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권력에 날개를 달아준 건 스페이스X다.
일론 머스크의 권력에 날개를 달아준 건 스페이스X다.

일론 머스크의 권력에 날개를 달아준 건 스페이스X다. 일론 머스크는 지구상에서 인터넷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목표로 2019년 5월부터 재사용 로켓 팰컨9을 이용해 지구 저궤도에 소형 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다. 팰컨9은 한 번 발사 때마다 위성 60개를 실어 나른다. 이렇게 지금까지 궤도에 올려놓은 위성이 약 4500개다. 전체 위성 약 8000개의 절반 이상이 스페이스X 것이란 얘기다.

비교적 비싼 이용료 때문에 비행기·크루즈 등을 중심으로 수요를 늘려가던 스타링크는 지난해 초를 기점으로 존재감이 급격히 커졌다.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통신망이 파괴된 우크라이나에 일론 머스크가 스타링크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결정하면서다. 그의 지원이 없었다면 우크라이나는 통신 불가로 절대적 열세에 처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머스크의 결정에 전황이 달리게 된 셈이다.

지난 9월 15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과 NBC 방송에 따르면 잭 리드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은 성명에서 “일론 머스크나 그 어떤 개인도 미 국가 안보에 있어서 최종 결정권을 가질 수 없다”며 최근 불거진 일론 머스크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설에 관해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리드 위원장은 “국가 안보 책임의 심각한 문제가 노출됐다”며 “우리는 더 넓은 범위에서 위성 시장과 정부 아웃소싱 문제, 머스크와 그의 회사가 여기서 맡은 과도한 역할, 국방부의 조치와 계약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언론에 보도된 일론 머스크 전기 발췌본 내용을 인용해 크림반도에서 스타링크 통신망을 가동하지 않기로 한 일론 머스크의 결정이 러시아 군에 ’사실상의 보호‘를 제공했다면서 “일론 머스크가 중요한 시점에 미국의 핵심 파트너를 약화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개입했는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 논란은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쓴 전기 ’일론 머스크‘의 일부 내용이 책 출간에 앞서 지난 9월 7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머스크가 지난해 러시아 해군 함대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잠수함 기습 공격을 막기 위해 스페이스X 엔지니어들에게 크림반도 해안 일대의 스타링크 위성 통신망을 끄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보도 이후 논란이 확대되자 아이작슨은 자신이 쓴 내용에 일부 오류가 있음을 인정하며 일론 머스크가 당시 스타링크 통신망을 끈 것이 아니라, 원래 작동하지 않았던 크림반도 지역의 통신망을 추가로 활성화해주지 않은 것이라고 바로잡았다.

일론 머스크 역시 이런 아이작슨의 정정 내용을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에 올리며 “내가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따라 행동하기를 거부한 것과, 우크라이나를 방해하기 위해 스타링크를 고의로 변경한 것은 책임이 다르다”며 “나나 스페이스X의 누구도 크림반도에 대한 커버리지를 약속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핵심 인물로 떠오르면서 그와 동반 성장을 꿈꿔왔던 워싱턴의 기류도 바뀌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의 영향력이 미국 정부가 예견하고 통제하기 버거울 정도로 커져 버렸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지난달 미 국방부 우주개발국은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 노스롭그루만과 15억달러 규모의 통신 위성 계약을 맺었다. 스페이스X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위성군을 구축하겠다는 프로젝트다. 워싱턴포스트는 “정부 입장에서는 스타링크 국유화라는 선택지도 있으나 현실적으로 어렵고 더 나은 해결책으로 자체 위성군 구축을 택한 것”이라며 “그러나 이 계획은 단 72개의 위성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는 스페이스X가 올려놓은 위성의 1%에 불과한 수치다. 우리는 압도적인 기술력을 가진 기업, 혹은 개인이 전쟁에 개입하고 국가의 운명까지 결정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을 지금 목도하고 있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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