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1년째, 진심어린 재기 응원
각종 지원제⋅인프라 개선에도 한몫
‘안전하게 재창업하는 세상’ 밑거름

올해 재도전 사례 공모전 접수가 한창이다. 창업 실패 후 재도전에 성공한 경험을 나누고자 마련된 사업이다. 포스터를 보고 있자니 19년 전, 한정화 교수님(한양대 명예교수, 전 중소기업청장)의 연구실 조교로 생활하던 때가 떠올라 격세지감을 느낀다. 당시 연구실은 중기청에서 의뢰한 ‘실패사례 공모전’에 제출된 사례를 분류‧정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석·박사 연구진은 교수님의 지도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마지막 날까지 2박3일의 워크숍을 한 후에야 과제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필자는 미국으로 박사 유학을 갔고 한정화 교수님은 박근혜 정부의 첫 중기청장으로 임명됐다. 그리고 임명 첫 해인 2013년 제1회 재도전 사례 공모전이 공식적으로 시작됐으니 올해로 11년째다.

그 사이 재도전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 우선 창업 도전을 꺼리게 만드는 연대보증이 없어졌다. 2013년 4월 신보법 개정으로 제3자 연대보증이 폐지됐고, 대표자 개인에 대한 보증도 단계적으로 완화돼 2018년 4월부터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법인 대표자 연대보증이 폐지됐다. 자신은 물론 가족, 주변 지인까지 위험에 빠뜨렸던 인적담보가 사라진 것이다. 이후, 2019년부터 한국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관한한 가장 걱정 없는 나라가 됐다.

재도전 인프라와 각종 지원제도도 다양하게 구비됐다. 2014년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재도전종합지원센터가 전국으로 확대돼 위기 진단, 회생, 재창업의 모든 과정을 종합 상담하는 서비스가 제공됐고, 2015년부터는 재도전 성공패키지 사업이 실시돼 지난해까지 1629명이 재도전에 성공했다.

패션 커머스 ‘퀸잇’을 운영하는 라포랩스도 2021년 수혜를 받아 현재 기업가치 4000억의 스타트업으로 발돋움했다. 2013년부터 한국벤처투자에서는 재창업 기업이 투자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엔젤투자매칭 비율을 1:2로 확대했다. 투자자가 1000만원을 재창업 기업에 투자하면 정부 펀드에서 2000만원을 투자해주는 방식이다. 그 외 여러 지자체, 공공기관, 민간단체가 제공하는 지원사업도 매우 광범위하다.

하지만 지난 10년 세월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재도전에 나서는 기업은 기업대로, 이를 지원하는 기관은 기관대로 불만과 고충이 있다. 재도전 예산이 전체 창업 관련 예산 중 2.7%밖에 안 되다보니, 지원을 받은 업체는 신청업체의 약 22%에 불과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반면, 지원기관 측에서는 ‘성실하게 세금 내는 국민만 손해’라는 자조 섞인 형평성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연대보증 폐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기 위한 추가적 관리비용을 치러야 한다.

모두가 내 맘 같을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창업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는 거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업 실패는 인생 실패’라는 패러다임을 깨고 안전하게 창업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었고, 오랜 세월에 걸친 설득 작업과, 많은 이해 관계자들과의 토론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실패한 후 돌아온 창업자들의 재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우리 사회의 따뜻한 합의가 있었고, 본인의 몫을 선뜻 양보해준 성실한 납세자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재도전 사례 공모전이 새삼 반갑다. 재도전에 성공한 선배 창업자들은 부디 본인의 실패-재도전의 경험이 우리 사회에 큰 자산이 될 수 있도록 많이들 응모해주시길 바란다. 사회의 응원에 답하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배태준
한양대학교 창업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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