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달고나 고졸 채용박람회]
역대 최대 102개 기관⋅기업체 참여
109개 직업계고 학생들과 채용상담

경기도교육청 ‘고졸 채용박람회’ 성료
금융권⋅대기업⋅혁신 中企 다수 동참

고졸 인재, 구인난 중소기업에 단비
지역 연계한 특성화고 운영도 제시

“자동화 제조공정 라인을 관리·감독하려면 어떤 기술 분야를 더 공부해야 하나요?”

“회사가 집에서 먼데 혹시 회사에서 제공하는 주거 지원 같은 게 있나요?”

“특성화고 졸업생 우대 사항이 있을까요?”

지난 20일 수원메쎄 전시관 2홀에서 열린 ‘2023 달고나 고졸 채용박람회’를 찾은 경기도내 직업계고 학생들이 기업 채용 담당자에게 던진 질문들이다.

앳된 얼굴의 고등학생들이 채용 부스관에 들러 해당 기업의 주력 제품과 기술을 연달아 질문했다. 일부 학생들은 사전에 행사에 참여한 기업에 대해 배경 지식을 공부해 와서 채용 담당자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주최하고 경기도교육청 취업지원센터가 주관한 이번 달고나 고졸채용 박람회는 22일까지 3일간 경기도 109개 직업계고 학생을 비롯해 교사, 학부모가 참여하면서 채용상담으로 열띤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행사 브랜드인 ‘달고나’는 ‘달콤한 고졸취업 나도할래’라는 슬로건의 줄임말로 고교 취업 정책을 이해하고 구직자인 학생들이 적합한 기업을 만날 수 있는 취업 기회의 장을 열어주는 경기도교육청의 특화 채용박람회다. 올해 3회째 채용박람회를 성황리에 마치면서 명실상부 고졸 취업준비생과 기업 간의 인력매칭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올해 행사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02개 기관·기업체가 참여하면서 어느 해보다 뜨거운 상담 열기를 더했다.

기업 채용담당자들이 직접 나선 기업 채용관에는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포스코 등 굴지의 기업체는 물론 제조·유통·서비스와 IT혁신 중소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학생들의 발길을 끌었다.

 

참여기업들, 고졸채용에 적극적

고교 취업 정책과 기업 지원 정책을 통해 인재채용 및 취업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경기도 교육청은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메쎄에서 ‘2023 달고나 고졸 채용박람회’를 개최했다. 김동우 기자
고교 취업 정책과 기업 지원 정책을 통해 인재채용 및 취업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경기도 교육청은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메쎄에서 ‘2023 달고나 고졸 채용박람회’를 개최했다. 김동우 기자

국내외 블록체인 기술 동향과 기업 소식을 뉴스 서비스하는 코인허브코리아의 이준복 대표는 “오늘 사전 채용 상담을 요청한 학생들이 5명 정도 있었는데, 고등학생들이 블록체인과 같은 신산업에 대해 관심이 높다는 게 인상 깊었다”며 “다만 학생들이 학교 현장에서 블록체인과 같은 첨단 기술 트렌드를 습득할 기회가 없었는지, 대다수 블록체인을 코인(coin) 개발로만 인식하고 있어서 안타까웠다”고 설명했다.

이는 직업계 고등학교에서부터라도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 시대 돌입으로 인해 신산업‧신기술 분야 발전을 견인할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 들어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방안’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 ‘첨단분야 인재양성 전략’ 등을 연달아 발표하면서 신산업・신기술 분야로의 학과 재구조화를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신산업·신기술 분야로의 직업계고 학과 개편 정책은 요원한 상황이다.

반면 달고나 채용박람회에 참여한 기업체들은 고졸 인재 채용에 적극적이었다. 업력 50년의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인 성원아이엔디 김영한 이사는 “미래 우수인력을 영입하고자 올해 처음 채용박람회에 직접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성원아이엔디는 지난해 매출 30% 이상 급성장할 정도로 일감이 넘쳐나고 있지만, 막상 제조현장의 생산인력 부족으로 납품을 걱정하는 실정에 처해 있다.

김 이사는 “주로 금형 셋팅 등 숙련된 기술이 요구돼 도제식 훈련이 가능한 내국인이 절실하지만,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 난감한 상황”이라며 “전문적인 기술언어 습득 제약과 외국인력 제도의 고질적인 문제(사업장 이동 등) 탓에 현재 고용된 외국인으론 결코 숙련 기술자로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성원아이엔디의 생산인력 40여명 중 외국인 인력이 10명 정도나 되지만 모두 단순포장 파트에 배치된 상황이다.

김 이사는 “지금이라도 달고나와 같은 채용박람회를 통해 기술인재를 발굴하고 회사에서 적극 키워나가려고 한다”고 답했다.

진로설계⋅탐색 기회 제공

‘2023 고졸 채용박람회’가 열린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메쎄에서 개회식 축하공연을 마친 수원하이텍고 밴드동아리 하버드 학생들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2023 고졸 채용박람회’가 열린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메쎄에서 개회식 축하공연을 마친 수원하이텍고 밴드동아리 하버드 학생들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출신의 우수한 인재를 대거 채용한 전력이 있는 삼지전자도 이번 달고나 채용박람회에서 고졸 채용에 더욱 적극적이었다.

통신 중계기 SW와 제조 전문기업인 삼지전자의 배지환 과장은 “실습생으로 고졸 사원을 훈련시키고 현장에 2년 넘게 배치해 본 결과 직무능력 차이는 대졸 사원 못지않을 정도로 우수했다”라며 “오히려 고졸 사원들이 회사 근무에 더 열정적인 모습을 자주 느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지역별 특화 제조 및 뿌리산업과 학생을 연계하는 특성화고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날 경기도 특성화고 정책실행 연구회 주관으로 개최된 ‘경기진로직업 정책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선 신명일 군포e비즈니스고등학교 교감은 “국가기반 산업과 뿌리산업 그리고 지역특화산업의 인력을 중점 육성하기 위한 ‘지역연계 상생형 특성화고등학교’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경기도 수원 메쎄에서 열린 ‘2023 달고나 고졸 채용박람회’에서 학생들이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김동우 기자
지난 21일 경기도 수원 메쎄에서 열린 ‘2023 달고나 고졸 채용박람회’에서 학생들이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김동우 기자

지역연계 상생형 특성화고는 구체적으로 지역 거버넌스 중심의 지역 특화 교육과정을 편성해 2학년부터는 지역 맞춤형 산업과 연계한 체험활동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여기에는 공업 분야의 기계, 건축, 전기, 화공 등 전통적 학과가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게 신명일 교감과 연구회가 주장하는 내용이다.

이밖에도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이라고 자신하는 자전거 브랜드 트렉(TREK)의 이수정 매니저는 “사실 자전거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원하고 채용돼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우수한 고졸 인재들에 관심이 많아 박람회에 참여했다”라며 “전국 18개 직영매장에서 함께 일할 미캐닉(mechanic)에 많은 학생들이 지원해주길 희망한다”고 홍보했다.

취업을 준비중인 고등학생들이 진로 및 채용 상담을 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취업을 준비중인 고등학생들이 진로 및 채용 상담을 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이번 달고나 고졸 채용박람회에선 기업 면접과 상담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취업 지원했다.

직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배와의 대화를 비롯해 △창작자(크리에이터) 초청 강연 △취업 성격유형검사(MBTI) 등의 부대행사가 함께 열려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 설계와 진로 탐색 기회를 제공했다.

이번 행사와 관련해 임태희 경기도교육청 교육감은 “달고나 고졸 채용박람회가 여러분의 진로 선택과 취업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스스로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기업을 만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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