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는 제조 거점 다각화 전략 아래 2025년 하반기부터 ‘폴스타 4’를 르노코리아 부산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는 제조 거점 다각화 전략 아래 2025년 하반기부터 ‘폴스타 4’를 르노코리아 부산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가 한국 부산에서 차세대 전기차 모델을 생산한다.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샌타모니카에서 열린 ‘폴스타 데이’ 행사에서 토마스 잉엔라트 폴스타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에서 ‘폴스타 4’를 생산한 뒤 현지화하는 부품 공급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스타는 2017년 스웨덴 볼보자동차에서 독립한 고급 전기차 브랜드다. 볼보차와 중국 지리홀딩스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으며, 본사는 스웨덴에 두고 있다. 한국 시장에는 2021년 12월 진출했다. 지리홀딩스는 르노코리아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이날 열린 ‘폴스타 데이’는 폴스타가 전 세계 투자자와 언론을 대상으로 향후 비전과 방향성을 선보이기 위해 마련한 첫 행사다. 폴스타는 이날 행사에서 제조 거점 다각화 전략 아래 2025년 하반기부터 ‘폴스타 4’를 르노코리아 부산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서 생산된 물량은 한국 내수시장에 판매되고 일부는 북미지역에 수출될 예정이다.

폴스타는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에 대한 신뢰가 높다고 평가했다. 차량 제조 경험이 23년이나 되고 숙련된 직원 2000여 명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출항과 가깝다는 지리적 강점도 갖고 있다. 부산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최대 30만대다.

폴스타가 한국을 새로운 생산 기지로 정한 이유가 뭘까. 이에 대해 토마스 잉엔라트 폴스타 CEO는 “한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라며 “한국 고객들은 매우 경험이 많고 까다롭기 때문에 우리의 고성능 첨단 자동차를 선보이는 데 적합한 시장”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이 미국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정말 중요한 단계”라며 “한국 차들은 미국 딜러에게 아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에 관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산 공장에서 생산하게 될 폴스타 4 양산 규모에 대해서는 “연간 1만대 정도로 시작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고 수출 상황에 따라 규모를 점차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공장 기술수준 탁월

미국딜러들도 높이 평가

“더 나은 현지화 전략 추진”

폴스타는 차량 개발과 제조 과정에서 자체 시설 투자·건립 대신 협력사와 주요 주주 회사들을 활용하는 자산 경량화 전략을 펴고 있다. 이렇게 절감한 자산은 차량 품질을 높이는 데 쓴다는 것이다.

폴스타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한국산 부품 사용 확대를 검토하겠다고도 밝혔다. 우선 부산에서 생산하는 폴스타 4에 한국산 배터리가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폴스타는 현재 생산·판매 중인 ‘폴스타 2’에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쓰고 있으며, 지난 6일에는 2025년 생산 예정인 ‘폴스타 5’의 배터리 모듈을 SK온에서 공급받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잉엔라트 CEO는 한국에서 생산 예정인 ‘폴스타 4’에도 한국산 배터리를 채택할 계획인지에 대한 질문에 “지금은 일단 생산을 빠르게 시작하고 실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면서도 “한국에서 더 나은 현지화 전략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강력한 배터리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 등 한국의 배터리 협력사들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포르쉐가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벤츠와 아우디 차량을 생산한 적은 있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자체 해외 공장도 아닌 다른 제조사에 차량 생산을 맡기는 건 흔한 일은 아니다.

전기차업계 관계자는 “폴스타 같은 글로벌 전기차 기업이 한국 공장을 사용하는 것은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국내 자동차 공장의 글로벌 신뢰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여기에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하는 공급망 체인까지 만들어진다면 폴스타뿐만 아니라 다른 브랜드도 끌어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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