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내년 1월 27일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을 앞두고 여전히 준비하지 못한 사업장 비율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50인 미만 사업장 89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다섯 곳 중 네 곳은 아직 준비를 못한 가운데 ‘아무 준비도 하지 못했다’는 곳도 29.7%에 달했다.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기업은 1.2%에 불과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가 1년 이상 징역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은 사업주 역할이 절대적이어서 구속되거나 징역형을 받아 부재시 폐업 가능성이 높고, 근로자도 일자리를 잃게 될 우려가 크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1호’로 기소된 중소기업인 두성산업은 수사 과정을 거치면서 경영상 어려움으로 근로자가 절반 이하로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50인 미만 사업주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영업부터 제품 개발, 때로는 직접 기계까지 돌리는 등 일인 다역을 수행하면서도 시간을 쪼개 설명회도 참여하고, 정부 컨설팅도 받는 등 노력을 기울이는 사업주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설비를 바꾸는 등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조치가 아니라 인력·예산 확보 및 유해·위험요인 개선 절차 마련·점검, 매뉴얼 작성 등 관리적 조치가 중요하므로 사업주가 혼자서 다 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안전 전문인력을 채용하려 해도 중소기업에는 오지 않을뿐더러 인건비 부담도 만만치 않고, 외부 컨설팅조차 비용이 수천만원에 달해 대부분 중소기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업장 내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사업주나 근로자나 마찬가지다. 50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해서 중대재해 예방에 나서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최소한 사업주가 노력하면 준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다음 법을 시행해달라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이 유예되면 사업주가 안전관리에 더욱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을 수 있지만 이는 현실과 맞지 않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은 사업주가 대부분 실질적으로 사업장을 총괄·관리하기 때문에 중대재해 발생 시 산업안전보건법상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는 근로자 사망 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서도 7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어 처벌 강도가 굉장히 높다.

이처럼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이미 충분히 강한 처벌을 할 수 있는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적용하는 것은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입법 취지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유예기간을 최소 2년 이상 연장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산재예방을 위한 정부 지원을 대폭 확대해 중소기업도 안전 확보에 나설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기업들이 산재를 입은 근로자 보상과 재해예방을 위해 납부한 산재보험료가 약 24조원이나 쌓여있다. 지난해에도 기업들이 납부한 산재보험료가 8조 3000억원에 달했지만, 산재예방을 위해 기업에게 지원된 금액은 1조원 수준에 그쳤다. 현장에서는 중소기업 공동안전관리자 지원사업 신설, 안전투자혁신사업 상시화, 클린사업장조성지원사업 자부담 비율 완화 등 시급하게 필요한 정부 지원들이 많다.

이번 달 1일부터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시작됐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을 연장하고, 산재예방 지원예산을 대폭 확대해 사업주 처벌보다 실질적인 중대재해 예방에 나서는 것이 민생을 돌보는 것이다. 여야를 떠나 뜻을 모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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