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소상공인 한목소리
공익위원 참여방식 한계 노출
인상률 결정산식 고도화 촉구

2024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5% 인상된 9860원으로 결정됐다. 지난 19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 모니터에 표결 결과가 게시돼 있다. 오른쪽은 박준식 위원장.
2024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5% 인상된 9860원으로 결정됐다. 지난 19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 모니터에 표결 결과가 게시돼 있다. 오른쪽은 박준식 위원장.

내년도 최저임금이 지난 19일 올해보다 2.5% 높은 시급 9860원, 월급(209시간 기준) 206만74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중소기업‧소상공인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밤샘 논의 끝에 15차 전원회의에서 노사가 제시한 최종안(11차 수정안)인 1만원과 9860원을 놓고 투표에 부쳤다.

그 결과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들이 제시한 9860원이 17표,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들이 제시한 1만원이 8표, 기권이 1표 나왔다.

현재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8명(9명 중 1명 구속돼 해촉),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6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날 투표 결과는 공익위원 대부분이 사용자위원들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2.5%인 내년도 인상률은 2021년 1.5%에 이은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올해 어려운 경제상황과 지금의 최저임금 수준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열악한 경영환경을 감안하면 아쉬운 결과”라면서도 “1만원 달성여부가 쟁점이었던 이번 최저임금 심의에서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라는 것은 다행스러운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최저임금 최종 투표결과를 놓고 “다행히 경영계가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최저임금 지불여력 한계에 공익위원이 공감하면서 합리적 결정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기습점거 등 부작용 속출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법에 따라 지난 3월 31일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한 이후 110일에 걸쳐 심의가 이뤄졌다.

최저임금 제도는 1988년 도입된 뒤 3차례 제도가 변경됐다. 현행과 같은 방식이 적용된 2007년부터 작년까지 최장 심의기일은 2016년의 108일이었는데, 이번에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특히 올해는 최저임금 심의기간 동안 노동계의 기습 점거로 인한 회의 무산과 노동계 위원 구속에 따른 고용부의 직권 해촉, 이에 대한 노동계의 항의성 퇴장 등이 이어졌다.

현행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가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면서 합의에 도달하는 취지는 사라진 채 각자의 양보할 수 없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공익위원을 설득하고 때로는 압박하며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는데 집중돼 있다.

실제 37번의 심의 중 합의는 7번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가장 최근이 2008년이다. 현행 ‘노‧사‧공 위원회’ 방식의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24일 산업발전포럼에서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간의 대립이 고착화하고, 결국 중위투표자에 가까운 공익위원의 최저임금 수준으로 결정되며 합의에 비효율적으로 긴 시간이 소요되는 양상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익위원 대신 정부 관계자가 최저임금 결정에 참여해 최저임금액의 표준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정부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양한 경제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는 최저임금 결정 산식도 개선해야 한다고 석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지난 2년간 공익위원의 최저임금 인상률 산식은 ‘경제성장률+소비자물가 상승률-취업자 증가율’이 기준이었다”며 “이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투자 등 주요 거시경제 변수들에 미치는 다양한 메커니즘을 생략한 것이어서 최신 경제학 모형을 활용해 표준 최저임금 결정 산식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석 교수는 “현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8인 중 7인은 양대 노총 관계자 위주로 구성돼 있고 비정규직과 시간제 근로자의 노조 가입률은 4% 이하에 불과하다”며 “최저임금 인상 시 고용 감소가 큰 근로자들을 대표할 근로자위원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계도 노사와 전문가 의견을 참고하되 정부가 결정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외에서도 네덜란드,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정부가 결정하는 방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짧은 결정주기 개선도 제시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최저임금의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추가적 인상이 산업과 경제 전반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지금처럼 대립적일 수밖에 없는 방식보다는 전체를 아우르고 결정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정부가 결정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또 석 교수가 지적했듯이 산정방식 명문화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경우 소비자물가지수, 근로자 구매력 상승률의 2분의 1을 산식으로 반영해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있고,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도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 산식으로 결정하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 주기도 문제다. 최저임금의 결정주기가 1년으로 짧다보니 직전 최저임금의 효과를 제대로 분석할 수 없고, 단기적 경제상황 변화에 큰 영향을 받아 정확한 판단도 어렵다.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결정할 수 있도록 매년에서 2~3년 주기로 바꾸는 것도 고민할 시기가 됐다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입장이다.

김강식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결정주기를 현재 1년에서 2년 이상으로 늘려서 중소기업 경영의 안정성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현행 1년 주기는 중소기업 경영의 높은 불확실성 요인이 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최저임금이 2년 주기로 결정돼 기업이 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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