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 ‘시중 논란’ 일축
물가상승 압력 확대 가능성 높아져
선제적 리스크관리엔 공감대 형성
만기연장 따른 대출 부실도 경고등
中企⋅소상공인 전기요금 폭탄 체감
저금리 대환 확대⋅설비지원 등 시급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16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은행장 및 정책금융기관장과의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16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은행장 및 정책금융기관장과의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시중에서 ‘9월 위기설’이 불거지며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위기는 없을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위기설이 과도하게 퍼진 측면이 있긴 하지만, 현재 상황은 우리경제 전망을 낙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나온 9월 금융위기설 질의에 대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금리도 올라가고 공사 상황도 좋지 않지만, 연체율이나 부도율이 아닌 미분양 주택, 취업 지표를 가지고 9월에 위기가 터진다고 하는 건 정확한 판단이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불확실성이 많으니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일부 언론하고 유튜브에서 제기하는 이유를 바탕으로 한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일축하며, 중국 부동산 위기에 대해선 “중국 부동산이 어려워지면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겠지만, 중국 정부의 정책 의지를 봤을 때 중국 전체를 흔들 위기로 보지 않는 견해가 많다”고 말했다.

물가 재상승 우려 제기

이처럼 금융위기설은 기우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며, 업계에서도 과도한 공포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드러나고 있는 이슈들에 대해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많다.

실제로 최근 소비자물가가 반등하고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물가 재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지난 7일 발표한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며 다만 “중국 경기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물가에 대해 KDI는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졌지만, 물가상승세의 기조적인 둔화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국제유가 상승세로 인해 물가상승 압력이 다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2023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2020년=100)으로, 1년 전에 비해 3.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률은 전달의 2.3%보다 1.1%포인트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 2000년 9월의 1.1%포인트 이후 최대폭이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2월부터 둔화세를 보이며 7월에는 2.3%로 2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다시 3%대로 상승한 것이다.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로 인해 농산물은 전년보다 5.4% 상승해 물가를 0.26%포인트 견인했으며, 전기·가스·수도는 21.1%나 상승하며 전달과 같은 상승 폭을 이어갔다.

한국은행은 8월 소비자물가 상승에 대해 “8월 경제전망 당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최근 석유류·농산물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상승 폭이 다소 커진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창현 한국은행 물가동향팀장은 “작년 9월에도 석유류 가격이 하락한 만큼 올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8월과 비슷하거나 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4분기 이후에는 수요 측 압력이 둔화하면서 개인서비스 상승 모멘텀도 약해지고, 작년 4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에 따른 기저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따라서 4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물가상승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의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는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만기연장·상환유예 연착륙

이와 함께 시장에서는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되며 대출 부실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대출의 일괄 만기가 돌아오는 것이 아니며, 지난해 마련한 연착륙 지원 방안 조치는 이어진다고 강조한다.

금융위는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가 순조롭게 연착륙 중이라고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지난 2020년 4월부터 시작된 제도는 6개월 단위로 연장돼, 현재 지난해 9월 5차 연장 시 발표된 ‘연착륙 지원방안’에 따라 운영 중이다.

먼저, 만기연장 차주는 2025년 9월까지 현행 만기구조(6개월 또는 1년)대로 만기연장을 지원받을 수 있다. 상환유예 차주의 경우에는 이번 달까지 상환유예를 지원받을 수 있으며, 금융회사와의 협의를 통해 상환계획서를 작성한다. 상환계획서에 따라 최대 60개월간 유예된 원금 및 이자를 분할상환할 수 있으며, 유예된 이자에 대해서 최대 1년의 거치기간을 부여받을 수 있다.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대상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9월말 100조원, 43만명이던 것이 올 3월말에는 85조원, 39만명으로 줄었다. 지난 6월말에는 76조원, 35만명으로 감소해 지난해 9월 대비 대출잔액 기준 24%, 차주수 기준 20%가 감소한 수치다.

전반적인 연착륙 현황은 다음과 같다. 만기연장 대출잔액은 총 대출잔액 76.2조원 중 93%로서 사실상 정책 지원이 지속되는 효과를 보이게 된다. 원금상환유예 대출잔액은 5.5%이며, 대부분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연장 지원하거나 상환 초기 원금상환 부담을 줄여 연착륙을 지원한다. 이자상환유예 대출잔액은 1.5%로 상대적 부실 위험이 있지만, 불가피하다면 금융사 자체 지원 프로그램이나 새출발기금 등 채무조정으로 연착륙을 지원한다는 것이 금융위의 방침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금융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중소기업 자금 현황 및 금융이용 애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현재 자금 사정이 지난해와 비교해 비슷(54%)하거나 곤란(28%)하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작거나 같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이 51.7%였으며, 기준금리가 2%포인트 더 오르게 된다면 46.1% 기업에서 연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지난달 열린 ‘중소기업 정책자문 위원회’ 주관 정책포럼에서 조봉현 전 IBK경제연구소장은 “내년 하반기 정도나 돼야 우리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며 “경제가 좋아지더라도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정상화되기까지 1년 반에서 2년이 걸리므로, 정부가 3년 정도의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기요금 폭탄 고지서 예정

한편, 아직 드러나지 않은 청구서도 있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며,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전기요금 폭탄 고지서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력공사에서 지난 7일 낸 설명자료에 따르면, 한전의 전기요금 분할납부 제도를 신청한 일반용(갑) 7000여호의 평균요금은 70만179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이 주로 사용하는 일반용(갑) 저압 고객의 지난해 8월 전기요금은 30만8710원이었다. 지난해 여름 이후 일반용(갑) 저압은 세 차례에 걸쳐 kWh당 28.5원 인상된 바 있다.

당시 월평균 사용량은 1676kWh로, 지난달에 같은 전력량을 사용했다면 8월 전기요금은 36만3020원이 돼 인상률은 17.6% 수준이 된다. 한전은 “8월 전기 사용량과 요금 통계는 집계 중”이라며 “확정치는 10월 중순경 공개되는 전력통계월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된 바처럼, 여러 가지 경제적 변수들은 시중의 9월 위기설만큼의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조금씩 위기를 체감하는 모양새다. 자영업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지난 달에 비해 전기요금이 50% 가까이 더 많이 나왔다”며 “매출도 부진한 상황 속에서 다른 대출을 알아봐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는 지난달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대상을 가계신용대출로 확대하고, 노후 냉·난방기 고효율설비 교체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는 여기에 더해 더욱 적극적인 정책을 통해 고물가·고금리, 다중채무 등으로 복합위기에 빠진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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