스마트 제조혁신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정부 방침만 믿고 사업에 뛰어들었던 중소기업 사장과 임직원들 모두 뒤통수를 맞을 겁니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이 개최한 ‘스마트공장 활성화를 위한 공급기업 간담회’에서 만난 김동윤 스마트팩토리협의회장의 하소연이다.

지난해 정부는 2023년 스마트공장(팩토리) 보급확산 사업 예산을 전년 대비 1/3로 급격하게 삭감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이 사업에 반영 예산은 2022년도 3089억원 대비 66%가 줄어든 1057억원에 불과하다. 수많은 중소기업의 제조혁신을 이끌 수 있는 스마트공장 마중물 예산 ‘2031억원’이 증발한 것이다.

스마트 제조혁신이란 중소기업의 제조경쟁력 향상을 위해 정보통신기술, 인공지능 등을 융합해 제품개발, 제조공정, 유통관리, 기업경영방식 등을 개선하는 활동을 말한다.

스마트공장 구축 예산 70% 감액

스마트 제조혁신을 구체적으로 풀어내는 정책이 바로 스마트공장 확산‧보급 사업이다. 중소 제조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대표적인 지원정책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는 분야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재정 건전성’ 최우선 정책 기조를 이유로 스마트공장 구축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이른 바 ‘낭비적인 지원사업’으로 분류한 것이다.

김동윤 스마트팩토리협의회장은 ‘국정 추진 사업과제’와 ‘예산 편성’이 불일치하는 엇박자 정책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정부가 스마트 공장 구축사업을 하지 말라고 통보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성토했다.

그는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은 정부가국정과제로 지목해 ‘선도형 스마트공장’ 확산으로 약속까지 된 부분”이라며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도 중소기업 제조혁신을 위해 중점사업으로 추진 중인데, 기재부가 관련 예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면서 관련 중소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기부도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중기부는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스마트 제조혁신 생태계를 구축할 법적근거인 ‘스마트제조혁신법’을 지난 4일 본격 시행했다. 이는 최초로 중소기업 제조혁신이 명문화된 법률로 스마트공장 공급기업과 전문인력 육성 방안도 담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지원 예산이 ‘반의 반토막’까지 쪼그라들 조짐에 “과연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촉진이 제대로 작동하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도입한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에 뛰어든 공급 중소기업은 1800여곳에 달한다. 주로 스마트공장 구축에 필요한 솔루션(ERP, MES, AI, 빅대이터) 등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기업들이다.

현재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은 제조 중소기업 환경 레벨에 따라 ‘기초, 중간1, 중간2, 고도화’ 등 네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대대적인 예산 삭감을 추진하면서 ‘기초단계’ 사업을 중단하고 중간 이상의 고도화 사업에 집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태균 한국인공지능제조이니셔티브 상근부회장은 “정부가 한국의 제조 경쟁력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균 상근부회장은 “기초단계를 포기하는 것은 수많은 제조 중소기업이 혁신할 수 있는 성장 사다리를 걷어차는 행위”라며 “만에 하나 스마트공장 구축예산이 삭감되면 1800여 공급기업 중 300여곳만 생존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단순히 기업 숫자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사실상 스마트공장 생태계가 사라지는 끔찍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간담회에 참석한 공급기업 대표들은 “공급기업이 축소되고 제조분야 전문인력 부족해져 기존에 구축한 스마트공장에 대해서도 안정적인 유지보수와 고도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스마트공장 구축사업 예산 축소 방침은 전반적인 제조 중소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위태롭게 만드는 악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장 솔루션 외산화 촉발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은 단연 제조업이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 비중은 27.9%에 달한다. 제조 강국이라고 불리는 독일의 18.3%와 비교해도 한참 앞선다. OECD 회원 36개국 중 한국보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것은 아일랜드가 유일하다.

세계 선진국들은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위기를 겪으면서 자국의 제조혁신을 위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만 육성 지원에 뒷걸음질을 치게 되면 자칫 ‘스마트공장 솔루션의 외산화 바람’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조 중소기업의 현장 솔루션을 컨설팅할 수 있는 국내 전문가들이 모두 사라져 결국 미국, 독일 등의 거대 솔루션 플랫폼이 스마트공장 구축 시장을 장악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김동윤 스마트팩토리협의회장은 “실제 과거에도 기업 ERP 시장이 정부의 지원예산 삭감 탓에 일부 공급기업을 제외하고 전부 외산화로 바뀐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균 상근부회장은 해외 거대 솔루션 플랫폼들이 한국의 제조업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 사례로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들었다. 아마존웹서비스는 의료, 금융 서비스 및 제조 분야에 생성 AI 제품, 서비스, 프로세스를 구상, 설계, 출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공장 구축사업도 한국에서 진행 중에 있다.

애플은 지난해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 애플 제조업 R&D 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애플의 지원센터는 한국의 제조 중소기업을 타겟으로 스마트 데이터, 스마트 공정, 스마트품질 등 전 분야의 스마트 공정화를 지원하고 있다.

한편, 지난 1월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결과 중소기업 디지털 성숙도는 40.7점 수준에 불과하고, 특히 글로벌 디지털화 전략 부재는 64.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여전히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경만 의원은 “우리나라 고용의 83%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의 디지털화를 위한 스마트공장 보급은 중소 제조업의 미래 산업경쟁력을 위해 필수적인 사업”이라며, “안타까운 점은 현 정부는 디지털전환 정책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으면서도, 재정건전성만 앞세워 정책지향점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2024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스마트공장 사업예산이 적정하게 편성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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