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와 인수전서 주가조작 혐의
빈 살만 펀드 등에 업고 적대적 M&A
금감원, 특사경 대폭 늘려 압수수색
잘못하다간 카카오뱅크도 접을판
구속위기 내몰렸던 김범수 창업주
“나부터 반성하겠다”비상경영 돌입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국세청 중수부가 SM엔터테인먼트에 들이닥친 건 2021년 2월 4일이었다. 국세청 중수부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별명이다. 사전 예고도 없이 들이닥쳐서 회계 장부를 털어가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국세청이 문제 삼은 건 이수만 회장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과 SM엔터테인먼트가 맺은 로열티 계약이었다.

이수만 회장은 개인 회사인 라이크 기획을 통해 SM엔터테인먼트로부터 21년 동안 1500억원의 로열티를 받았다. 2000년부터 2021년까지 SM엔터테인먼트 영업이익의 35%에 달했다. 그런데도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진과 이사회는 2021년 3월 30일 만장일치로 라이크 기획과의 로열티 계약을 연장해 줘버렸다. 국세청의 과징금과 국세청 중수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법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문제는 이대로라면 2021년 하반기에 다시 한번 국세청의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수만 회장이 가진 SM엔터테인먼트 지분 18.73%를 매각하는 것이 묘수일 수 있었다. 이수만 회장과의 로열티 계약은 연장해주면서,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이수만 회장의 영향력도 유지하고, 동시에 지분 가격도 높이 쳐줄 수 있는 원매자를 찾을 수만 있다면, SM엔터테인먼트는 사법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었다. 그렇게 SM인수전의 서막이 올랐다. 3년이나 이어지면서 SM과 카카오를 송두리째 뒤흔들 거라고는 당시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사우디 국부펀드 1조2천억 투자

SM엔터테인먼트가 맨 먼저 접촉한 건 2021년 당시 인수합병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던 카카오였다. 정작 SM 인수전은 곧바로 3파전으로 재편됐다. CJ그룹과 네이버와 카카오였다. 결국 2021년 10월 SM은 CJ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인수금액은 6300억원이었다. 갑자기 라이크 기획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나선 행동주의 사모펀드가 등장했다.

미국계 사모펀드 KKR 출신인 이창환 대표가 2021년 설립한 얼라인파트너스였다. 얼라인파트너스가 끼어들면서 CJ와 SM의 인수협상은 표류하기 시작했다. 결국 2022년 2월 최종 결렬됐다. 다음 타자가 카카오였다.

2022년 3월 시작된 SM엔터테인먼트 인수협상에서 카카오가 제시한 금액은 7900억원이었다. CJ그룹이 제시했던 인수금액 6300억원보다 1600억원이나 높았다. 당연히 협상엔 속도가 붙었다.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건 2023년 3월 열린 SM과 카카오의 주주총회였다.

일단 SM엔터테인먼트 주주총회에선 이수만 회장이 얼라인파트너스한테 졌다.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감사가 당선된 것이다. 이수만 회장의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건 이수만 회장의 지분 가치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뜻이었다.

카카오 주주총회에서도 변수가 생겨난다. 2021년 12월 벌어진 이른바 카카오페이 먹튀 논란이 문제였다. 2022년 3월 주주총회는 카카오 경영진과 이사진에 대한 성토 대회였다. 결국 조수용과 여민수 공동 대표가 물러났고 남궁훈 단독 대표 체제가 시작됐다. 이때 처음 카카오 이사회에 합류한 인물이 배재현 당시 카카오 CIO였다. 새로운 카카오 이사회는 SM엔터테인먼트의 몸값을 6000억원으로 낮췄다. 당초 SM에 제시한 인수금액보다 무려 1900억원이나 낮아진 가격이었다. 당연히 SM은 거부했다. 협상은 2022년 7월 결렬됐다.

