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 ‘노란봉투법’ 단독처리
中企,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 호소

킬러규제 방치땐 中企 존폐 갈림길
회기종료 임박… 이젠 ‘속도의 시간’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태희 대한상의 부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손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 부회장, 김고현 무역협회 전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태희 대한상의 부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손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 부회장, 김고현 무역협회 전무.

설마 했던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됐다. 지난 9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초 여당은 필리버스터로 대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본회의 직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을 당론으로 추인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탄핵을 막기위해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계획을 철회했고, 결국 야당 단독으로 노란봉투법이 강행처리된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욱 심각해지고 불법파업과 무리한 노사분규 확산이 이어질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 법 질서가 훼손되지 않도록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에 달라고 호소했다.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며 중소기업은 더욱 절박해졌지만, 그간 어렵게 마련한 중소기업 입법개선을 위한 여야 공감대가 이번 정기국회 기간동안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7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와의 간담회’에서 “경제가 정말 어려운데 먹고사는 문제만큼은 여야가 힘을 모아주시기를 당부드린다”며, 중소기업의 킬러규제를 해소해달라고 요청했었다.

홍익표 원내대표 역시 현장의 어려움에 공감했다. “고유가·고물가·고금리에 더해 환율 불안까지 겹쳐 중소기업이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해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지난달 31일에는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국민의 삶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외에는 기업발목에 족쇄를 채워선 안된다”면서, “여야가 이들 규제 법안을 신속 처리해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다시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여야협치를 제안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8월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도 “중소기업이 일을 못하게끔 하는 킬러규제를 없애는데 모든 역량을 다 쏟겠다”며 입법개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여야 원내대표 모두 우리 경제의 복합위기상황을 인식하고 정쟁과 당리당략을 넘어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중소기업계의 가장 큰 숙원과제는 ‘기업승계 활성화법’다. 지난 7월 기획재정부가 △증여세 특례 저율과세(10%)가 적용되는 증여세 재산가액 한도 60억원→300억원 상향 △증여세 연부연납기간 5년→20년 연장 △업종변경제한 대분류로 완화 등 ‘202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당장 내년 1월 27일부터 적용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사업주가 1인 다역을 수행하는 영세기업 특성상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으로 사업주가 구속된다면, 기업의 폐업은 물론 근로자도 일자리를 잃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중기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50인 미만 사업장의  80% 이상이 아직 중대재해처벌법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 관련 규제 또한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건의해온 과제다. 중소기업계는 과도한 화평법·화관법 규제로 경영활동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화평법’의 경우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을 글로벌스탠다드에 맞게 1톤으로 조정하고, ‘화관법’은 △유해성·취급량 등에 따른 정기검사 및 검사 면제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 영업신고 및 면제 대상 등이 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끝으로 소비자 정의 명확화와 공공행위 허용범위 확대 역시 ‘협동조합의 공동사업 활성화’를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기를 학수고대하는 중소기업 핵심 입법과제 중 하나다.

오는 12월 9일, 21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까지 남은 기간은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중소기업계는 이번 정기국회 회기 안에 각종 킬러규제 해소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내년 총선 이후 22대 국회 출범 시점에 맞춰 법안들은 자동 폐기되고 다시 처음부터 재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절대사수해야한다던 노란봉투법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킬러규제 해소를 위한 입법개선 만큼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입장이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지난 9월 제주 리더스포럼에서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가 규제개혁을 속도감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무엇보다 중소기업이 일하고 싶으면 계속 일할 수 있는 상황이 빨리 왔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달 31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녹록지 않은 대내외 경제여건 속 민생안정을 위한 국회의 관심과 협조를 요청하며, 거국적·초당적 협력을 당부했었다.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은 영업이익으로 빚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좀비기업이다. 파산한 기업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도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이어진 악조건들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에 여야가 구분될 필요는 없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속도감 있는 국회의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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