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검절약하되 R&D 투자 유지해야
자신보다 못한 외부 도움 멀리하라
새 먹거리보다 현재 효율 제고 필요

중소기업의 줄도산이 우려된다. 당장 올 8월까지 법인 파산 신청건수가 1034건이다. 이미 작년 전체 건수(1004건)를 넘었고, 이런 추세라면 2013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사상 최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안타까운 것은 기업의 잘못이 아니라, 누구도 예상 못했던 코로나라는 외부 변수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대체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략법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 그래서 여기 필자가 최근 연구들을 바탕으로 세 개의 대응 방안을 내놓고자 한다.

첫 번째, 아낄 것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을 잘 구분해야 한다. 성경책 잠언 11장, 윤택의 지혜다. 일단, 예상치 못한 외부 위협이 있을 때 ‘검소함’을 유지하는 게 확실히 도움이 된다. 미국에서 155명의 기업가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더니 근검절약하는 기업가의 경우, 주어진 자원을 보다 잘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무작정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술개발’에는 소홀히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미국발 금융위기 때, 금융 비용을 줄이면서도 동시에 R&D 투자를 유지한 기업들이 위기 중일 때와 그 후에도 성과가 높았다.

두 번째, 외부에 열려 있되, 자기만 못한 사람은 멀리하는 게 낫다. 무우불여기자(無友不如己者), 공자님 말씀이다. 코로나가 터진 첫 3개월간 902개 스웨덴 중소기업을 연구한 결과, 컨설턴트, 협회 등 외부에서 도움을 받은 기업들이 훨씬 빠르게 대응을 잘했다. 하지만 외부의 도움도 가려서 받을 줄 알아야 한다.

아프리카 토고에서 2017년과 2018년 반정부 폭력사태 당시 분쟁 지역에 있던 369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평균적으로 이익이 20%가량 급감했는데, 같은 처지의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사업체의 경우는 오히려 피해 규모가 17% 더 늘어났었다. 씁쓸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동변상련(同病相憐)이 독(毒)이다.

세 번째, 당장의 성과와 안정에 집중하는 것을 권장한다. “과거를 슬퍼 말고 미래를 걱정 말라. 현재에 깨어서 살아라.”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갑작스런 변화의 시기에는 미지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보다는 현재의 효율을 높이고 매출을 단단히 하는 활동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때 155개 바이오-의료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7년간에 걸친 자연 실험(natural experiment)을 한 결과, 신약 개발, 신제품 연구 활동보다는, 기존 제품의 마케팅과 영업에 집중한 회사가 생존률이 훨씬 높았다. 예견 못한 외부 충격으로 인해 매출이 들쭉날쭉하게 됐다면, 일단 그것부터 안정시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영국 6579개 벤처회사를 10년 동안 추적 관찰해 보니, 단기적인 매출 변동성이 높은 회사는 그만큼 빨리 폐업을 하는 경향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제갈량이 조자룡에게 세 개의 비단 주머니를 주며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풀어보라고 했던 것처럼 필자도 제갈량 흉내를 내봤다. 물론 지금까지 언급한 방향과는 전혀 다르게 코로나를 극복한 기업도 많고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디지털화 상황에서 급성장한 기업도 있다.

다만, 위의 내용은 최신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쉽게 말해 ‘평균’ 또는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영점’을 제시한 것이다. 기준점을 이해하고 내 기업의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다면, 코로나 같은 외부 충격이 또 왔을 때 우리 사업에 맞는 행동 계획을 잡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배태준
한양대학교 창업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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