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유연화⋅기업승계⋅기술탈취 등 주요 이슈 산적
입법반영률 바닥 수준… 여야, 조속한 법제화 ‘발등의 불’
마지막 정기국회 시작… 중소기업계, 킬러규제 혁파 촉구

지난달 열린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기자간담회’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21대 국회가 이번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규제 개혁 등 입법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기자간담회’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21대 국회가 이번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규제 개혁 등 입법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말했다.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렸지만, 건설적인 논의보다는 정쟁에 매몰돼 한 달이 흘러가버린 모양새다. 가계·기업발 부채는 크게 불어나고 있고,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3.7%가 올라 5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37억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수입이 더 감소한 불황형 흑자 형태를 보이고 있다.

어려운 대내외 경제 상황 속에서 수많은 법안들이 입법을 기다리고 있지만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중기중앙회의 분석에서, 중소기업계가 건의한 과제가 입법화된 비율을 살펴보면 제21대 국회 개원 첫해인 2020년에는 입법에 반영되는 비율이 41.8%였지만, 점차 하락하면서 2021년에는 32.8%, 2022년에는 26.2%를 기록했다. 올해 8월 기준으로는 8.1%에 불과하다.

중기중앙회가 지난달 발표한 ‘제21대 마지막 정기국회 입법과제 의견조사’에 따르면, 제21대 국회의 입법 활동에 대해 ‘불만족한다’는 응답이 42%로 거의 절반에 달했다. 불만족의 주된 이유로는 ‘정쟁과 파행 거듭’(35.7%), ‘민생입법 외면’(26.2%), ‘중소기업계와 소통능력 부족’(23.8%) 순이었다.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논의해야 할 중소기업계의 주요 입법 과제들을 짚어본다.

 

노동

앞선 조사에서 올해 반드시 통과돼야 할 입법과제로 △근로시간 유연화(58.3%) △중대재해처벌법 개선(54.3%) △외국인 근로자 제도 개선(43.7%) 등이 꼽혔는데, 노동 분야는 중소기업계가 올해 중점적으로 건의한 부분이다.

중기중앙회가 지난 8월 실시한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실태 및 사례조사’에 따르면 50인 미만 중소기업 80%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85.9%는 중처법 유예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중기중앙회는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방문, 내년 1월로 예정된 중처법 확대 적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유예기간 연장을 호소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임이자 의원이 대표발의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기간을 2년 연장해 중대재해 예방의 실질적 효과를 얻고자 했다.

아울러, 그동안 산업 현장에서는 심각한 인력난으로 인해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해 왔는데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김기문 회장은 지난 대통령 주재 제4차 민관합동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외국인 쿼터를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자동차정비업에서의 숙련 기능인력(E-7) 활용, 서비스업에서의 외국인력 사용, 사업장 변경 제한 등을 건의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수십 건 발의됐다. 이주환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은 외국인근로자가 동일 사업장에 장기근속 시 인센티브를 부여해 무분별한 이직을 막도록 했다. 임이자 의원의 대표발의안 또한 유학생의 취업 절차 마련 등 외국인력 활용방식을 다양화하고, 효과적 취업알선을 위해 민간 취업알선기관 알선을 허용하도록 했다.

금융·세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소상공인들은 심각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가 2020년부터 시작돼 6개월 단위로 연장 후 지난달 종료됐다. 이에 고금리와 다중채무 등으로 힘들어하는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시킬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박범계 의원이 대표발의한 ‘소상공인 대출부담 경감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은 코로나 방역조치 기간 중 정책자금이나 금융기관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에 대해 상환기간 연장, 이자 감경 및 보증 지원 등의 사항을 규정해 지원토록 했다.

아울러 기업승계 활성화 또한 중소기업계가 꼽은 주요 입법과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2023년 세법 개정안’에서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업승계 기업의 세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증여세 특례 저율과세(10%)가 적용되는 증여세 재산가액 한도를 6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늘리고, 증여세 연부연납 기간을 5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한다. 업종 변경 제한도 완화해 상속인 승계 후 5년의 사후관리 기간 동안 표준산업분류 상 ‘중분류’에서 ‘대분류’로 범위를 넓혔다.

중소기업계는 이와 관련해 여야 모두에게 기업승계 법안 통과를 당부했다. 중기중앙회는 지난 8월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초청해 간담회를 잇달아 열고 기업승계 활성화를 위한 세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11건의 현장건의는 물론 서면건의까지 면밀하게 검토해 처리하고 진행경과를 알리겠다”고 했으며, 윤재옥 원내대표 또한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이 부분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챙기고 너무 걱정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여야 모두가 기업승계 활성화를 위해 나서겠다고 한 만큼, 협치를 통해 시급히 제도개선을 모색해야 할 부분이다.

기술탈취

중소벤처기업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조사된 중소기업 기술유출 및 탈취 피해건수는 280건, 피해금액은 282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침해를 당하고도 신고조차 못해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례까지 합치면, 실제로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정부도 기술탈취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제재 정책을 강화해왔지만, 대기업의 기술탈취 행위가 끊이지 않는 것은 처벌이 약하고 손해배상제도의 실효성이 낮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중기중앙회와 재단법인 경청이 공동으로 개최한 ‘손배소송 행정조사자료 활용 입법 세미나’에서는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문서송부촉탁 방식이 아닌 자료제출명령 방식 활용이 논의됐다.

이에 자료제출명령 규정을 넣은 법안들이 발의된 상태다. 김경만 의원이 대표발의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법원이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 피해기업이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피해를 회복할 수 있게 했다.

김종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침해를 증명하기 위해 소송 상대방에 대해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게 하며, 법원의 제출명령에 따라 자료 제공 시 비밀엄수 의무가 제외될 수 있도록 단서 규정을 신설한다.

협동조합

중소기업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동조합을 결성해 공동구매 및 판매, 기술개발과 같은 공동사업을 수행한다. 2019년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을 통해 공동사업 활성화를 위한 공정거래법 상 담합규정 적용을 배제하는 근거가 마련됐지만, 소비자 이익 침해 기준이 공정위의 ‘공동행위 심사기준’을 대부분 준용해 실제 제도 활용은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중소기업협동조합들은 소비자를 명확히 정의하고, 시장내 영향력과 점유율이 미미한 중소기업간 협업에 대해서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이인선 의원이 대표발의한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소비자의 정의를 소비자기본법에 따른 최종소비자로 하고, 조합의 시장점유율이 50% 미만인 경우 제한없이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지난 8월에 신산업·입지 등 7대 분야에서 100대 중소기업 킬러규제를 발굴하고, 해당 내용을 담은 책자를 발간했다. 해당 책자는 이 밖에도 △CCTV 영상정보 활용 활성화 △산업단지 입주 업종 제한 완화 △신규화학물질 등록 규제 완화 △중복·유사인증 취득 간소화 등 신산업·입지·환경·인증·판로 등 분야의 과제를 담았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중기중앙회가 발굴한 킬러규제 100건 중 24건은 법 개정사항으로 국회의 뒷받침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며 “마지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여야가 힘을 모아 킬러규제 혁신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