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 끝 기촉법 연장 불발
워크아웃 충격 일파만파 예고
대출채권 가진 금융권도 타격
제3자 주도 구조조정 제안도

지난 15일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 일몰되면서 위기에 몰린 기업의 동아줄 역할을 했던 ‘워크아웃’ 제도의 이용이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우리나라의 구조조정제도는 ‘회생절차’라고 일컫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둔 공적 구조조정제도와 사적 구조조정제도인 ‘기촉법’을 통한 ‘워크아웃’, 그리고 채권은행협의회 운영협약을 근거로 한 ‘자율협약’이 있다.

‘기촉법’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기업이 줄도산하자 법원에 의한 회생(회생절차)이나 파산 대신 안정적인 재도약을 지원하기 위해 2001년 제정됐다. 차입에 과도하게 의존하던 기업들이 위기에 몰리자 빠른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워크아웃’을 도입한 것이다.

여야 극한 대립 속 발 묶인 ‘기촉법’

도입 당시 ‘기촉법’은 5년 기한의 한시법으로 제정됐으며, 기업의 위기상황에 신속대응이 가능한 제도 수요가 지속되며 6차례에 걸쳐 제·개정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회 논의과정에서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금융관련 법안을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파행이 길어지면서 결국 연장에 실패했다.

‘워크아웃’의 대상은 신용등급 C등급 이하를 받아 당국이 ‘부실징후기업’이라고 분류한 기업이다. 채권단 75%이상이 동의하면 만기연장, 채무기한 연장, 신규자금지원 등을 해준다. 한계에 몰린 기업이 신속하게 안정적으로 정상화 할 수 있는 구조조정 제도로 꼽힌다.

‘워크아웃’과 달리 ‘회생절차’는 절차진행과정 공개에 따른 낙인효과로 자금조달 애로, 기존 거래관계 단절 등이 발생하고 협력업체, 일반상거래채권자 등의 모든 채무 동결은 물론 수주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돼 기업회생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워크아웃’의 성공률은 34.1%로 ‘회생절차’ 12.1%에 비해 훨씬 높고 정상화에 걸리는 기간도 3.5년으로 통상 10년 걸리는 ‘회생절차’보다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위기를 겪는 기업이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 ‘워크아웃’ 중단의 파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처한 ‘부실징후기업’이 무너지면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은 물론 대출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권까지 악영향을 끼쳐 사회적인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2347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17.5%가 한계기업이었다.

중소기업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결과 지난해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적거나 비슷한 기업이 절반을 웃도는 51.7%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산한 기업도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기업파산 신청은 1034건으로 작년 동기(652건) 대비 54% 급증했으며, 이는 지난해 연간 건수(1004건)보다도 많고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2020년 1069건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금융위원회는 우선 ‘자율협약’으로 기촉법 공백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국회를 통한 ‘기촉법’ 재입법도 추진된다고 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금융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한 기촉법 일몰 관련 메시지를 통해 “깊은 안타까움을 표하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기업 애로에 대해 철저히 점검하고 필요사항은 즉각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들이 보다 다양하고 실효적인 정상화 수단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촉법 재입법을 위해 국회와 보다 긴밀하게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위가 ‘자율협약’을 임시방편으로 적극적인 대응의사까지 밝혔지만 당분간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촉법은 모든 금융채권자가 참여토록 규율하는 반면, ‘자율협약’ 대상은 채권금융회사로 한정된다. 또한 기촉법은 채권단의 75% 이상이 동의하면 기업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채권단의 채무감면과 신규대출이 이뤄지지만 ‘자율협약’은 채권단 100%의 동의가 있어야 워크아웃을 진행할 수 있기에 제한된 강제성으로 신속한 구조조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3자 구조조정 기관 설립’ 등 중장기적 대안마련 필요

일각에서는 ‘워크아웃’의 재입법 외에도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대안마련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9월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의 구조개선 촉진을 위한 토론회’를 통해 위기상황 속 생존가능한 중소기업 구조개선을 위한 ‘회생절차’와 ‘워크아웃’ 외 기업이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추가 제도의 마련을 제언한 바 있다.

당시 발제를 맡았던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양한 사적 구조조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상 ‘중소기업활성화협의회제도’를 소개하며, 법률에 기반한 제3자 기관형 중소기업 맞춤형 절차를 도입해 기업의 상황에 맞게 다양한 방식의 구조개선제도를 선택할 수 있는 ‘멀티도어(Multi-Door)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제시했었다,

토론에 참여한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역시 “우리나라의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은 채권자 주도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기업의 성장보다 원리금 보전에 관심이 있는 채권자는 채무자 기업과 다른 방향으로 판단할 수 있는 만큼, 채무자와 채권자의 입장을 공정하게 고려할 수 있는 제3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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