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0.7명… 인구소멸 우려
손주 둔 조부모 ‘가뭄에 콩나듯’
정부, 아기 낳는 사회 복원해야

얼마 전 할머니가 됐다. 첫 손주니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당분간 만나지 못한다. 코로나 이후 병원과 산후조리원에서 방문객에 대한 감염관리가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대신 비대면 시대답게 앱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아기의 모습을 볼 수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앱에 들어가면 아기의 친가와 외가 가족은 물론 심지어 엄마와 아빠의 친구들까지 모여있다. 자주 보지 못하던 친척부터 소원했던 지인들까지 아이 탄생을 기점으로 한마음 한뜻으로 앱에서 대동단결한 것이다. 아기 모습이 자주 업데이트됨에도 무시로 보고 싶고 궁금해서 종일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 주는 힘이다.

요즘 아기 울음을 흔하게 듣기 어려운 세상이다. 지난 2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란다. 게다가 합계출산율 0.7명은 주권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치이며 OECD 국가 중 1.0을 밑도는 유일한 국가다. 만성적인 저출산 국가이자 ‘노인의 나라’인 일본의 합계출산율이 1.26명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우리나라 저출산의 심각성이 더하게 느껴진다.

저출산은 선진국들이 공통으로 겪는 사회현상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출산율 저하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인구 예측을 압도적으로 무력화하고 있다. 일반적인 선진국형 저출산과는 달리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인구소멸 위기’, ‘인구 재앙’이란 끔찍한 표현이 거리낌없이 오르내릴 정도다.

왜 결혼하지 않을까? 왜 아이를 낳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젊은 세대들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사는 자연스러운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지난 수십 년간 이 질문에 셀 수 없이 많은 정책으로 대응해 왔다. 그동안 현금성으로 직접 지원한 규모만 해도 2006년 이후 280조원에 달한다. 간접 투입 재정까지 감안하면 가히 천문학적일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간의 저출산 대책은 ‘백약이 무효’인 듯하다. 지금은 종을 유지하려는 생명체로서의 본능조차도 사라진 시대다.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되는 끝없는 경쟁과 스트레스, 살아보니 거친 세상 굳이 경험할 필요가 없다는 자괴감, ‘너도 안하니 나도 안한다’는 식의 집단적인 쏠림 현상까지 사회적 병리는 다양하다. 그런데 역대 우리 정부는 원인보다는 증세만 치료하는 대증요법에 가까운 대책을 만들고 시행해 온 측면이 있다. 대증요법은 일시적으로 증세는 완화 시킬 수 있으나 근원은 치료하지 못해 다시 나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필자는 공직 생활을 하면서 결혼했고 퇴직할 때까지 줄곧 일과 양육을 병행했다. 그리고 이제 그 자녀가 결혼해 얼마 전 손주를 낳았다. 그때는 어느 정도 앞가림만 되면 결혼해 가족을 이루는 것이 당연한 삶의 경로였다. 아이를 키우면서 울고 웃으며 삶의 희로애락을 배운다. 무자식 상팔자라고 해도 아이들이 삶의 희망이고 미래였다. 아이들을 보면서 세상을 이겨나갈 강인함과 풀뿌리 같은 생활력을 얻기도 했다.

지금의 세태는 아이로 인해 부부가 포기하거나 투입해야 하는 비용적 요소만 따지는 경향이 크다. 반면에 자녀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 요소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 새 생명으로 인한 효과는 대부분 무형의 요소로 ‘겪어봐야’ 안다. 새 생명을 맞이하고 양육해 공동체의 일원으로 키워낸다는 것은 가정과 사회적으로 끊임없이 투입해야 하는 장기 프로젝트이지만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모든 투입을 상쇄할 정도로 크다.

결혼과 출산, 아이가 희망이자 미래인 삶의 경로를 만드는 일. 이 기초적인 일상의 경로를 복원하는 일. 이것이 우리 정부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이다. 요즘 할머니가 되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단다. 살며 할머니가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일진대 저출산 시대이다 보니 할머니가 됐다는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장경순
한림대학교 글로벌협력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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