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유예 종료 뒤 리스크관리 강화
영업이익으로 빚 못갚는 中企 증가
고금리 지속에 따른 정부해법 절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4분기 금융기관 대출 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수요는 지난 3분기 17에서 28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4분기 중 중소기업의 대출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이들을 대상으로 한 국내은행의 대출 태도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올 들어 6차례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자금 부담 속출에 한계기업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4분기 금융기관 대출 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수요는 지난 3분기 17에서 28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같은 기간 신용위험도는 28에서 31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중소기업의 대출 수요는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지속 등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지만, 건설, 숙박·음식업 등 일부 업종 및 영세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등으로 신용위험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는 전 분기와 마찬가지인 –6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3개년간 가장 낮은 수준인데, 최근 3개년간 대출태도가 가장 긍정적이었던 지난 2021년 1분기 18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7포인트 하락이다. 특히 지난 9월 말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원리금 상환유예 금융지원이 종료된 데 따라 리스크관리가 강화된 시점인 만큼 강경한 대출 태도는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계기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 채권금리가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은행채 금리가 줄줄이 오르면서 신규 취급액 기준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가 3개월 만에 반등한 점은 중소기업 차주에 대한 부담을 더욱 키운다.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82%로 전월(3.66%)보다 0.16%포인트 올랐는데 이는 올해 최고점이었던 1월과 같은 수준이다. 이는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20~21일 수출 중소기업 54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3분기 무역업계 금융 애로 실태 조사’ 결과에서도 절실히 드러난다.

무협 조사에 따르면 전반적인 자금 사정이 ‘매우 악화했다’는 응답이 12.7%, ‘다소 악화했다’는 응답이 48.7%로 나타나 총 응답자의 61.4%가 전분기보다 자금 사정이 악화한 것으로 집계됐다. ‘동일하다’가 26%, ‘다소 호전됐다’가 11.6%, ‘매우 호전됐다’ 가 0.9%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은 셈이다. 그러나 이 중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중소기업에 편중된 상태다. 매출액 10억원 미만 기업군의 70.2%가 ‘자금 조달이 어렵다’고 응답한 반면 매출액 300억원 이상의 기업군의 응답률은 30.8%에 그쳐 실제 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는 것은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 편중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영업이익 대비 부담하는 이자 비용 수준과 관련해 ‘이자 비용이 영업이익과 같거나 초과한다’는 응답이 전 분기(49.8%)보다 소폭 상승한 51.5%로 집계돼 높은 금리 수준에 따른 재무적인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기업은 금융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사항으로 ‘금리 부담 완화(79%)’를 1순위로 꼽기도 했다. 금리 부담 완화에 대한 요구는 모든 조사 시기를 통틀어 1순위로 나타났는데, 응답 비율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한 예로 지난 3월 49.6%였던 해당 응답 비중은 9월에는 80.8%까지 늘었다.

한계기업을 넘어 팬데믹 이후 기업의 줄도산 역시 현실화되고 있는 추세다. 실제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 9월 말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213건으로 전년 대비 60.84% 증가했다. 이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난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기조는 유지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의 금리 부담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매출 부진 등까지 이어지며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지만 추가적인 자금 조달은 하늘의 별 따기다.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말이 나돌 수밖에 없는 이유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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