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식당 메뉴판 갈수록 다양화
식물성 식품수 3년새 2배 성장
풀무원·농심·비건인증 식당 선봬
동물성 원료 안 써도 맛깔난 요리
면요리는 비건·논비건 함께 만끽

비건(vegan)은 채식주의 가운데서도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의미한다.
비건(vegan)은 채식주의 가운데서도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의미한다.

서울시 강서구에서 퓨전 음식점을 운영 중인 정임수 씨(40)는 요즘 비건 메뉴 개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고민의 시작은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이 찾아오면서부터다. 비건 실천을 시작하며 발길을 끊었던 단골 손님이 다시 방문한 것이다.

지인과 함께 술과 함께 간단한 요기를 할 요량으로 찾았다는 손님은 메뉴 중 문어 샐러드를 골랐다. 그리고 재료 중 치즈는 빼고, 문어는 따로 담아달라고 요청했다. 손님과 같이 온 일행은 어류까지는 먹는 페스코 베지테리안이고 단골 손님은 오로지 채식만 하는 비거니즘을 지향한다고 했다.

비건 식당의 메뉴도 다양해지고 있고 고기가 들어간 음식보다 훌륭한 맛을 자랑하는 식당들도 많지만, 모임이나 회사 점심식사 때 논비건인 주변인들을 데리고 비건 식당에 가기란 쉽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이야기를 들은 임수 씨 머릿속엔 기존 메뉴 보완 및 새 메뉴 개발을 통해 비건 메뉴를 확충하고 비건과 논비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식당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런데 페스코 베지테리안과 비건은 뭐가 다른 거지?

베지테리언? 비건?··· 채식주의의 개념과 유형

비건(vegan)은 채식주의 가운데서도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의미한다. 고기는 물론 우유, 달걀 등 모든 동물성 재료를 섭취하지 않는 채식주의 유형 중 하나다. 비건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채식주의자에 대한 개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채식주의(vegetarianism) 또는 채식주의자(vegetarian)는 동물성 식품을 제한하고 과일·채소·곡물 등의 식물성 식품 섭취만을 지향하는 생활 양식, 그리고 그러한 생활 양식을 실천하는 사람을 말한다.

동물성 식품에는 동물로부터 나온 유제품, 동물의 알, 동물 성분을 물에 넣고 끓인 국물과 어류까지 포함되지만, 일부 엄격하지 않은 채식의 경우 동물의 고기를 제외한 동물성 음식을 먹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거의 대부분 채식을 하지만 때때로 필요에 의해 육식을 하거나(플렉시테리안, Flexitarian) 우유, 달걀, 생선까지 허용을 하거나(페스코 베지테리안, Pesco-vegetarian) 유제품과 동물의 알은 먹는 경우(락토-오보 베지테리언, lacto-ovo vegetarian), 고기와 동물의 알은 먹지 않지만 유제품은 먹는 경우(락토 베지테리언, lacto vegetarian) 등 다양한 양상의 채식주의 유형이 존재한다.

비건은 이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이고 엄격한 형태의 채식주의를 지향한다. 고기는 물론 유제품과 동물의 알, 벌꿀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고 나아가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옷이나 동물성 원료가 포함된 모든 상품도 사용하지 않는다.

국내 채식주의자들 중 다수가 건강을 위해 채식주의를 선택하곤 하지만 비건은 생명 윤리에 대한 신념 및 사회·환경 운동 등의 이유로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폭풍 성장 중인 국내 비건 인구 및 시장 근황

세계인구리뷰(worldpopulationreview.com)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채식주의자 인구 추정 숫자는 약 150만명이며, 한국채식연합은 올해 200만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 만큼 최근 채식 관련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20년과 비교했을 때 식물성 식품 수가 3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업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채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비건 식품 브랜드를 별도로 만드는가 하면 비건 인증 레스토랑을 선보이기도 했다. 풀무원의 비건 인증 레스토랑 ‘플랜튜드’와 농심이 운영하는 비건 파인다이닝 ‘포리스트 키친’ 등이다.

