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정부, 수출 동력 확충 통해 성장견인 총력전

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 겸 수출 투자대책 회의에 참석해 최근 경제 동향과 수출 상황,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 겸 수출 투자대책 회의에 참석해 최근 경제 동향과 수출 상황,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8월까지 11개월 연속 이어진 ‘수출 마이너스(-) 터널’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방위 지원책을 내놨다.

정부는 자동차·이차전지 수출의 호조세 속에 반도체를 포함한 IT 품목과 선박 수출도 점진적으로 개선되면서 지난 6월부터 이어진 무역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정부가 발표한 ‘수출 활성화를 위한 추가 지원방안’은 반도체, 이차전지, 자동차 등 기존 주력산업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디지털, 콘텐츠, 원전 등 유망분야의 수출 동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됐다.

정부는 지난달 16일 정책금융기관·시중은행권 합동으로 23조원 규모의 민관 합동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정부의 이번 추가 지원 방안은 올해 연말까지 최대 181조4000억원에 이르는 무역·수출금융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기존 미국·중국·아세안 중심의 주력 시장에 더해 중동·중남미·유럽연합(EU) 등 새로운 전략 시장에서도 현지 수주 활동에 박차를 가해 수출 지역도 다변화도 꾀한다.

수출금융⋅우대상품 22.8조 신설

정부는 수출기업의 자금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민간·공공이 합동으로 연말까지 최대 181조4000억원 규모의 무역·수출 금융을 공급하기로 했다.

기존 무역금융 잔액 158조6000억원에 새 수출판로 개척 지원 명목으로 17조4000억원의 수출금융을 공급하고, 민간은행 자제 수출 우대상품 5조4000억원을 신설·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민간은행의 대출금리는 최대 1.5%포인트 떨어뜨리고, 보증료도 최대 0.8%포인트 줄여 수출기업 비용 부담을 덜어준다.

내년도 수출바우처 지원 규모를 올해보다 238억원 늘린 1679억원으로 확대하고, 수출바우처 지원 항목도 기존 디자인 개발·홍보·전시회·인증 등 14개 분야에서 수출에 필요한 유해 물질 검사, 현지 사후관리 대행 서비스 등까지 추가로 더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시스템 반도체 등 첨단반도체 제조공장이 몰려 있는 용인 반도체 국가 산업단지를 신속히 완성하기 위해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추진한다. 7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중 첫 번째 사례다.

정부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도체 특성화대학, 단기 교육과정 등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고 3000억원 규모의 ‘반도체생태계 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중소·중견기업의 금융지원을 강화한다.

이차전지의 경우 2000억원 규모의 차세대전지 연구개발(R&D)에 대한 신속 예타를 오는 11월까지 추진한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나트륨 배터리 등의 개발을 위한 신규 R&D도 추진한다. 가격이 싸고 수명이 긴 나트륨 이차전지 핵심소재 및 셀 제조기술 개발에는 내년도 예산 26억원이 투입된다.

반도체 수출이 주춤하는 사이 수출 강자로 치고 올라온 자동차의 경우 신흥시장으로의 전기차 수출 확대를 추진한다.

전통적인 주력 품목에 더해 유망 분야의 수출 동력도 확충한다. 디지털 전환 수요가 많은 미국과 중동에 ‘민관 합동 디지털 수출개척단’을 9∼10월 파견하고 온라인 수출을 위한 디지털플랫폼 입점 지원을 미국·중국 등 주력 시장에서 중동·인도 등 새 시장까지 확대한다.

