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으로 큰 일교차에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다 보니 감기는 아닌데 잔기침이 자꾸만 나온다. 물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마른 목을 촉촉이 적셔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맛까지 있으면 금상첨화. 환절기 감기 예방과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건 물론, 맛과 향까지 모두 챙긴 가을 음료 배숙과 뱅쇼를 알아보자.

가을 겨울에 특히 좋은 궁중 화채, 배숙
가을 겨울에 특히 좋은 궁중 화채, 배숙

 

배 끓인 전통화채 ‘배숙’

궁중요리로 정평…환절기에 제격

섬유소 등 풍부해 변비에도 탁효

생강·대추와 섞어 쪄먹어도 일미

수분이 많은 배는 여름철 갈증을 해소해 주는 과일 중 하나다. 여기에 비타민, 섬유소가 풍부해 소화와 변비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의 수분은 요즘과 같은 환절기에도 도움을 준다. 감기에 걸리거나 마른기침이 날 때, 기관지를 촉촉하게 해 기침을 멎게 한다.

배의 루테올린 성분은 기침, 가래, 기관지염 치료에 효과적이다. 단, 배는 몸에 열을 내려주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몸이 찬 사람이나 쌀쌀한 날씨엔 익혀 먹는 게 좋다. 배를 익혀 먹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배숙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배숙은 ‘요리된 배’를 뜻한다. 배에 후추를 박아 꿀물이나 설탕물에 끓여 식힌 일종의 전통 화채다. 생강 달인 물에 곶감 대신 배를 넣었다 해 ‘배수정과’라고도 하고 한자어로 이숙(梨熟)이라고도 한다. 들어가는 재료들이 귀해 궁중에서나 즐겨 먹었던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궁중요리이긴 하지만 요즘 시대엔 재료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먼저 배를 네 쪽으로 쪼개서 껍질을 벗기고 씨 부분을 도려낸다. 이어 가장자리를 예쁘게 다듬은 배 등 쪽에 통후추 서너 개를 깊숙이 박아 둔다. 물에 얇게 저민 생강을 넣고 끓이다가 꿀이나 설탕, 준비한 배를 넣고 배가 익을 때까지 끓인다. 배가 충분히 익으면 그대로 식히고 생강을 빼낸다. 차게 식은 배숙을 화채 그릇에 담고 잣 몇 알까지 띄우면 그 옛날 임금님이 마시던 귀한 음료가 완성된다.

따뜻하게 중탕으로 조리해 먹는 방법도 있다. 배중탕, 배꿀찜이라고도 하는데 속을 파낸 배에 생강, 대추, 꿀 등을 넣고 쪄먹는 방식이다. 조리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배 윗부분에 뚜껑을 만드는 것과 같이 썰고 숟가락을 이용해 속을 파 공간을 만든다. 여기에 채 썬 생강, 씨를 제거한 대추, 앞서 파낸 배 과육을 꿀로 버무려 넣는다. 다시 배 뚜껑을 올려 닫고 찜기에 찌면 따뜻한 배꿀찜이 완성된다. 취향껏 알싸한 맛과 향을 더해줄 후추나 계피 등을 추가해도 좋다.

찜기에 찔 때는 냄비 뚜껑을 닫고 약한 불에서 30분 이상 중탕으로 푹 찐다.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면 좀 더 간편한데 내열 용기에 배를 넣고 3분씩 3번 돌리면 끝이다. 따뜻하게 익은 배는 숟가락 등으로 떠먹으면 된다.

따뜻한 와인 한 잔, 뱅쇼
따뜻한 와인 한 잔, 뱅쇼

 

와인 끓인 음료 ‘뱅쇼’

계피와 환상궁합, 유럽판 쌍화탕

신진대사 도와 저체온 미연 방지

면역력 개선·혈관 건강효과 톡톡

와인 또한 따뜻하게 끓이면 약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쌍화탕 격인 유럽의 뱅쇼(Vin chaud)는 레드 와인에 과일이나 계피 등을 넣고 끓여 만드는 음료다. 와인을 끓이는 과정에서 알코올은 날아가고 비타민은 풍부해 프랑스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천연 감기약으로도 통한다.

집집마다 김치 재료가 조금씩 다른 것과 같이 뱅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재료를 달리한다. 오렌지나 레몬과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에 취향에 따라 사과나 배, 딸기, 포도나 키위 등의 과일을 넣기도 한다. 게다가 김치에 고춧가루가 필수이듯 뱅쇼에도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재료가 있는데 바로 시나몬 스틱, 계피다.

시나몬 스틱은 계피 나무의 껍질을 둥글게 말아서 말린 것이다. 뱅쇼의 달큰하고 알싸한 풍미를 내는 역할과 함께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을 지닌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실제로 한의학에서는 성질이 따뜻한 계피가 몸속에 뭉친 찬 기운을 풀어낸다고 본다.

계피와 함께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 즉, 오렌지나 레몬, 감귤류와 같은 과일엔 비타민C를 비롯해 구연산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다. 이와 같은 영양소들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 우리 몸에서 체온이 내려가는 것을 막아준다. 특히 비타민C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같이 감기 예방과 피로 해소에 효과적이다.

뱅쇼의 주재료인 레드 와인 속 포도 또한 감기 예방에 좋다. 와인을 만들 때 들어가는 포도껍질과 포도씨는 면역력 개선과 혈관 건강에 도움을 준다.

다양한 효능을 지닌 것에 비해 만드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재료를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된다. 레드 와인 1병 기준, 오렌지 2개, 사과 1개, 레몬 1개, 시나몬 스틱 1개, 정향 5개, 설탕 2큰술이 필요하다.

레몬과 오렌지는 베이킹소다로 문질러 깨끗이 씻고 둥근 모양으로 도톰하게 자른다. 냄비에 와인과 준비한 모든 재료를 넣고 끓이다, 와인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약하게 줄이고 30분간 더 끓여내면 끝.

끓인 뱅쇼는 내용물은 건져내고 음료만 병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마실 때는 따뜻하게 데워서 마시고, 취향에 따라 다른 과일을 더 넣거나 설탕량을 가감해 입맛에 맞출 수 있다. 재료 준비가 번거롭다면 시판하는 뱅쇼 키트를 구매해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 shinda.write@gmail.com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