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선두 업체인 엔비디아(NVIDIA)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시장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주가가 오를 대로 올라 과열됐다는 의견도 있지만, 지금이 가장 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 들어 200% 이상 폭등했다. 엔비디아 주가 추가 상승에 베팅한 시장은 AI 반도체 시장의 높은 성장 스토리가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1993년 미국 반도체 기업 AMD사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커티스 프리엠과 젠슨 황, 크리스 말라초스키 등 세 명이 엔비디아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을 기획했지만 해당 시장 진입이 어렵다고 판단, 콘솔 게임기와 PC, 노트북 등을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는 자체 공장이 없기 때문에 GPU 제작은 TSMC, 삼성전자 등에 맡긴다.

GPU는 그래픽을 화면에 구현하기 위해 단순한 연산을 동시에 대량으로 처리한다. AI 로직은 정보를 대량으로 받아들여 반복 연산해 학습한다. GPU는 AI 로직을 구현하기 위해 안성맞춤인 것이다. 이를 깨달은 엔비디아는 2016년부터 단순한 게임용 GPU 사업에서 AI용 GPU 설계 사업을 주력으로 삼게 됐다.

엔비디아는 AI 개발 붐을 타며 GPU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했다. 앞으로 AI 산업이 더욱 성장하면서 핵심 기술을 쥐고 있는 엔비디아의 실적과 주가가 당연히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월가에선 특히 생성AI 열풍에 따른 GPU 수요 급증과 품귀 현상으로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 아직 저평가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세계 AI 반도체 매출은 534억달러로 지난해(442억달러)보다 20.8% 증가할 전망이다. 내년 AI 반도체 매출은 671억달러, 2027년엔 올해의 두 배가 넘는 119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봤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최근 로이터는 엔비디아 주가가 저평가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50억달러(약 33조275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라고 밝힌 점을 근거로 주식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선 엔비디아 주가가 저평가됐다고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디 아크리 벤치마크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에 ‘매수’ 등급을 부여했지만,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변수로 꼽았다. 현재 엔비디아의 AI GPU는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라고 하지만, TSMC에 애플 등 대형 고객사들이 있는 만큼 공급이 뒷받침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GPU 개발 외에 여러 AI 영역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다양한 AI 서비스를 제공해 종합 AI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GPU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이와 관련한 다양한 활용 방안까지 마련하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옴니버스 플랫폼도 강화

대표적 사례가 지난 3월 내놓은 슈퍼컴퓨터 구독 서비스 ‘엔비디아 DGX 클라우드’다. 기업이 대규모 AI 기술을 개발하려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별도의 서버를 구축하거나 외부 클라우드를 활용해야 하는데,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터를 필요한 만큼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를 위한 디지털 트윈 서비스 ‘엔비디아 옴니버스 플랫폼’도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은 이 기술을 통해 생산공장 전체를 가상 공간에 옮겨 실시간 모니터링 등을 할 수 있다. 특정 도시 전체를 디지털 트윈 기술로 옮겨 자율주행차량의 훈련용으로 활용하는 서비스도 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가 고성능 AI GPU 생산을 현재의 최대 4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엔비디아가 내년에 최신 GPU인 ‘H100’의 생산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H100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GPU로 개당 4만달러(5340만원)에 달한다.

엔비디아의 올해 H100 생산 목표는 50만대로, 내년에는 150만대에서 20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의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주가 상승을 예상하는 시장의 반응이 어색하지 않아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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