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기업의 장수 발판은 사회적 자본 확충

가족기업은 유형과 무형의 자본 세 가지를 가지고 있다. 생산할 때 사용하는 기계장치와 시설, 설비 등 물적 자본이 있고, 다음으로 생산성을 올리는 조직 구성원인 인적 자본, 그리고 사회 속에 내재된 관계 중심의 사회적 자본이 있다. 이들이 유기적으로 상호 작용해 수익 창출의 기초를 다진다.

무형의 인적 자본은 개인이 지닌 능력이다. 학교 교육과 현장 훈련 등으로 축적된 지식이나 기술, 노하우, 경험, 숙련도, 건강에 가치관, 인성, 품성, 품행, 윤리, 도덕성 등이 더해진다.

우리나라는 관계, 신뢰, 규범, 호혜성, 연결망(network) 등을 아우르는 사회적 자본이 취약하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레가툼연구소(Legatum Institute)는 매년 국가별 '번영 지수(Prosperity Index)'를 발표한다. 우리나라는 올해 종합 순위 29위로 2013년(26위)에 비해 세 단계 하락했다. 특히 사회적 자본지수가 전체 167개국 중 107위로 10년 전보다 12단계나 추락했다. 동아시아-태평양의 18개 국가 중에서도 15위다.

가족기업이 장수하는 디딤돌은 사회적 자본이다. 번영하는 가족기업에게는 사회적 자본을 이해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힘이 있다. 사회적 자본의 실천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네트워크를 잘 관리하고 관계 형성에서 이뤄지는 신뢰를 쌓으면 된다.

조직 내외부 네트워크 관리 중요

신뢰 높고 소통 잘돼야 효율 제고

법⋅정책 개선이 성공승계 지름길

네트워크 관리를 위해서는 조직의 내부를 단단히 묶고 외부를 잘 연결해야 한다. 조직 내부 구성원의 팀워크가 좋아 서로를 지지하면 응집력이 강하고 높은 밀접성을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리더십이 고갈돼 갈등 등으로 표출된다. 조직 외부는 고객, 거래처, 지역사회, 정부 등 이해관계자 집단과의 네트워크를 견실하게 이어야 한다. 안팎의 네트워크가 탄탄하면 관계 형성이 잘돼 협력이 이뤄지고 협동심이 고취된다.

관계가 잘 정립된 가족기업은 구성원이 내부와 외부의 공동체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조직의 목적을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탄탄한 관계는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을 끌어올린다. 관계가 좋은 동료와 일하면 마음이 편할 뿐 아니라 큰 성취감을 가질 수 있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다. 구성원 사이의 좋은 관계는 개인에게 행복감을 준다. 게다가 구성원을 규율하는 법적인 규제, 통제를 느슨하게 한다. 좋은 관계가 두터운 신뢰를 가져와 자율성을 준다.

신뢰와 소통, 협력 성향이 높으면 갈등이 완화되고 거래비용이 줄어 효용이 커진다. 신뢰가 쌓이면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보험에 드는 시간을 절약한다. 그 힘을 다른 외적 어려움 극복에 쏟을 수 있다.

가족기업이 서로 신뢰하고 협조하면 자산을 지키고 키울 가능성이 높지만, 불신과 갈등, 분쟁으로 사회적 자본이 파괴되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이 뒤따른다. 물론 자산을 지키기도 어려워진다. 가족기업은 2~3대, 그 이상을 내려가더라도 안으로는 응집력이 강하고, 밖으로는 긍정적 관계로 형성된 신뢰가 두텁다.

세계에서 우리나라는 경제 순위가 높다. 이에 못지않게 사회적 자본지수를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법과 정책, 제도의 사회적 자본을 쌓아야 한다. 법을 손질하는 정치인은 우리 사회에 신뢰를 주며, 성숙도를 이끌어야 한다. 무엇보다 백년대계를 세우는 가족기업이 장수기업으로 나가려면 사회적 자본을 확충해 새로운 성장 경로를 찾아야 한다. 국가경제의 중추를 든든하게 다지는 보루는 유지, 존속, 발전하는 가족기업이다. 가족기업이 사회적 자본을 확충해 가족을 정신으로 결속하고 기업을 문화로 아우를 때다.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한국가족기업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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