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이 구로디지털산업단지에서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열어 산업단지 입지와 환경규제, 외국인 고용 규제 혁신방안을 내놓았다. 산업단지 입주업종 결정방식을 표준산업분류표 기준에서 전문가 결정 방식으로 전환하고, 글로벌 스탠다드보다 엄격했던 화학물질 관리 규제를 EU 수준에 맞게 완화했다. 특히 숙련기능 인력을 포함한 외국인 근로자 공급확대방안과 현장맞춤형 외국인력 관리체계 개편도 포함됐다. 중소기업계 현장 의견이 대폭 반영된 것이다.

이날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외국인력 제도와 입지 관련 인·허가 처리속도에 대한 현장의견을 전달했다. 우선 외국인 쿼터의 과감한 폐지, 숙련 기능인력(E-7) 활용범위 확대, 창고·물류업 등 서비스업에서의 외국인력 활용 허용과 함께 외국인 근로자의 과도한 사업장 변경 문제에 대한 추가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또한 대규모 해외 투자제안을 받고도 인·허가 처리기간 때문에 실제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하남시 K-스타월드’ 사례를 언급하며, 콘텐츠·영상제작 등 관련 중소기업의 성장기회 마련을 위해 입지 관련 인·허가 처리속도를 최대한 높여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정부는 외국인력 제도개선에 대한 긍정적 검토의견과 더불어, ‘K-스타월드’ 사업에 대해서는 국무총리실 주도의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다.

사실 규제혁신은 역대 정부에서도 핵심 국정과제였다. 하지만 임기가 지날수록 주요 아젠다에서 밀려났다. 복잡한 규제일수록 풀어내기가 어려운데 동력이 약화되니 규제는 그대로 남았다. 다행히 이번 정부는 출범 직후는 물론이고, 2년차를 맞아서도 규제혁파에 대한 강한 의지로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에는 18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킬러규제‘의 개혁을 주문했고,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킬러규제 개혁으로 신성장 도약을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규제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선 공직자들의 인식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직자들은 성과를 내기 위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신규 과제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업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건의했던 규제에 대한 돌파구다. 해묵은 규제건의 자체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기업들이 고통받았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공직자들의 마인드 역시 확 바꿔야 한다”며, “쉽게 풀 수 있는 규제를 넘어 우리가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킬러규제 혁파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특히, 규제개혁 노력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관련 입법보완이 뒤따라야 하는 만큼 국회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 가령 화학물질 등록기준이 0.1톤에서 1톤으로 상향되는 등 환경규제 완화방안이 발표됐는데, 이는 법 개정 사항이므로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 여야 모두 기업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만큼 여야는 당리당략을 떠나 적극 협조해야 한다.

글로벌 경기 부진 속에서 한국경제의 저성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지난 상반기 전망치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한 2.2%로 수정했다. 규제혁신이야말로 예산투입 없이 손쉽게 경기를 살릴 수 있는 수단이다. 정부는 킬러규제를 잡아내고, 국회는 이에 긴밀히 협력해 복합경제위기 타개의 기회를 열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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