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비 안하면 글로벌 거래에 직격탄
경영반영⋅협력사와 소통강화 필수
실사관련 표준활용, 신뢰성 높여야
정부차원 우수기업 인센티브 필요

최근 EU를 중심으로 한 국가 간 무역장벽이 ESG 경영의 제도화라는 이름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ESG 경영이 꼭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시장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무역장벽으로 인식되고 있다. EU의회에서 최근 통과된 CSRD(EU 중심의 지속가능보고표준), CBAM(탄소국경조정제도)과 CSDDD(공급망 협력업체에 대한 실사표준)이 이러한 장벽의 예시이다. 특히, CSDDD는 당장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의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된 원인이 되는 중요한 제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은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원청회사를 중심으로 공급망 실사를 실시해 공급망 내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기 시작했다. ‘공급망 실사’란 기업이 자사의 공급망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인권, 노동, 안전, 윤리 등 실제적이고 잠재적인 위험을 식별하고, 예방 및 개선하기 위한 포괄적이고 사전예방적인 기업진단 활동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원청회사인 30대 대기업이 공급망 협력업체와 행동강령을 체결해 ESG 측면에서의 사업관계를 명확히 하고, Scope 3(구매와 판매 협력업체와의 관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데이터를 측정하며 공급망 실사평가와 ESG 컨설팅 및 교육이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타이어 3사, 롯데칠성, 만도기계 등 제조기업에서 Tier1 협력사를 대상으로 공급망 실사가 시행되며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어 시장에서는 모범적인 출발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美⋅日 등 실사규제 갈수록 강화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은 왜 중요한가?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하며, 전체 종사자 수의 81.3%를 차지하고, 약 530만개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제의 주역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공급망 실사를 추진할 준비가 돼있지 않거나 자금과 정부의 지원이 부족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가 2021년을 기준으로 중국, 독일, 프랑스 등 18개국 52만여개 기업의 ESG 점수를 비교·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4만여개 기업의 ESG 총점의 평균은 11.5점으로 18개국 평균인 20.6을 크게 밑돌았다. 특히,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ESG 점수는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낮았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이 공급망 실사를 받고 이에 대비해야 하는 몇 가지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앞서 언급한 CSDDD 지침 때문이다. 이는 EU가 지난해 2월에 발표한 기업의 공급망 내 인권 및 환경 보호를 위한 실사 지침으로, EU 내 대기업과 EU에서 활동하는 특정 규모 이상의 비EU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둘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은행 대출에서 ESG 평가 요소가 고려되기 시작했다. 신한, 하나, 국민, 기업은행을 중심으로 국내의 은행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출 대상 중소기업의 ESG 평가를 고려해 대출 이자율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대출 대상의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가 은행 자체의 ESG경영평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셋째, 중소기업이 공급망 실사 대비에 실패하면 대기업 또는 해외 수출 기업인 원청사로부터 거래 중단 또는 신규 거래 제한과 같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원청사가 거래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윗 단계에 있는 글로벌 기업이 거래 종료를 권고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넷째,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EU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도 기업의 공급망 실사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공급망 실사에 대응할 수 있는 중소기업은 해외 시장 진출에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다섯째, ESG 경영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ESG 경영은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경쟁사가 ESG 경영에서 앞서나간다면 상대적으로 우리 기업이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이 ESG 경영을 내재화시키기 위한 8단계 절차를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❶ 원청사 및 수출업체와의 소통 강화
❷ 전사조직(ESG 위원회 등) 구축 및 대표이사의 참여
❸ 전사 ESG 교육 실시
❹ ESG 평가 및 실사 질문지 분석
❺ 질문지 항목별 팀 구축 및 R&R 설정
❻ 실행 및 문서화
❼ 대표이사의 직접 모니터링
 ❽  회사 웹사이트에 ESG 관련 정보 공시

 

대표이사⋅오너가 직접 참여해야

더불어 중소기업은 공급망 실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공급망 실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경영에 반영해야 한다. 공급망 실사는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이므로, 자체적으로 또는 전문 기관을 통해 수행하며 경영에 반영해야 한다.

둘째, 자사의 공급망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을 식별하고 예방하기 위해 협력업체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공급망 실사를 수행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므로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실사를 수행하고 인적·물적 자원을 공유해야 한다.

셋째, 공급망 실사 관련 표준을 활용해야 한다. 공급망 실사 관련 표준은 기업의 ESG 경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중소기업은 이러한 표준을 활용해 실사 프로세스를 체계화하고, 실사 결과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넷째, 정부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공급망 실사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정부의 지원을 적극 활용해 공급망 실사에 대한 부담을 경감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은 중소기업의 공급망 실사 대응을 위한 지원과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공급망 실사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컨설팅을 확대하고, 공급망 실사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의 공급망 실사 비용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중요한 점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에서 대표이사 또는 소유주가 직접 관여하지 않으면, 공급망 실사 대응, 평가나 ESG 경영 중 어느 것도 성공적으로 추진되지 않는다는 것이 필자의 현실적 경험이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며 국내외적인 흐름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영석
한국ESG크레딧 자문역⋅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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