연말까지 181조원대 무역⋅수출금융 저금리로 공급

중동⋅인도 등 새 시장 개척… 유망분야 수출동력 확충

수출 中企에 보증⋅보험 확대해 불확실성 해소 필요

K-콘텐츠·미디어 프로젝트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1조원 규모의 ‘K-콘텐츠 전략 펀드’ 조성도 추진한다. 대형 콘텐츠와 국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7월 산업활동의 경우 기상악화 등 일시적 요인으로 부진했지만, 수출 회복과 서비스업 개선 등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우리 경제는 월별 변동성은 있으나 대체로 바닥을 다지면서 회복을 시작하는 초입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추 부총리는 “하반기 경기 반등의 핵심 요소인 수출은 8월 하계휴가 영향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감소 폭이 크게 완화됐고 대중국 수출도 100억달러를 다시 넘어섰다”며 “무역수지도 3개월 연속 흑자를 지속하는 등 당초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9월에는 무역수지 흑자기조와 함께 수출 감소 폭이 추가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4분기 중에는 수출이 플러스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수출버팀목 반도체 반등 조짐

실제로 8월 수출실적은 다소 개선된 지표를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8월 무역수지가 지난 6월부터 석 달째 흑자를 이어간 가운데 수출 감소율은 8.4%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지난 7월 수출 감소율(-16.4%)보다 크게 개선된 수치다.

유가 하락에 따라 에너지 수입이 감소하면서 수출액이 수입액을 초과해 발생한 흑자 행진이지만, 수출 감소 폭이 개선 흐름이어서 하반기 ‘수출 플러스(+)’ 전환에 대한 기대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 수출의 버팀목인 반도체가 전달보다 16.2% 증가해 반등세를 보이면서 하반기에는 ‘수출 마이너스 터널’을 벗어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8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4% 감소해 지난해 10월부터 1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율은 지난 7월(25%)보다 5%포인트 하락한 20%로 나타났다. 대 중국 수출액은 지난 6월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100억달러대를 회복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같은 긍정적인 전망과는 다소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팬데믹 후 중국 경제 정상화 둔화로 대중 수출의 회복이 지연됐다”며 “한국 수출을 어느 정도 지원해주던 유럽연합(EU), 미국으로의 수출 모멘텀도 약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한국의 단기 수출 전망을 악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반도체 회복의 확실한 신호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중소기업들도 올해 상반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이 558억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5.5% 감소했다.

주요 품목 중에서는 자동차, 화장품 등이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엔데믹 이후 수요가 감소한 진단키트(-63.7%)는 전체 품목 중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수출국별로 보면 제조업 업황 악화로 생산이 둔화한 중국, 베트남과 진단키트 수요가 감소한 미국, 일본 등에 대한 수출이 감소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최대 수출상대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97억달러로 작년 동기대비 13.2% 감소했다. 중기부는 수출액 감소에 대해 “글로벌 경기 악화에 따라 중국, 베트남으로의 중간재 수출이 부진했고 엔데믹에 따른 진단키트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고환율=수출증가’는 옛말

한편 국내 수출기업이 영업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적절하다고 보는 원·달러 환율은 1262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수출 중소기업 30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들은 적정 원·달러 환율이 1262원이라고 답했다.

기업이 영업적자를 보기 시작하는 환율은 1195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반기에는 환율이 1329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들은 정부의 환율 관련 대책으로 ‘안정적 환율 운용’(61.5%)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수출 관련 금융·보증 지원’(22.4%), ‘환변동보험 지원 확대’(12.2%), ‘수출 다변화 지원 확대’(11.8%) 등의 순이었다.

중소기업의 환리스크 관리 방법은 ‘수출단가 조정’(23.7%), ‘원가 절감’(16.4%), ‘대금결제일 조정’(6.9%) 등으로 조사됐다.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9.3%로 절반 수준이었다.

한편 수출 중소기업의 48.7%는 현재 환율(지난 달 24일 기준 1325원)이 기업의 채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답했고, 26.3%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답했다. 문제는 ‘고환율=수출 증가’라는 기존의 공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환율이 수출채산성에는 긍정적이지만 원자재가 급등과 맞물리면서 기업 경영 전반에는 오히려 악형향을 주고 있는 것.

또한 초유의 엔저(엔화 가치 하락) 현상으로 일본 제품과 경합하는 한국 중소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현실이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과거 고환율은 수출 중소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됐으나, 최근에는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복합적인 이유로 부정적 영향도 늘어났다”며 “정부의 예측 가능한 안정적인 환율 운용이 가장 중요하지만, 수출 관련 금융‧보증, 환변동 보험 등 지원을 확대해 수출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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