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성장⋅발전의 기본요건
수동적 대응보다 적극 수용 필요
원가 절감할 기회로 활용 바람직
현 수준 체크해 취약점 개선 시급
중장기 계획 세워 순차적 실천을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 유행과 맞물려 기업 경영의 화두로 대두되고 있는 ESG경영이 지속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다. 주식시장 상장 기업의 공시 의무화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의 통합 공시 기준이 발표되었다는 뉴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이 임박했다는 소식, 그린 워싱에 대한 규제 이슈 등. 대기업에 비해 아직 ESG경영에 대한 자체 역량과 경험이 부족한 중소기업들 입장에서는 쏟아지는 ESG 뉴스들이 다른 세상의 이슈로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언가를 바쁘게 챙겨야만 할 것 같은 막연한 압박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중소기업에게는 어렵고 복잡한 ESG 이슈들

수많은 이슈 가운데 올해부터 중소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공급망 ESG’ 이슈다. 지난 6월 EU 의회를 통과한 ‘공급망 실사지침(EU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을 정점으로 국내외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 경영에 바로 영향을 미치는 이슈로 급부상한 것이다. 이러한 공급망 ESG 이슈에 대해 중소기업들이 가지는 느낌은 ‘평가에 대한 부담’이다. 이는 고객사의 기대를 충족하는 결과를 제출해야만 안정적인 거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겠지만, 생각을 조금은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싶다.

‘건강한 사업장’을 만들 기회로서의 공급망 ESG

100세 시대에 접어든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건강하게 생활하는 시니어들을 주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고, 무병장수를 위해 평소에 꾸준한 건강관리를 하면서 정기적으로 건강검진도 받는 것이 이제는 너무나도 일반화됐다.

중소기업 대상의 교육과 컨설팅 과정에서 보통 공급망 ESG 이슈를 개인의 ‘건강관리’ 활동에 비유해 설명하곤 한다. 첫째, 건강한 상태로 수명을 다한다는 것은 개인 입장에서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기업도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활용하는 수단이 바로 ESG경영이다. 거래하는 대기업에서 요구하기에 마치 급하게 방학 숙제를 해야 하는 학생과 같이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망 ESG에서 요구하는 활동이 우리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한 기본 요건이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많은 고객사가 협력사들에게 관리를 기대하는 항목 중에 에너지 사용 절감, 용수 사용 절감 등이 있고, 이러한 관리 항목에 대하여 3년 내지 5년의 실적 데이터 제출을 요구한다. 중소기업 대표 입장에서 고객사에 이러한 데이터를 제출하는 활동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고객사에서 요구하니 어쩔 수 없이 데이터를 취합해서 보내는 것에 머물지 말고, 우리 기업의 원가절감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3년간의 전기 사용 실적을 분석하다 보면 전기료를 절감할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다. 실제로, 충북의 한 중소기업은 고객사의 ESG 요구사항을 기업의 원가절감 항목으로 연결해 직원들의 참여를 촉진하는 변화 활동으로 실행하고 있다.

둘째, 꾸준한 건강관리의 핵심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이다. 내 건강상의 문제와 개선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예방과 치료 활동으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기업도 경영활동 과정과 조직운영 전반에서 건강도를 점검하는 검진이 공급망 ESG 활동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이해관계자들이 건강하고 사회・환경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기를 기대하는 항목(노동, 인권, 안전, 환경, 윤리 등)들을 기준으로 우리 기업의 현재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공급망 ESG 이슈가 우리 중소기업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이에 덧붙여 강조하고 싶은 것은 건강검진을 제공하는 병원마다 검사 항목이나 방법이 조금씩 다르듯이, 공급망 ESG 관리 항목도 업종별로 고객사별로 다르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 말에 정부는 한국 기업들의 ESG 실행력 제고를 촉진하기 위해 ‘K-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그 이후 많은 기관에서 기업을 위한 관리 기준들을 앞다퉈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은 ESG 경영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는 기준들이며, 핵심적으로 인지하고 대응해야 하는 기준은 바로 거래하는 고객사가 제시하는 기준이어야 한다.

셋째,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는 연 1회 건강검진뿐 아니라, 연중 지속적인 건강관리 활동이 필요하다.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도를 높이기 위해 우리는 금전적 투자까지 하면서 관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내년 건강검진에서 조금이라도 나아진 결과를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공급망 ESG도 고객사에서 요구하는 평가표에 우리의 현재 수준을 체크하고 몇 점이라는 결과를 확인하는 것보다, 그 과정에서 확인된 우리의 취약항목을 꾸준히 개선해 나가는 활동이 더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당장 모두를 개선할 수는 없기에 중장기적으로 개선 계획을 수립해 순차적으로 실행하고 그 과정에서 고객사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과 설명을 할 수 있으면 된다.

이해관계자 눈높이가 기준

일부 중소기업의 대표자들은 고객사로부터 ESG 활동과 관련하여 ‘평가’를 받기에 다른 기업보다는 더 좋은 점수, 이왕이면 100점을 받아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현실적으로 100점이 가능한 것일까? 중요한 것은, ESG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기적으로 이해관계자 기대를 기준으로 우리 기업을 점검해 취약항목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을 실행한다는 ‘관리 활동 과정’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SG경영은 기업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에서 출발했는데, 바로 ‘건강하고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어서 사회에 기여해 달라는 것이다. 공급망 ESG 이슈도 이러한 이해관계자 기대의 연장선상에 있다. 중소기업들이 안정적인 거래 관계의 훼손을 걱정하는 수동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원가절감 및 건강한 사업장을 만들어 경쟁력을 제고할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적극적인 관점으로 공급망 ESG 이슈에 대응해 나가길 기대하고 응원한다.

 

 

김현식
꿀벌기업지원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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