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일터인 민생 현장에서 들은 절박한 목소리를 전한 것이다. 올해 2분기 말 자영업자의 금융기관 대출잔액은 1043조 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 대비 358조원이 늘었다. 상반기 기준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는 총 1조 8175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55.3%나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했던 2009년 이후 최대치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의 장기화와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과 인건비 인상 영향도 크다. 실제 지난 9월 소상공인연합회가 실시한 금융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87.6%가 현재 대출금 상환 부담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 기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선지급한 재난지원금을 돌려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약 57만명의 소상공인에게 지급된 8000억원의 환수금 부담이 면제될 것으로 기대된다. 매출이 증가할 경우 반납하는 것을 전제로 선지급된 재난지원금에 대해서 소상공인 보호법을 개정해 환수의무 면제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여전히 많은 소상공인들이 코로나 이후에도 예전 수준의 매출을 회복하지 못하고 폐업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다. 지속되는 경제 복합위기와 고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이번 환수 면제조치는 위기를 넘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 소상공인 환수금 면제조치는 임시적 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당사자인 소상공인·자영업자 스스로의 자생력 강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디지털 전환 흐름에 맞춰 경영환경을 개선하고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해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과밀업종에 대한 업종전환과 재기지원 등 소상공인 생태계의 구조적 체질 변화를 지원해 시장 경쟁력을 갖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한편 고금리를 통해 막대한 이자 수익을 거두고 있는 은행도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야 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36조 2071억원에 달하고, 1조 3000억원 이상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올해 초에는 5대 시중은행이 작년에 벌어들인 돈으로 최대 36개월치 월급을 얹어주는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경기침체와 고금리로 기업과 가계는 고통받고 있지만 은행들은 이자 장사로 손쉽게 번 돈으로 연봉잔치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독과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부당하게 시장경쟁을 저해하고 금리산정시 대출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거나 예금자의 이익을 희생하고 있는지 여부를 철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은행들도 벌어들인 이익 중 일부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사회적 기금으로 조성해 어려운 자영업자와 서민들을 지원한다거나 이자와 원리금을 일부 탕감한다든지, 대출상환 유예 및 금리인하 노력 등의 사회공헌을 늘려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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