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4일은 우리 경제계에 큰 획을 그은 날이다. 바로 15년간 중소기업계의 숙원이었던 납품대금 연동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지난 MB정부 시절 외환위기로 인한 원자재 가격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주물업계의 호소를 시작으로, 오랜기간 논의돼 온 납품대금연동제는 작년 12월 상생협력법 및 올해 6월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가 마련했고, 마침내 올해 10월 시행을 하게 됐다.

중소기업계가 오랜 기간 고대해온 제도가 시행되는 만큼 이제는 제도를 현장에 안착시키고 활성화시키는데 국회와 정부, 그리고 경제계가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올해 2월부터 자발적으로 납품대금 연동제를 시행하는 동행기업을 모집하고 있고, 현재 참여기업은 당초 목표치인 6000개를 훌쩍 넘겼다.

제도 활성화를 위해 무엇보다 동행기업들의 사례를 꼼꼼히 분석하고 기업들이 어려워하거나 부담을 느끼는 부분을 해소해줘야 한다. 현행법상 연동제 대상은 공급원가에서 10%를 넘는 주요 원재료인데,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원가분석 역량이 부족할 수 있는 만큼 원가분석지원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 또한 대금조정을 위해 원자재 가격의 등락을 참고해야 하는데, 중간재의 경우 공신력 있는 가격 기준지표가 없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시장 평균 거래가격 등을 활용한 지표를 개발해 제공하는 일도 필요하다. 더불어 중소기업의 연동약정체결 지원을 위한 연동 지원본부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는데, 역량 있는 지원본부를 지속적으로 확충해 물샐틈 없는 지원을 해줘야 한다.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제도활용에 따른 상벌을 확실히 하는 일도 중요하다. 연동실적에 따라 우수기업으로 선정해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데 연동제 적용대상이 아니거나 적용예외인 경우에도 연동제를 적용하는 기업에게는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부여해 제도를 확산해 나가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반면 연동을 하지 않거나 쪼개기 계약 등 탈법행위에 대한 벌점부여, 과태료 부과 등의 규정이 마련돼 있는 만큼, 올해 연말까지인 계도기간이 끝나면 철저한 조사를 통해 법을 지키지 않는 대기업을 일벌백계함으로써 제도확산을 저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제도의 현장안착을 위한 노력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이번 입법에서 이뤄지지 못한 부분들도 해소돼야 한다. 현재 납품대금 연동제의 대상이 원재료에만 한정돼 있어, 급격히 증가한 전기료 등 에너지 비용이나 노무비 부담은 여전히 중소기업 몫이다.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가 원재료에서 시작해 노무비, 경비로 확대된 것처럼 연동제도 점차 대상을 넓혀나가야 한다.

또한 연동제 회피를 목적으로 미적용 합의를 강요하거나, 예외사항인 1억원 이하의 소액거래 및 90일 이내의 단기거래를 위해 쪼개기 계약을 하는 탈법행위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만들어야 한다. 어떤 제도라도 도입하자마자 완벽히 굴러가는 경우는 없다. 납품대금 연동제도 마찬가지다. 혹여나 기업들의 준비가 미흡해 시행 초기에 혼선을 빚는 일이 있을 수도 있으나, 이로 인해 제도를 폄훼하거나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려는 악의적인 시도는 없어야 한다.

오히려 이런 시행착오는 제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당연히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로 인식돼야 할 것이다. 초기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고 제도를 빠르게 안착시켜 2023년 10월 4일을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그리고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한 우리경제의 대전환이 이뤄진 날로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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