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공장 둔 우리기업 영향은?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회장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회장

전미자동차노조(UAW, 이하 미국 자동차 노조)가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 완성차 업체들을 상대로 동시 파업에 나선 지 6주 만에 임금을 더 받고 기존 공장 일자리를 위협하는 전기차 투자도 꺾는 데 성공했다. 이 결과는 우리 경제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동차 노조는 앞으로 4년간 임금을 총 25% 올리는 데 합의했다. 이렇게 인건비가 오르면 4년 뒤에는 미국산 자동차 1대당 가격이 900달러, 우리 돈 120만원 정도씩 원가가 올라간다. 반대로 그만큼 한국 자동차 회사들은 수출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다.

포드 회장인 빌 포드는 외신과 인터뷰를 통해 “다른 나라 회사들이 이 파업을 좋아한다. 이 파업이 계속될수록 그 회사들만 유리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과 합작으로 공장을 짓고 있는 LG와 SK 같은 국내 배터리 회사들은 부담이 커졌다. 미국 자동차 노조가 기존 공장 일자리를 위협하는 전기차 투자를 꺾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현재 미국 자동차 회사 직원 20%가 엔진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생산의 균형이 기존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완전히 옮겨간다면, 이 일자리들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자동차 노조는 상당수 배터리 공장 직원들도 노조에 가입시켜서 임금을 올리기로 회사와 합의했다. 결국 비용 부담이 늘어난 자동차 회사들이 스스로 배터리 공장 가동을 늦추겠다는 발표를 내놓게 만들었다. 생산비용이 올라가는 동시에 이렇게 정치적 공방까지 더해지면서 배터리 회사들은 이번 파업으로 불확실성이 더 커진 모습이다. 실제로 경쟁사들에 비해 높은 인건비 부담을 안게 된 포드는 전기차 투자를 축소하고 SK온과 만드는 두 번째 배터리공장의 가동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당초 가동 목표는 2026년이었다.

미국 자동차 노조의 올해 협상 방식은 경영진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기존과 완전히 차별화되고 공격적인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노조는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파업을 정치적 이슈로 부각하면서 사측을 압박하기도 했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노조의 파업 현장을 찾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여러분은 원하는 만큼의 상당한 급여 인상과 다른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노조에 힘을 실어준 발언을 하기도 했다.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지지가 약했던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미국 자동차 노조 파업을 지지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이번 파업과 협상 전략은 자동차 공장에서 단 하루도 일해본 적이 없는 세 명의 30대 변호사, 전직 기자, 노동운동가로부터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3월 예상을 뒤엎고 미국 자동차 노조 신임 회장에 당선된 후 노조 협상력 강화를 추진해 온 숀 페인 회장은 노조 협상력 쇄신을 위해 세 명의 30대 운동가들을 초빙했다. 이들은 대규모 파업을 진두지휘했다. 그 결과 미국 자동차 노조는 향후 4년 반 동안의 임금 인상액을 지난 22년간의 임금 인상액보다 더 크게 만드는 성공적인 협상을 타결할 수 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미국 자동차 노조의 협상이 성공하면서 테슬라 등 완성차업체를 비롯해 다른 산업에서도 노조 조직을 통한 임금 인상 움직임이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미국 자동차 노조 파업 성공으로 앞으로 무노조 완성차 업체에도 파급효과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당장 미국 자동차 노조는 다음 타깃으로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테슬라를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테슬라의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에 미국 자동차 노조 조직위원회가 꾸려져 노조 결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숀 페인 미국 자동차 노조 회장은 이달 초 “노조에 가입하지 못했으나 우리의 활동에 동참하고 싶어하고 우리와 접촉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 종사 수천명이 있다”며 “테슬라, 도요타, 혼다의 근로자들은 ‘미국 자동차 노조의 미래 노조원’이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파업 합의로 인해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인건비로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지불하게 됐다. 이는 다른 곳에서 비용을 절감하거나 차량 가격을 인상하게 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 내에 현지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우리 자동차 기업에게도 언젠가 닥칠 현실이 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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