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 ESG경영 요구
부패리스크 관리가 투자 좌우
준법⋅윤리시스템 확립 급선무
中企 단독으론 대응여력 한계
정부⋅대기업 적극 지원 바람직
기업가치⋅목표의식 공유 중요

현재까지 기업이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에 관한 논의는 주로 대기업에 집중돼 있었다. 오늘날 전 세계 기업 중 90%가 중소기업이며, 10개의 일자리 중 7개가 중소기업에서 나오며, 그들 중 다수가 대기업 또는 다국적 기업의 공급망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기업 공급망은 점점 더 복잡성을 띠며, 규모도 거대해지고 있다. 회복력 있는 공급망 구축과 유지는, 급격하게 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 성공 요소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기업들은 기존 공급망 관리에서 기술, 품질, 비용, 납기의 신뢰성과 안정성에 집중해 왔지만, 최근에는 전 가치사슬(value chain)에 지속가능성을 내재화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지정학적 분쟁, 원자재 부족,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 재해, 분쟁 광물, 안전보건 및 인권 영향, 뇌물 부패 및 윤리경영과 관련한 새로운 규제들은 공급망 리스크 관리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을 바꾸고 있다.

최근 미국,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기업 공급망 ESG 관리 및 실사가 규제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국제사회의 흐름은 글로벌 시장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우리 기업들에게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리스크 관리 및 경쟁력 제고 차원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초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내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올해 최대 ESG 현안으로 ‘EU 공급망 실사’가 꼽히기도 했다.

부패한 파트너 시장서 퇴출

몇년 전 글로벌 기업들의 고위 준법감시임원 267명이 참여한 조사에 따르면, 40%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뇌물 및 부패 리스크가 매년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고 답했으며, 리스크 증대의 가장 큰 이유로 해외 진출(55%), 제3자와의 관계 증가(54%), 기존의 규제 집행 증대(51%)를 꼽았다.

또한, 점점 처벌 수위가 높아지는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위반한 기업의 벌금 부과금액의 상위 10건의 부패 이슈는 대다수 컨설턴트, 대행업체, 합작기업 파트너 등과 같은 제3자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은 더 많은 협력사에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ESG 경영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은 기술 표준, 품질, 근로 환경은 물론이며 현지 반부패법 및 기업이 정한 글로벌 파트너의 준법·윤리 규정까지 모두 준수해야 함을 뜻한다. 특히, 기업들의 신규 시장 진출 확대와 더불어 제3자와 더 많은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사업 운영을 위탁함에 따라, 부패 리스크 또한 높아지고 이에 대한 관리 역시 중요해지고 있다.

점차 더 많은 국가들이 사업 파트너의 부패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기업에게 요구하고 있으며, 투자자들 역시 기업의 부패 리스크 관리를 투자 의사결정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부패한 사업 파트너와 연루된 기업은 평판을 잃고 시장에서 외면당할 수 있기에, ESG 경영에서 투명한 지배구조와 윤리적 경영 활동은 가장 근본적이며 중요한 요소다.

ESG 공급망 생태계 조성 시급

이렇듯 복잡한 사업 환경에서 기업이 제3자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는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부패방지 프로그램 실행 및 실사(due diligence) 절차를 정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공급망에 속해 있는 기업들 역시 계획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정교한 감사 및 준법·윤리 시스템을 확립할 자원이 부족할 수 있지만, 부패 리스크를 식별하고, 특정 부패 이슈에 대한 정책 마련, 행동강령(Code of Conduct) 제정, 모니터링 등을 통해 준법윤리 반부패시스템을 확립하고, 이를 이행 및 개선해 나가야 한다. 단계별 이행 과제는 기업의 수준과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반부패 행동강령의 핵심 요소에서는 △조직의 가치와 원칙 △용인되거나 되지 않는 행동 △곤란한 상황에서의 행동 방침 △조언을 구하는 방법과 절차 △행동강령 준수에 대한 인센티브 및 비윤리적 행동에 대한 처벌 등이 다뤄져야 하며, 행동 강령에 포함돼야 할 핵심 요소는 국제 가이드라인 등에서 권고하는 내용을 참고하면 된다.

4차 산업혁명과 팬데믹을 지나며 중소기업들은 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으며, 반부패 윤리 경영을 포함한 ESG 규제화 흐름은 또 다른 중대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ESG경영을 이해하고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 및 대기업들의 더 많은 지원과 함께 ESG 공급망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

더불어, 기업 ESG 및 윤리경영의 성패는 리더십과 조직 전반의 내재화에 달려 있으므로, 기업 가치 및 목표 의식의 공유가 중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은 고위 경영진이 반부패 원칙 기반의 경영에 대한 의지를 더욱 보여주고(Tone from the top), 자원 배분을 통한 관리감독이 중요하다. 다양한 방식의 교육 및 소통을 통해 임직원의 인식과 역량을 제고해 나가면서, 투명하고 윤리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면, ESG시대의 위기는 또 다른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이은경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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