카카오의 SM 인수합병이 재점화되는 데는 2023년 1월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 관광청으로부터 무려 1조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게 전환점이 됐다. 특히 빈 살만 펀드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여부에 관심이 컸다. 1조2000억원 중 6000억원은 아예 인수합병 목적으로 명시했다. 카카오가 SM에 두 번째로 제안한 인수금액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만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성공하고 이걸 도약대로 2023년 연말 IPO에 성공할 경우 10조원대 시가총액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카카오한테 기회가 온다. SM 경영진의 내분이었다.

원래 라이크기획과 SM엔터테인먼트 사이의 로열티 계약은 2022년 12월 종결됐다. 정작 이면에는 계약 종결 후 약정이 있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이수만 회장에게 2033년까지 900억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계속 지급하는 계약이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1월 15일 이수만 회장과 역대 SM 경영진에 대한 소를 제기했다.

그런데 얼라인파트너스의 소 제기 대상에는 이성수와 탁영준 공동대표만 쏙 빠져 있었다. 이수만 회장 입장에선 현 경영진들을 신뢰하기 어렵게 만드는 정황이었다. 반면 2인 SM 공동대표 입장에선 얼라인파트너스가 자신들에게 민사소송까지 제기할 경우 수백억원의 배상금을 물어야할 수도 있었다. 결국 2인 공동대표는 2월 3일 탈 이수만이 골자인 SM3.0 비전을 발표했다. 4일 뒤인 2월 7일엔 카카오한테 지분 9.5%를 신주 배정하는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카카오를 흑기사로 불러들인 것이다.

하이브, 금감원에 진정서 제출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지난 10월 26일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한 의혹을 받는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지난 10월 26일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한 의혹을 받는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수만 회장은 2일 뒤인 2월 9일 자신의 SM 지분 대부분인 14.8%를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한테 넘겼다. 하이브를 백기사로 세운 것이다. 인수가격은 주당 12만원이었다. 하이브는 2월 9일부터 즉시 주당 12만원에 SM 주식 25%를 확보하기 위한 공개 매수에 들어갔다. 정작 하이브의 공개 매수는 실패했다. 하이브는 2월 16일 IBK판교점을 통해 나온 70만주에 가까운 대량 매수가 SM 주가를 높이면서 공개 매수가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월 15일 12만원대였던 SM 주가는 2월 16일 알 수 없는 대량 주문이 나오면서 13만 원대를 돌파해버렸다. 당연히 주당 12만원에 하이브한테 주식을 팔겠다고 나서는 주주는 없었다. 2월 16일 IBK판교점에서 나온 기타법인의 대량 매수는 당일 거래량의 무려 16%에 육박했다.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거래였다.

하이브는 공개 매수가 실패로 돌아간 2월 28일 금융감독원에 2월 16일의 비정상 거래를 조사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실 안 그래도 금감원은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경쟁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하이브의 진정서가 제출되면서 금감원 특사경이 공식 개입할 명분이 생긴 셈이었다. 3월 2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서 위법적 수단이 동원된다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런데도 카카오는 3월 7일부터 주당 15만원에 SM에 대한 공개 매수에 돌입했다. 사실상 금감원장의 경고를 무시하고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한 것이었다.

금감원 특사경은 3월 초에 이미 2월 16일 비정상 거래의 실체를 대부분 파악하고 있었다. 2월 16일 SM 주식 2.9%를 대량 매수하면서 주가 상승세를 자극한 주체는 사모펀드 운영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였다. 금감원 특사경은 원아시아파트너스의 김태영 사장과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10년 가까이 친분을 이어온 사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와 카카오는 지난 수년 동안 사실상 주고 받기식 투자를 해왔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2021년 8월 카카오의 스크린 골프 자회사인 카카오VX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카카오의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인 그레이고를 1000억원에 인수했다. 그레이고는 2017년에 창업됐지만 2022년까지 매년 적자여서 카카오의 골칫거리였다. 카카오는 원아시아파트너스한테 카카오의 알짜 자회사에 대한 투자 기회를 줬고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카카오의 골칫거리 자회사를 인수해간 것이었다. 이런 상부상조 흐름 속에서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실패하게 만든 원아시아파트너스의 SM 주식 대량 매수가 일어났다.

