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수산물 가격 변동성 확대
침수피해 커지며 채솟값 급등
우크라 사태도 곡물값 부채질

집중호우로 인해 채소류 도매가격이 크게 오른 지난 24일 서울 경동시장에 상추가 진열돼 있다. 한국농수산식품 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청상추 가격은 4주 전보다 398.7% 급등했고, 적상추는 343.8%, 시금치는 214.1% 올랐다.
집중호우로 인해 채소류 도매가격이 크게 오른 지난 24일 서울 경동시장에 상추가 진열돼 있다. 한국농수산식품 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청상추 가격은 4주 전보다 398.7% 급등했고, 적상추는 343.8%, 시금치는 214.1% 올랐다.

농식품을 중심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6월 2.7%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21개월 만에 2%대 증가율로 둔화한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와 밥상물가를 대표하는 ‘체감물가’의 괴리감이 확대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대표적 체감물가인 생활물가지수 추이가 주목된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의 구입 빈도가 높은 144개 항목으로 구성돼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보다 체감물가에 가깝다.

가령, 채소류의 경우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9%에 그치지만 생활물가지수에서는 2.5%로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다.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더불어 물가 당국에서 주목하는 지표다. 6월 생활물가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2.3% 올랐고, 이 가운데 식품 부문은 4.7% 상승해 상대적으로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태풍도 물가안정화 변수

채소·과실·생선·해산물 등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큰 55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부터 불안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신선식품지수 상승률은 지난 2월 3.6%에서 3월 7.3%로 치솟았다가 4월 3.1%, 5월 3.5%, 6월 3.7% 등으로 3%대에 머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3% 올랐다. 이는 2021년 3월(2.1%) 이후 27개월 만에 최저 상승 폭이다.

생활물가지수가 2년 3개월 만에 2%대로 내려앉았지만, 최근 집중호우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극한 호우’의 파급은 일정 시차를 두고 8~9월 물가지수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7월 장마에 이어 8월 폭염, 9월 태풍 시즌까지 당분간 기상 악재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가까스로 안정화 국면에 접어든 물가를 자극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과거 시계열을 보면 폭염이나 한파가 있을 때 일시적으로 물가가 오르는 시기들이 있었지만, (농식품의) 가중치가 작기 때문에 이 요인만으로 물가상승률을 기조적으로 3%대로 끌어올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체감적으로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에서는 크게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1일 청상추(상품) 4㎏당 도매가격은 평균 9만360원으로 4주 전(1만8120원)보다 398.7% 급등했다. 적상추(상품) 4㎏당 도매가격은 8만3520원으로 같은 기간 343.8%, 시금치(상품)는 5만5660원으로 214.1% 각각 올랐다. 같은 기간 깻잎(상품)도 77.9% 올랐으며, 애호박(상품)은 147.4% 급등했다.

집중호우로 농지 침수 피해가 잇따르면서 채소류 가격이 크게 뛰어오르는 양상이다.상추·시금치·깻잎 등의 채소류는 소비자가 대표적으로 자주 구매하는 항목들로 생활물가지수에 포함돼 있다. 잇따른 집중호우에 채소류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최근 안정세로 접어드는 듯했던 생활물가의 변동성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집중호우 외에도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일반 물가도 상승) 등 체감물가를 끌어올릴 불확실성도 상존한다.

3분기 물가 예측 난망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한 흑해곡물협정을 종료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의 최대 항구 도시 오데사를 포격하면서 밀 등의 곡물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밀 가격이 러시아가 협정 중단을 선언한 지난 17일보다 10% 넘게 상승했다고 전했다.

계속된 집중호우로 추가적인 피해가 잇따를 경우 채소류 등의 농축수산물은 전체 물가의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

실제 2020년 9월 긴 장마에 농산물 등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농축수산물은 12.8% 올라 전체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가 1.04%포인트에 달했다.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9%였던 점을 고려하면 물가 전체를 농축수산물이 끌어올린 셈이다. 장마가 끝난 뒤에도 폭염·태풍 등이 3분기 밥상 물가의 주된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길게 보면 물가 둔화 기조는 이어지겠지만, 3분기 물가가 당장 어떻게 될지 문제”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