동네마다 개인이 운영하는 비건 식당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비건 음식점, 비건 베이커리 등 동물성 원료를 배제한 순 식물성 제품만으로 음식과 디저트를 만드는 가게들도 꾸준히 늘어가는 추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동물 원재료를 쓰지 않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에 부여되는 비건 인증을 받은 식품이 지난 2021년 기준 2019년 대비 151%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 말인즉슨 비건 식재료 구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비건 조미료부터 식물성 유제품 등 요리에 필요한 상당한 식재료가 비건 형태로 존재한다.

소상공인을 위한 비건 메뉴 가이드

일반 음식점에서 비건 메뉴를 선보이고자 한다면 식재료 선정부터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고기나 유제품, 해산물을 뺐다고 모두 비건식은 아니다. 비건식의 핵심은 동물이나 동물로부터 얻는 재료를 쓰지 않아야 한다는 데 있다.

언뜻 채식으로 보이는 김치도 사실 완전한 채식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김치를 담글 때 쓰는 젓갈 때문이다. 비건식 김치는 젓갈을 빼고 오로지 소금으로만 발효시킨다. 젓갈을 뺀 비건 김치가 싱겁거나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몇 가지 비건 김치의 리뷰를 살펴보면 싱거운 맛보다는 시원하고 깔끔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채소로 이뤄진 샐러드의 경우 드레싱이 관건이다. 간장, 레몬즙, 올리브오일 등을 활용하면 동물성 원료가 들어간 소스 없이도 맛있는 드레싱을 만들 수 있다. 만약 달걀이나 유제품이 들어가는 마요네즈 또는 크림을 써야 할 경우, 식물성 재료로 맛을 낸 비건식 마요네즈 및 크림으로 대체해보자.

고기나 버터, 크림이 들어가지 않은 파스타는 비건과 논비건 모두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최고의 비건식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바질페스토 조리법을 응용해 만든 깻잎페스토 파스타, 참나물페스토 파스타 등의 이색 메뉴가 각광받고 있다.
고기나 버터, 크림이 들어가지 않은 파스타는 비건과 논비건 모두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최고의 비건식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바질페스토 조리법을 응용해 만든 깻잎페스토 파스타, 참나물페스토 파스타 등의 이색 메뉴가 각광받고 있다.

간혹 ‘비건=건강식’이라 생각해 비건식에 밀가루를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오해다. 밀가루에 달걀, 버터, 우유를 넣고 2차 가공을 해 만든 빵 등은 비건식이 아니지만 밀가루와 물만 넣고 만든 면의 경우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엄연한 비건 식재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파스타 면과 올리브오일, 마늘, 소금, 후추만으로 만든 알리오올리오 등의 면 요리는 비건은 물론 논비건도 즐기는 메뉴로 적합하다.

들깨와 버섯을 듬뿍 넣은 버섯들깨탕은 한식 마니아인 비건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다. 구수한 맛과 쫄깃한 식감에 꼭 비건뿐만이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인기 있는 메뉴이자 식물성 보양식으로도 통한다.

버섯과 두부, 들깨가루가 주재료로 쓰이는데 깊은 맛을 내기 위해 멸치 육수나 다시다를 넣는 경우가 많다. 비건식으로 만들려면 멸치 육수 대신 표고버섯을 불리고 우려낸 물을, 일반 다시다 대신 비건 다시다를 이용할 수 있다.

바질페스토 파스타는 알리오올리오와 함께 최근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파스타 메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본 오일파스타 조리 과정에 바질과 올리브오일, 견과류 등을 갈아 만든 페스토를 넣어주기만 하면 끝.

알리오올리오와 마찬가지로 면과 올리브오일, 바질, 견과류, 소금 및 후추 등의 재료 외엔 어떤 동물성 식재료도 필요 없다.

바질페스토에서 파생한 깻잎페스토, 참나물페스토 등 바질 대신 향이 강한 잎채소를 갈아 넣으면 보다 특색있는 요리를 선보일 수 있다.

■논비건 non-vegan : ‘비건이 아니다’라는 의미일 뿐, 정상 혹은 비정상의 범주에 해당하는 단어도 아닐 뿐더러 그 안에 어떠한 비하도 담기지 않은, 그저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의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shinda.writ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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