3월 31일 SM주총을 통해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가 마무리되자 금감원 특사경은 기다렸다는 듯이 수사를 시작했다. 카카오가 SM 인수를 완료했다는 건 주가 시세 조정에 따른 경제적 이득까지 완성됐다는 의미였다. SM 주총이 있고 일주일 뒤인 4월 6일 금감원 특사경은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본사를 압수 수색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003년 론스타의 외환 은행 주가 조작 사건을 직접 수사한 경제통 스타 검사였다. 카카오의 SM 주가 조작 사건과 론스타의 외환 은행 주가 조작 사건은 닮은꼴이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만 혈안이 됐던 카카오는 정작 자신의 뒤를 노리는 이복현 금감원에 대해서는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 금감원 특사경은 이복현 원장 이전엔 10명 수준이었다. 이복현 원장 취임 즈음에 15명까지 증원됐다. 여기에 금융위원회에도 10명 규모의 특사경이 새롭게 조직됐다. 사실상 25명 규모의 금융위와 금감원 특사경이 여의도에 진을 치고 있었다는 얘기다. 모든 조직은 존재 이유를 입증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돼 있다.

카카오엔터 상장까지는 요원

결국 8월 10일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사무실까지 압수수색 당했다. 9월엔 카카오 경영진 전반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졌다. 결국 10월 13일 금감원 특사경은 배재현 투자총괄대표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배재현 투자총괄대표를 구속시키는데 성공한 특사경은 마침내 카카오 지배구조의 정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금감원에 소환했다. 마치 검찰청처럼 금감원 앞에 포토라인을 세우고 10월 24일 김범수 센터장 소환 일정을 만천하게 공개했다. 금감원 특사경의 승리였다.

10월 24일 김범수 창업주에 대한 공개 소환 조사가 끝난 직후 이복현 금감원장은 갑자기 양벌 규정을 거론했다. 배재현 투자총괄대표의 위법 행위가 밝혀지면 법인인 카카오에 대해서도 기소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카카오와 같은 산업 자본이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10% 이상 초과 보유하려면 최근 5년 동안 금융 관련 법령을 위반해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야만 한다.

양벌 규정으로 카카오까지 SM 주가 시세 조정 혐의로 처벌 받으면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라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리를 빼앗기게 된다. SM엔터테인먼트를 먹으려다 카카오뱅크를 토해내게 생긴 꼴이다. 사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양벌 규정을 거론한 건 어느 정도는 구두 압박에 가까웠다. 게다가 대법원까지 가서 최종 판결이 내려지려면 최소 2년이 걸린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로 카카오뱅크까지 위험에 빠뜨리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재판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게 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는 이미 법적으로는 돌이키기 어렵다. 양사의 북미법인은 이미 통합이 완료됐다. 경쟁자였던 하이브와 카카오는 SM아티스트 20명을 하이브 플랫폼 위버스에 출연시키는 조건으로 주식 양도에 합의했다. 하이브는 12만원에 산 주식을 15만원에 팔아서 시세 차익도 거뒀다. 1조2000억원을 투자한 빈살만 펀드와 싱가포르 관광청이라는 2개의 물주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10조원대 상장을 기대한 사실상 프리IPO 투자였기 때문이다.

원래 7900억원에 살 수도 있었다. 이미 줄잡아 1조 원이 넘게 들어갔다. 값을 매길 수도 없는 손실까지 입었다. 구속될 위기까지 몰렸던 김범수 창업자는 10월 30일 비상 경영 회의를 열었다. 20여 명의 카카오 공동체의 CEO들이 모였다. 김범수 창업자는 “나부터 반성하겠다”고 발언했다. SM을 사려다가 카카오는 죽다 살아났다.

- 신기주 지식정보플랫폼 ‘카운트’(Coun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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