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노디스크, 루이뷔통 누르고 유럽 시총1위

비만치료제를 앞세운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가 ‘명품 황제’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HM)를 제치고 유럽 증시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다.
비만치료제를 앞세운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가 ‘명품 황제’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HM)를 제치고 유럽 증시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다.

덴마크 비만치료제가 프랑스 럭셔리 패션을 이겼다. 파이낸셜타임즈,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비만치료제를 앞세운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가 ‘명품 황제’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HM)를 제치고 유럽 증시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다.

9월 4일(현지시각) 덴마크 증시에서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74% 오른 1310.80덴마크크로네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로 거래를 마쳤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날 달러 기준 시총을 4280억달러(약 566조5864억원)로 끌어올리면서 종가 기준 처음으로 유럽 증시 시총 1위를 차지했다.

반면 LVMH의 주가는 이날 프랑스 증시에서 0.41% 빠졌다. 시총은 3830억유로, 달러로는 4190억달러(약 554조6722억원)를 기록하며 2년 반가량 지켜온 시총 1위 자리를 노보노디스크에 내줬다.

노보노디스크를 유럽 시총 1위 기업으로 만든 건 당뇨·비만치료제인 ‘위고비(Wegovy)’다. 주요 성분인 세마글루티드는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호르몬인 GLP-1을 흉내 내는 ‘GLP-1 유사체’다. 음식물이 소화계를 천천히 이동하도록 하고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한다. 일주일에 한 번 사용자가 스스로 주사하면 된다.

위고비는 원래 인슐린 양이 적어 혈당 수치가 오르는 질환인 제2형 당뇨병 치료를 위해 개발됐지만 체중 감량에 효과가 있음이 밝혀지며 비만 치료제로 나왔다. 위고비를 주사하면 식욕이 줄고 포만감이 느껴져 식사량이 줄고 결국 체중이 1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3kg 다이어트 비결로 위고비를 꼽으면서 더욱 주목받아 품귀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올해 위고비를 출시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주가가 41% 상승했다. 국내에서는 올해 4월 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뒤 내년 10월까지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출시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인구는 2020년 기준 약 9억8880만명에 달한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애널리스트들은 당뇨와 비만치료 신약 시장의 매출 규모가 연간 1300억~1400억달러(170조~185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노보노디스크는 이 시장에서 매출 기준 가장 큰 생산업체”라고 설명했다.

비만 치료제는 이제 제약업계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위고비가 거의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올 연말 FDA의 신약 승인 심사 결정을 통과한다면 내년부터 2파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두 의약품은 같은 GLP-1 계열의 약물이면서 치료 효과가 뛰어나 당분간 비만 시장을 양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비만치료제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두 대형 다국적 제약사는 위고비와 마운자로라는 걸출한 주력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비만 치료 범위를 확장하는 데 도움 줄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이 시장에 뛰어들려는 추격자들을 압도적 효능과 안전성으로 확실하게 뿌리치겠다는 전략이다. GLP-1 작용제 기전 비만 치료제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병용요법 약물이나 비만 합병증을 치료하는 기술, 혹은 환자의 편리성을 제고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두 ‘빅파마’의 관심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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