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원장, 중소기업인 간담
기술유용행위 엄단 강한 의지
김기문, 시급한 中企현안 건의

지난 23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중소기업 간담회’가 열렸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앞줄 오른쪽 여섯번째부터)과 한기정 공정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황정아 기자
지난 23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중소기업 간담회’가 열렸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앞줄 오른쪽 여섯번째부터)과 한기정 공정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황정아 기자

“앞으로의 경쟁은 기업 대 기업 간의 경쟁이 아니라, 협력업체를 포함하는 한 분야의 생태계와 생태계, 클러스터와 클러스터 간의 경쟁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경쟁력을 갖춰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해나갈 때, 생산성 향상은 물론이고 냉혹한 경쟁 여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지난 23일 열린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이 같은 인사말을 통해 중소기업이 자신이 투입한 비용과 혁신의 결과에 대하여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공정한 거래환경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한기정 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중소기업계의 현장 애로를 청취하기 위해 중기중앙회를 다시 방문한 것으로써, 이날 간담회에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비롯해 △조인호 대한설비건설협회 회장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임병훈 이노비즈협회 회장 △석용찬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회장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 등 중소기업 관련 협회·협동조합 대표자 20명이 참석했다.

연동제에 전기료 포함 당부

이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지난 4월에 공정위가 42년 만에 정책 기능과 조사 기능을 분리했다고 들었다”며 “중소기업들 입장에서도 공정한 거래환경을 위한 정책 효율성을 높이고, 피해 기업들의 조사와 구제는 더욱 신속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납품대금 연동제 대상에 전기료 포함, 협동조합의 담합 배제 등 두 가지 시급한 과제를 건의했다. 김 회장은 “납품대금 연동제에 원재료만 포함되고 최근 급등하고 있는 전기료 등 경비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열처리 산업의 경우 전기료가 제조원가의 약 30%를 차지하는데, 뿌리기업들도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전기료를 연동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를 위해 중소기업의 협상력을 높여야 하는데, 기업간 거래(B2B 거래)만큼은 협동조합이 담합의 굴레에서 벗어나 공동사업을 위한 단체협상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3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중소기업 간담회’가 열렸다.   황정아 기자
지난 23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중소기업 간담회’가 열렸다.   황정아 기자

한기정 위원장은 “연동제를 도입하는 하도급법이 지난 6월 국회를 통과했고, 현재 하위 법령 개정이 차질 없이 추진 중에 있다”며 10월 법 시행을 앞두고 공정위의 연동제 안착을 위한 정책들을 설명했다.

먼저 연동제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연동 계약을 체결하고 실적이 있는 기업에 대해 벌점과 과태료를 경감한다. 또한 연동 우수기업들은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모범업체 선정 시 가점 부여돼 직권조사 면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중소벤처기업부의 각종 지원 사업에도 가점이 부여되고 산업은행의 금리 감면 혜택 등이 제공된다.

그러나 연동 의무를 회피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제재한다. 한 위원장은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열악한 지위를 이용해 연동하지 않도록 합의를 강요하는 것은 제도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법 위반”이라며 “시정명령 및 과태료와 벌점도 부과하는 등 강력하게 제재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실효성 있는 피해구제에 방점

공정위는 연동제 도입 이후에도 운영 실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업계 의견을 다양한 방식으로 수렴해 하위 규정으로 정해야 하는 구체적인 사항, 제도 보완 필요성에 대해서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 위원장은 기술 탈취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기술 유용 행위에 대해 엄단하는 한편, 실효성 있는 피해 구제가 이뤄지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중기중앙회는 지난 5월 김한정 의원실, 김종민 의원실, 김경만 의원실, 재단법인 경청과 공동으로 ‘손배소송 행정조사자료 활용 입법 세미나’를 열고, 손해배상 소송 시 행정기관 조사자료를 증거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세미나에서는 피해 기업의 신속하고 실질적인 피해회복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는데, 공정위 또한 같은 방향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현재 법령 개정을 통해 기술 탈취에 대한 과징금 한도를 2배 상향했고, 계약 체결 전의 기술 유용 행위까지도 규율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현재 손해액의 3배인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를 상향 조정하고 손해액 산정 추정 기준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무엇보다도 피해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손해배상 소송 과정에서 증거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피해 입증이 힘들다는 점이다. 이에 지난해 2월 법원이 당사자에게 자료 제출을 명령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이때 손해 증명과 손해액 산정에 꼭 필요한 자료는 영업비밀을 이유로 자료 제출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내부 지침 개선을 통해 피해 사업자에게 영업비밀을 제외한 자료와 공정위가 확보한 자료 목록을 적극 제공하는 등 실질적인 피해 구제가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기업인들은 △불합리한 장기계약 관행 개선 △공정위 신고접수 시 소멸시효 중단 효력 부여 △온라인플랫폼 입점업체 단체협상권 제도화 △불공정거래 과징금을 활용한 피해 중소기업 지원 등 불공정거래 관련 현장의 생생한 애로 20건을 전달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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